청원 제도도 민주주의의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 입법부, 사법부의 영역 등 대통령의 권한 밖에 있는 청원에 대해 답하는 것은 답변의 내용과 상관없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 국민 청원이, 타협할 수 없는 갈등의 대결을 조장하는 장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일방적 주장과 과장된 분노, 부풀려진 여론은 결국 민주주의를 공허하게 만든다.

「의회 정치의 현장」을 연재하며
“국회에 대한 불신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뭔가요?” 누가 물으면 “국회에 대한 불신이라는 말을 안 쓰면 됩니다.”라고 답한다. 우리 사회에서 국회만큼 욕을 많이 먹는 곳도 없을 것이다.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건만 칭찬은 가뭄에 콩 나듯 듣고, 비난은 장마철 콩나물 자라듯 듣는다. 정치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쉽게 비난하며, 그것이 정의롭고 공익적인 일이라고 착각한다. 국회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어 입법부의 권한을 줄였을 때 나타날 사회적 결과는 어떤 것일까? 강자들의 권한은 더 강해지고, 약자들의 권리는 더 줄어들 것이다. 입법부가 가진 모든 권한은 시민의 대리자로서 부여받은 것이다. 좋은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입법부가 위임받은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 시각에서 의회정치 현장에서 본, 살아 있는 정치를 전하려 한다. 국회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어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국회는 오늘도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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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정치의 현장 ②
국민 청원은 민주적인가?
글쓴이 ㅣ 박선민 보좌관
지금까지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제·개정 법안을 꼽으라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법이 2011년 제정한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노숙인 지원법)이다. 이 법은 주거가 없거나 적절하지 않은 주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노숙을 예방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호하며 재활 및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법이다.
법안을 제·개정할 때는 보통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하지만 취약 계층에 관한 의제는 당사자 의견이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성을 우선하는 사고와 당사자 대표 조직의 부재가 결합되어 나타난 현상이다. 노숙인은 그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계층인지라 정책 입안 과정에 이들의 의견이 전달될 통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사자가 보이지 않으면 정책은 ‘온정주의’(paternalism)로 다뤄지기 쉽다. 복지가 권리로서 보장되기보다 시혜적 차원에서 제공되는 데 그친다. 노숙인 지원법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길 바랐다. 그래서 법 제정에 앞서 당사자와 함께 할 방도를 고민했고, 청원을 제출하기로 했다.
노숙인들에게 청원 서명을 받는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거리 생활자가 줄어드는 추운 겨울이었다. ‘홈리스1) 1천 명 서명운동’을 시작했는데, 5백 명만 받아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홈리스 단체들이 한 사람 한 사람 설명을 거듭하며 발로 뛴 결과, 예상을 뛰어넘어 1,531명이 청원 서명에 동참했다. 대부분 쪽방촌·고시원에 거주하는 분들, 거리에서 생활하는 분들, 일용직이거나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분들이었다. 2011년 2월, 서명인 전체의 이름으로 청원을 제출했다. 3월에는 국회 앞에서 <홈리스지원법 제정 청원인 대회>를 열었고, 서울역에서 천막을 치고 ‘거리 설명회’도 개최했다. 이 과정을 통해 투명 인간 취급을 받았던 사람들이 얼굴을 드러내고 “홈리스 지원법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이처럼 청원 제도는 당사자를 조직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데 유용하며, 국회와 당사자(단체)를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왜 입법 청원을 할까?

<사진 설명> 의료민영화 저지 1000만인 서명운동 기자회견 (2010년4월7일). 출처_박선민.
이 청원을 대표 소개한 의원은 같은 법안을 발의한 곽정숙 의원(민주노동당)이었다. 법안만 발의해도 되는데 왜 별도로 입법을 요청하는 청원을 제출했을까?
첫 번째 이유는, 입법 과정에 당사자 의견을 좀 더 직접적·적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보통 법안을 심사할 때 관련된 내용의 청원이 있다면 함께 올려 심사한다. 의원 발의 법안과 대동소이한 내용이더라도 당사자의 요청이라는 점이 참작된다. 법안 심사는 타협의 과정인데, 조직된 당사자들의 의견은 쉽게 무시할 수 없다. 법안을 심사하는 동료 의원들에게도, 행정부에게도 압박이 된다.
두 번째, 입법 필요성(또는 입법 반대)에 대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입법부에 제출하긴 하지만 입법부만을 향한 것이 아니다. 청원의 내용을 사회적으로 알리기 위한 의도가 있다. 현애자 의원(민주노동당)이 2010년에 소개한, 청원인 숫자가 무려 30만 명이나 되는 ‘의료 민영화 입법 반대’ 청원은 관련 법안 통과를 막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이는 <의료 민영화 저지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가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한 뒤 제출한 것인데, 제목 그대로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의료 민영화 관련 5법2)을 반대하는 내용이었다. 서명운동 자체가 ‘의료 민영화 반대’ 여론을 조성했음은 물론, 30만 명의 청원을 조직한 ‘범국민운동본부’의 존재는 행정부가 아무리 추진하고 싶은 정책이라 할지라도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게 하는 제동장치가 되었다.
세 번째, 해당 의제를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당사자(단체)에 대한 존중의 의미가 있다. 이 경우 대체로 법안 발의에 앞서 청원을 먼저 제출한다. 내가 국회에 들어와 처음으로 접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교통수단 이용 및 이동 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 청원>이 이런 경우다. 이 청원은 2004년 6월30일에 제출했는데, 17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딱 한 달 만이었다. 법안은 청원 제출 20일 뒤인 7월 19일에 발의했다. 당시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 요구는 거세었다. 지하철역에서 이동하던 장애인이 잇따라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3년여에 걸친 장애인들의 투쟁은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함에 따라 법안 발의로 이어졌고, <장애인이동권연대>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교통수단 이용 및 이동 보장에 관한 법률 입법 추진 공동대책위원회>는 법 제정을 위해 39일간 단식 농성, 국회 앞 천막 농성, 40차에 달하는 버스 타기, 지하철 선로 점거, 1백만 명 서명운동 등을 진행했다. 원내에서도 당을 초월하여 58명의 국회의원이 ‘장애인이동보장법 제정 추진 국회의원 모임’3)을 꾸려 법안 통과에 힘을 실었다. 저상 버스 의무 도입을 명시한 이 법은 같은 해 12월 29일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민주노동당이 입법에 성공한 ‘첫 번째’ 법안이었다. 의원들은 당을 초월하여 협력했고, 원내와 원외의 공조가 빛났다. 장애인 이동권 법제화의 역사 맨 앞에 ‘청원’이라는 이름으로 당사자들의 노력이 기록되어 있다. 청원이 갖는 숨은 의미다.
이처럼 국회 청원은 대의 민주주의와 별개의 제도가 아니라 의정 활동과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청원을 소개한 의원이 당연히 청원의 내용까지 책임지고, 청원에서 제기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다양한 경로로 노력하기 때문이다.
공익적이며 다수를 위한 국회 청원

<사진설명> 국회 청원은 대체로 공익적이며 개인이 아니라 다수의 이익을 위한 것이 많다. 영리병원 금지 입법발의 및 개정입법 국민청원 기자회견 (2012년11월2일). 출처_박선민.
국회에 제출된 청원은 양적으로도 적지 않다. 1988년 13대 국회 이후 청원 접수 및 채택 현황을 보면 13대 503건 접수(13건 채택), 14대 534건(11건 채택), 15대 595건(3건 채택), 16대 765건(4건 채택), 17대 432건(4건 채택), 18대 272건(3건 채택), 19대 227건(2건 채택)이다. 20대 국회는 2019년 6월15일 현재 180건 접수, 4건이 채택되었다(<표 1> 참조).
국회 청원 접수는 16대에 정점을 찍었고, 17대부터 줄어드는 추세다. 이는 법안 발의가 증가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의원과 위원회 발의 법안은 13대 국회 570건, 14대 321건, 15대 1,144건, 16대 1,912건, 17대 6,378건, 18대 1만2,220건, 19대 1만6,729건, 20대 국회는 2019년 6월 15일 현재 1만9,410건이다(정부 제출 법안 제외).
청원의 상당수가 입법 또는 제도 개선을 요하는 내용이므로 17대 국회 이후 법안 발의가 활발해지면서 청원의 필요성이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17대 국회의원 선거는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첫 선거였다. 과거 지역구 투표율에 따라 전국구 의석을 배분하던 방식에서 1인 2표제를 도입한 것인데, 이에 따라 진보 정당이 처음으로 비례대표 8석을 확보하는 등 정당 구성에 변화가 발생했다. 법안 발의가 증가한 것은 그동안 대표되지 않았던 요구가, 다원화된 정당 구성에 따라 국회 안에서 다양하게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표1>13대 국회 이후 청원 접수 및 의원‧위원회 법안 발의 현황| 구분 | 청원 접수 | 의원·위원회 발의 법안 |
| 13대 | 503 | 570 |
| 14대 | 534 | 321 |
| 15대 | 595 | 1,144 |
| 16대 | 765 | 1,912 |
| 17대 | 432 | 6,387 |
| 18대 | 272 | 12,220 |
| 19대 | 227 | 16,729 |
| 20대(2019년 6월) | 180 | 19,410 |
자료: 국회의안정보시스템(검색일: 2019/06/15).
국회 청원은 대체로 공익적이며 개인이 아니라 다수의 이익을 위한 것이 많다. 상대를 조롱하거나 혐오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심각한 갈등을 초래하거나 반사회적인 청원도 없다. (지역이나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내용은 가끔 있다.) 개인적인 민원이나 폭로도 해당되지 않는다. 국회에 제출하는 청원은 국회의원 1인 이상 소개를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의원실에서 사전에 ① 청원에 적합한 내용인가, ②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타인을 비방하거나 불합리한 내용은 걸러진다. 국회 청원은 공적 절차이며 의정 활동의 일환이다.4)
반드시 국회의원 1인이 소개하도록 하는 규정은 불필요한 절차일까? 청원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06년, 2012년 두 번에 걸쳐 합헌이라 했다(2005헌마604, 2012헌마330). 헌재는 의원의 소개를 얻도록 한 것이 “무책임한 청원서의 제출과 남용을 예방하여 청원 심사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서, 청원은 “일반 의안과 같은 심사 절차를 거치므로 청원서 제출 단계에서부터 의원의 관여가 필요하며, 청원의 소개 의원이 되려는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경우에까지 청원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여 이를 심사할 실익은 없다.”고 했다.
‘일반 의안과 같은 심사 절차’라는 말은 청원이 법률안과 동일한 처리 절차를 거치게 된다는 뜻이다. <국회 청원 심사 규칙>에 따라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하고, 상임위원회는 회부된 청원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청원심사소위원회를 통해 심사한다. 청원심사소위원회는 회기에 관계없이 활동할 수 있다. 또 필요한 경우 직원을 현지에 파견하여 사실을 확인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청원인이나 이해관계인, 학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진술을 들을 수도 있다. 청원은 ‘의안’으로 처리되기에 ‘민원’과 다른 위상을 지니고 있다.
청원과 민원은 다르다.
넓은 의미에서 청원권은 민원까지 포함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다소 차이가 있다. 청원은 <청원법>, 민원은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 국회에 제출하는 청원은 <국회법>과 <국회 청원 심사 규칙>, 지방의회에 제출하는 청원은 <지방자치법>에 따른다.
민원은 일반 민원과 고충 민원으로 구분된다. 일반 민원은 행정기관에 대해 답변(특정한 행위)을 요구하는 것으로 법정 민원, 질의 민원, 건의 민원 등이 이에 해당된다.5) 고충 민원은 <부패 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하며 불합리한 행정제도 개선과 부패 발생의 예방 및 규제를 목적으로 한다. 과거에는 시민들의 권리 구제와 권익 보호를 위한 기능이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국가청렴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 등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2008년 <국민권익위원회>로 통합했다. 권익위원회는 시민들이 고충 민원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도록 ‘국민 신문고’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설명>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 신문고’. 출처_국민권익위원회.
국회의 경우도 청원과 민원(진정)을 구분하고 있다. 진정은 의원의 소개가 없어도 되며 <국회민원지원센터>에서 접수·처리한다. 헌재는 앞선 판결에서 국회가 ‘민원 처리장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스스로 적절한 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헌재 판시의 핵심은 국회가 ‘민원 처리장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청원을 효율적으로 심사하기 위해서는 ‘무책임한 청원의 억제’가 필요하고, 국회의원 소개 규정을 둔 것은 이에 합당한 제도라는 것이다.
<헌법> 제26조에 명시된 ‘청원권’은 시민들이 국가기관에 직접적 요구를 할 수 있는 권리다.6) 청원권 보장을 위해서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 개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는 ‘의견 개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 우리나라를 민주주의 국가라고 부르는 이유다. 진짜 문제는 실질적 권리 보장이다. 청원권은 청원한 내용이 법과 제도, 정부 정책에 반영될 때 권리로서 실효성을 갖는다.
현행법상 정부는 국회에서 의결한 청원에 대해 ‘처리 결과를 지체 없이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7) 그러나 정부는 의결된 청원이라 할지라도 선별적으로 수용하고,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국회에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고 있다. 이송 후 정부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국회의 청원 심사는 무력해진다. 또 위원회의 심사 과정에서 정부가 처리하겠다고 약속하면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불부의) 결정을 내리는데, 이 경우는 이행 여부를 전혀 파악할 수 없다. 청원권이 제대로 보장되려면 입법부의 권고에 대한 행정부의 이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강제되어야 한다. 이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이 있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이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
사회적 갈등을 확대·재생산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사진 설명> 청와대 국민청원은 ‘직접 소통’이라는 명분을 들고 나왔지만 지금까지 운영되어 온 청원·민원 제도의 절차와 규범을 파괴하고 시민들로 하여금 오로지 대통령을 향해 읍소하게 만들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출처_청와대 홈페이지.
청원권의 보장이 ‘실체적 변화’를 만드는 데 달렸다고 본다면 청와대 국민 청원은 이와 거리가 멀다. 30일 동안 20만 명이 동의하면 답변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은 법적 의미의 청원을 제출하는 전자 시스템이라기보다 시민 다수의 질의에 대한 대통령(비서실)의 답변 게시판에 가깝다. 또, 미국 백악관의 청원(위더피플, We the people)8)을 모델로 삼았다고 했지만, 처음엔 그와도 상당히 달랐다.
정재환에 따르면 ① 청와대 국민 청원은 SNS 계정을 통해 올리지만 위더피플은 자체 계정에 회원 가입을 해야 올릴 수 있고, ② 위더피플은 비공개 1차 관문(150명 동의)이 있어서 개인이 무분별하게 올리는 걸 방지할 수 있으며, ③ 청와대 국민 청원은 소관 업무 범위가 없으나 위더피플은 사법부, 주(州) 정부, 지방자치단체 소관 사항 등 백악관 소관 외 업무는 답변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고, ④ 청와대 국민 청원은 답변 거부 조항이 없으나, 위더피플은 선출직 공직 후보자에 대한 찬반, 위더피플 관할을 벗어난 청원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점이 차이라고 했다(정재환 2018).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최근 청와대 국민 청원에도 일정한 제약이 생겼다. 30일 이내에 1백 명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청원의 내용이 공개되며,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한다거나 지방자치단체 고유 업무에 해당하는 것은 답변이 어렵다고 명시하고 있다. 형식상으로는 위더피플과 유사해졌다. 또 청와대 및 정부에 대한 민원·제안 및 공익신고·고발 등은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신문고(www.epeople.go.kr)를 이용해 달라고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답변 범위를 벗어난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삼권분립을 흔드는 청원도 계속되고, 동료 시민에 대한 혐오와 조롱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누군가를 처벌해 달라거나 철저히 수사해 달라거나 안타까운 사연,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도 많다. 입법, 정책 제안, 제도 개선 요청이 주를 이루는 국회 청원과 큰 차이다. 국회 청원에서 개인적인 민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청원 심사 소위가 제대로 열리지 않고, 심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국회 청원은 ‘공적 영역’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국민 청원은 ‘직접 소통’이라는 명분을 들고 나왔지만 지금까지 운영되어 온 청원·민원 제도의 절차와 규범을 파괴하고 시민들로 하여금 오로지 대통령을 향해 읍소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사회적 갈등을 확대·재생산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각각 183만 명, 33만8천 명이 참여한 정당 해산 청원은 내전을 방불케 하는 것이었다.9) 각 진영이 똘똘 뭉쳐 상대를 비방하고 적대시한다. 선거를 통해 정당에 책임을 묻는 민주주의 일반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도 25만 명이 넘었다. 정당 해산도 탄핵도 청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은 물론이다. 이들이 오프라인에서 부딪힌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고 싶지 않은 혼란이다.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 대한 비난, 혐오도 사회적 규범을 넘어서고 있다.
정치는 시민들의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데 의미가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은 그런 면에서 적절한 정치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라는 정부의 정치철학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선한 의지가 선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절대선’이 아니라 ‘최선’을 추구하는 제도다. 청원 제도도 민주주의의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 절차와 규범을 지켜야 하며 권력은 절제해서 사용해야 한다. 권한에는 언제나 책임이 뒤따른다. 입법부, 사법부의 영역 등 대통령의 권한 밖에 있는 청원에 대해 답하는 것은 답변의 내용과 상관없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 국민 청원이, 타협할 수 없는 갈등의 대결을 조장하는 장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일방적 주장과 과장된 분노, 부풀려진 여론은 결국 민주주의를 공허하게 만든다.
<참고>국회 청원 현황 및 채택된 청원 명| 국회 | 제출 | 채택 | 청원명 |
| 20대 | 179건 | 4건 | - 노인문화건강증진센터 건립 지원에 관한 청원
-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지원 확대(정부 이송, 국정 반영)
- 바르셀로나 영사관 재개설 요청
- 금강산 투자 기업 피해 보상에 관한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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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 | 227건 | 2건 | - 국립현충원 일본 수종 제거
- 울산 혁신 도시의 고가 차도(서동 고가 차도) 건설 반대 및 평면 교차로, 지하 차도 건설 촉구 (정부 이송, 국정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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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대 | 272건 | 3건 | - ‘호국 의병의 날’ 기념일 제정(정부 이송, 국정 반영)
-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 개정
- 장애인의 지하철 이동 편의 개선
|
| 17대 | 432건 | 4건 | - 어업용 면세 유류 낚시 어선업 공급
- 핸드볼 전용 경기장 건립
- 인천 내항 항만 재개발과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항만 재개발 기본 계획 철회
- 육군 제39보병사단의 조속한 부대 이전 촉구
|
| 16대 | 765건 | 4건 | - ‘부부의 날’ 국가 기념일 제정
- 민간 보육 시설 융자금 상환 기한 연장 등
- 병원 중환자실 인력 시설 기준
- 어린이 안전 교육 법적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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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대 | 595건 | 3건 | - 서울특별시 중구 지역 관광특구 지정
- 화물자동차 운송 사업 등록 기준 하향 조정 반대
- 대구 지하철 국비 지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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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대 | 534건 | 11건 | - 의료보호 진료비 체불 해소 및 진료비 예탁제 도입
- 공업계 고등학교 실기 교사의 준교사 자격 취득 기회 부여
- 석오 이동녕 선생 동상 건립
- 병역법 시행령 개정
- 1980년대 강제 해직 지역 예비군 중대장 명예회복 및 보상
- 약업사 지위 보장
- <국가 유공자 예우 등에 관한 법률> 개정
- 삼청교육대 피해자 명예회복 및 보상
- 창원지방법원 마산 지원 및 창원지방검찰청 마산 지청 설치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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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대 | 503건 | 13건 | - 정박아동을 위한 특수학교 신축비 지원
- 인천직할시 운동장 전철역(가칭) 설치
- 사회복지법인 명휘원의 이전 건축비 국고 보조
- 재일본 한국 YMCA회관 보존 대책
- 소사 전철역(가칭) 설치
- 환수 조치한 농지 의무 상환원등을 위한 특례법 개정
- 연안여객선 건조 자금 융자 조건 개선
- 사할린 억류 한국인 귀환 촉구
- 우리말 다듬기 남북 모임 구성
- 금오공과대학 국립화
- 사설 강습소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
- 사형수 윤도형의 특별 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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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국회 의안 정보 시스템 재구성(2019/05/31 기준)
주: *2019/05/31 현재
<끝>
주석
1) 홈리스(homeless)는 노숙인보다 넓은 개념으로 주거가 불안정한 계층 전체를 지칭한다.
2) ▲ 의료 영리화를 허용하는 <의료채권법>, ▲ 외국 영리 병원 규제를 완화하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의료 기관 설립에 관한 특별법> 제정, ▲ 원격의료 허용, 의료법인 인수합병, 병원 경영 지원 회사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 ▲ 제주도에 국내 영리 병원을 허용하는 <제주특별자치도법> 개정, ▲ 개인 질병 정보 공개를 담은 <보험업법> 등이다.
3) <장애인 이동 보장법 제정 추진 국회의원 모임 참가 의원 명단> 강창일, 권선택, 김명자, 김선미, 김재윤, 김춘진, 노현송, 박찬석, 박홍수, 백원우, 복기왕, 심재덕, 안민석, 안영근, 유승희, 유필우, 이경숙, 이시종, 이화영, 이철우, 임종인, 장경수, 장향숙, 최재천, 홍미영(이상 열린우리당, 25명) 고진화, 김영숙, 나경원, 박재완, 안명옥, 엄호성, 이계경, 이계진, 이인기, 정두언, 정화원, 진수희(이상 한나라당, 12명) 강기갑, 권영길, 노회찬, 단병호, 심상정, 이영순, 조승수, 천영세, 최순영, 현애자(이상 민주노동당, 10명) 김종인, 김홍일, 김효석, 손봉숙, 이낙연, 이상열, 이승희, 이정일, 한화갑(이상 민주당, 9명) 정몽준(이상 국민통합21, 1명) 최인기(이상 무소속, 1명) 총 58명(권박효원 2004).
4) <국회법>이 개정되어 앞으로는 일정한 기간 동안 일정 인원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국회의원 소개 없이도 청원을 제출할 수 있다. 제123조(청원서의 제출) ① 국회에 청원을 하려는 자는 의원의 소개를 받거나 국회 규칙으로 정하는 기간 동안 국회 규칙으로 정하는 일정한 수 이상의 국민의 동의를 받아 청원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5) * 법정 민원 :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 또는 증명 신청
* 질의 민원 : 행정 업무에 관한 설명이나 해석 요구
* 건의 민원 : 해당 사안에 대한 개선 요구
6) <헌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26조 ①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 ② 국가는 청원에 대하여 심사할 의무를 진다.
7) <국회법> 제126조(정부 이송과 처리 보고) ① 국회가 채택한 청원으로서 정부에서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청원은 의견서를 첨부하여 정부에 이송한다.
② 정부는 제1항의 청원을 처리하고 그 처리 결과를 지체 없이 국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8) 미국 백악관 위더피플 웹사이트 주소, https://petitions.whitehouse.gov
9) 2019년 4월 22일 시작된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은 6일 만에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넘어섰고, 최종 183만 명이 참여하여 국민 청원 게시판이 만들어진 이래 가장 많은 참여 인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항하듯 등장한 민주당 해산 청구 청원이 4월 29일 시작되어 약 33만 명이 참여했다. 이에 대해 2019년 6월 11일 청와대 강기정 정무 수석은 “국민은 선거를 통해 주권을 행사”한다며 “정당 해산 청구는 정부의 권한이기도 하지만, 주권자이신 국민의 몫으로 돌려 드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답변했다.
참고문헌
● 정재환. 2018. “미국의 ‘위더피플’ 사례를 통해 살펴본 청와대 국민 청원의 개선 방안.” 국회입법조사처.
● 권박효원. 2004. “‘장애인이동보장법’ 여야 의원 공동추진.” <오마이뉴스>(09/02).
박선민 l 보좌관
민주노동당이 처음으로 국회의원을 배출했던 2004년 이래 줄곧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진보정당 최장수 보좌관이자 유일한 여성 보좌관이다. 정치가 좋아져야 약자들의 권리도 보장된다는 믿음을 버팀목 삼아 단단한 널빤지에 못을 박는 심정으로 일하는데, 때때로 망치를 집어던지고 싶어 한다. 다행히 왼손이 오른손을 붙잡고 있다. ‘유머 있는 정치인이 얼마나 있느냐’를 ‘좋은 민주주의’의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약자를 위해 싸우라’는 말을 즐겨 쓴다. 『복지국가 여행기: 스웨덴을 가다』(2012), 『불편할 준비』(공저, 2018)를 썼다.

청원 제도도 민주주의의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 입법부, 사법부의 영역 등 대통령의 권한 밖에 있는 청원에 대해 답하는 것은 답변의 내용과 상관없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 국민 청원이, 타협할 수 없는 갈등의 대결을 조장하는 장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일방적 주장과 과장된 분노, 부풀려진 여론은 결국 민주주의를 공허하게 만든다.
「의회 정치의 현장」을 연재하며
“국회에 대한 불신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뭔가요?” 누가 물으면 “국회에 대한 불신이라는 말을 안 쓰면 됩니다.”라고 답한다. 우리 사회에서 국회만큼 욕을 많이 먹는 곳도 없을 것이다.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건만 칭찬은 가뭄에 콩 나듯 듣고, 비난은 장마철 콩나물 자라듯 듣는다. 정치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쉽게 비난하며, 그것이 정의롭고 공익적인 일이라고 착각한다. 국회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어 입법부의 권한을 줄였을 때 나타날 사회적 결과는 어떤 것일까? 강자들의 권한은 더 강해지고, 약자들의 권리는 더 줄어들 것이다. 입법부가 가진 모든 권한은 시민의 대리자로서 부여받은 것이다. 좋은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입법부가 위임받은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 시각에서 의회정치 현장에서 본, 살아 있는 정치를 전하려 한다. 국회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어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국회는 오늘도 일하고 있다.
***
의회정치의 현장 ②
국민 청원은 민주적인가?
글쓴이 ㅣ 박선민 보좌관
지금까지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제·개정 법안을 꼽으라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법이 2011년 제정한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노숙인 지원법)이다. 이 법은 주거가 없거나 적절하지 않은 주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노숙을 예방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호하며 재활 및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법이다.
법안을 제·개정할 때는 보통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하지만 취약 계층에 관한 의제는 당사자 의견이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성을 우선하는 사고와 당사자 대표 조직의 부재가 결합되어 나타난 현상이다. 노숙인은 그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계층인지라 정책 입안 과정에 이들의 의견이 전달될 통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사자가 보이지 않으면 정책은 ‘온정주의’(paternalism)로 다뤄지기 쉽다. 복지가 권리로서 보장되기보다 시혜적 차원에서 제공되는 데 그친다. 노숙인 지원법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길 바랐다. 그래서 법 제정에 앞서 당사자와 함께 할 방도를 고민했고, 청원을 제출하기로 했다.
노숙인들에게 청원 서명을 받는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거리 생활자가 줄어드는 추운 겨울이었다. ‘홈리스1) 1천 명 서명운동’을 시작했는데, 5백 명만 받아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홈리스 단체들이 한 사람 한 사람 설명을 거듭하며 발로 뛴 결과, 예상을 뛰어넘어 1,531명이 청원 서명에 동참했다. 대부분 쪽방촌·고시원에 거주하는 분들, 거리에서 생활하는 분들, 일용직이거나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분들이었다. 2011년 2월, 서명인 전체의 이름으로 청원을 제출했다. 3월에는 국회 앞에서 <홈리스지원법 제정 청원인 대회>를 열었고, 서울역에서 천막을 치고 ‘거리 설명회’도 개최했다. 이 과정을 통해 투명 인간 취급을 받았던 사람들이 얼굴을 드러내고 “홈리스 지원법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이처럼 청원 제도는 당사자를 조직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데 유용하며, 국회와 당사자(단체)를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왜 입법 청원을 할까?
이 청원을 대표 소개한 의원은 같은 법안을 발의한 곽정숙 의원(민주노동당)이었다. 법안만 발의해도 되는데 왜 별도로 입법을 요청하는 청원을 제출했을까?
첫 번째 이유는, 입법 과정에 당사자 의견을 좀 더 직접적·적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보통 법안을 심사할 때 관련된 내용의 청원이 있다면 함께 올려 심사한다. 의원 발의 법안과 대동소이한 내용이더라도 당사자의 요청이라는 점이 참작된다. 법안 심사는 타협의 과정인데, 조직된 당사자들의 의견은 쉽게 무시할 수 없다. 법안을 심사하는 동료 의원들에게도, 행정부에게도 압박이 된다.
두 번째, 입법 필요성(또는 입법 반대)에 대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입법부에 제출하긴 하지만 입법부만을 향한 것이 아니다. 청원의 내용을 사회적으로 알리기 위한 의도가 있다. 현애자 의원(민주노동당)이 2010년에 소개한, 청원인 숫자가 무려 30만 명이나 되는 ‘의료 민영화 입법 반대’ 청원은 관련 법안 통과를 막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이는 <의료 민영화 저지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가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한 뒤 제출한 것인데, 제목 그대로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의료 민영화 관련 5법2)을 반대하는 내용이었다. 서명운동 자체가 ‘의료 민영화 반대’ 여론을 조성했음은 물론, 30만 명의 청원을 조직한 ‘범국민운동본부’의 존재는 행정부가 아무리 추진하고 싶은 정책이라 할지라도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게 하는 제동장치가 되었다.
세 번째, 해당 의제를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당사자(단체)에 대한 존중의 의미가 있다. 이 경우 대체로 법안 발의에 앞서 청원을 먼저 제출한다. 내가 국회에 들어와 처음으로 접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교통수단 이용 및 이동 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 청원>이 이런 경우다. 이 청원은 2004년 6월30일에 제출했는데, 17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딱 한 달 만이었다. 법안은 청원 제출 20일 뒤인 7월 19일에 발의했다. 당시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 요구는 거세었다. 지하철역에서 이동하던 장애인이 잇따라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3년여에 걸친 장애인들의 투쟁은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함에 따라 법안 발의로 이어졌고, <장애인이동권연대>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교통수단 이용 및 이동 보장에 관한 법률 입법 추진 공동대책위원회>는 법 제정을 위해 39일간 단식 농성, 국회 앞 천막 농성, 40차에 달하는 버스 타기, 지하철 선로 점거, 1백만 명 서명운동 등을 진행했다. 원내에서도 당을 초월하여 58명의 국회의원이 ‘장애인이동보장법 제정 추진 국회의원 모임’3)을 꾸려 법안 통과에 힘을 실었다. 저상 버스 의무 도입을 명시한 이 법은 같은 해 12월 29일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민주노동당이 입법에 성공한 ‘첫 번째’ 법안이었다. 의원들은 당을 초월하여 협력했고, 원내와 원외의 공조가 빛났다. 장애인 이동권 법제화의 역사 맨 앞에 ‘청원’이라는 이름으로 당사자들의 노력이 기록되어 있다. 청원이 갖는 숨은 의미다.
이처럼 국회 청원은 대의 민주주의와 별개의 제도가 아니라 의정 활동과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청원을 소개한 의원이 당연히 청원의 내용까지 책임지고, 청원에서 제기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다양한 경로로 노력하기 때문이다.
공익적이며 다수를 위한 국회 청원
국회에 제출된 청원은 양적으로도 적지 않다. 1988년 13대 국회 이후 청원 접수 및 채택 현황을 보면 13대 503건 접수(13건 채택), 14대 534건(11건 채택), 15대 595건(3건 채택), 16대 765건(4건 채택), 17대 432건(4건 채택), 18대 272건(3건 채택), 19대 227건(2건 채택)이다. 20대 국회는 2019년 6월15일 현재 180건 접수, 4건이 채택되었다(<표 1> 참조).
국회 청원 접수는 16대에 정점을 찍었고, 17대부터 줄어드는 추세다. 이는 법안 발의가 증가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의원과 위원회 발의 법안은 13대 국회 570건, 14대 321건, 15대 1,144건, 16대 1,912건, 17대 6,378건, 18대 1만2,220건, 19대 1만6,729건, 20대 국회는 2019년 6월 15일 현재 1만9,410건이다(정부 제출 법안 제외).
청원의 상당수가 입법 또는 제도 개선을 요하는 내용이므로 17대 국회 이후 법안 발의가 활발해지면서 청원의 필요성이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17대 국회의원 선거는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첫 선거였다. 과거 지역구 투표율에 따라 전국구 의석을 배분하던 방식에서 1인 2표제를 도입한 것인데, 이에 따라 진보 정당이 처음으로 비례대표 8석을 확보하는 등 정당 구성에 변화가 발생했다. 법안 발의가 증가한 것은 그동안 대표되지 않았던 요구가, 다원화된 정당 구성에 따라 국회 안에서 다양하게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자료: 국회의안정보시스템(검색일: 2019/06/15).
국회 청원은 대체로 공익적이며 개인이 아니라 다수의 이익을 위한 것이 많다. 상대를 조롱하거나 혐오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심각한 갈등을 초래하거나 반사회적인 청원도 없다. (지역이나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내용은 가끔 있다.) 개인적인 민원이나 폭로도 해당되지 않는다. 국회에 제출하는 청원은 국회의원 1인 이상 소개를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의원실에서 사전에 ① 청원에 적합한 내용인가, ②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타인을 비방하거나 불합리한 내용은 걸러진다. 국회 청원은 공적 절차이며 의정 활동의 일환이다.4)
반드시 국회의원 1인이 소개하도록 하는 규정은 불필요한 절차일까? 청원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06년, 2012년 두 번에 걸쳐 합헌이라 했다(2005헌마604, 2012헌마330). 헌재는 의원의 소개를 얻도록 한 것이 “무책임한 청원서의 제출과 남용을 예방하여 청원 심사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서, 청원은 “일반 의안과 같은 심사 절차를 거치므로 청원서 제출 단계에서부터 의원의 관여가 필요하며, 청원의 소개 의원이 되려는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경우에까지 청원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여 이를 심사할 실익은 없다.”고 했다.
‘일반 의안과 같은 심사 절차’라는 말은 청원이 법률안과 동일한 처리 절차를 거치게 된다는 뜻이다. <국회 청원 심사 규칙>에 따라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하고, 상임위원회는 회부된 청원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청원심사소위원회를 통해 심사한다. 청원심사소위원회는 회기에 관계없이 활동할 수 있다. 또 필요한 경우 직원을 현지에 파견하여 사실을 확인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청원인이나 이해관계인, 학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진술을 들을 수도 있다. 청원은 ‘의안’으로 처리되기에 ‘민원’과 다른 위상을 지니고 있다.
청원과 민원은 다르다.
넓은 의미에서 청원권은 민원까지 포함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다소 차이가 있다. 청원은 <청원법>, 민원은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 국회에 제출하는 청원은 <국회법>과 <국회 청원 심사 규칙>, 지방의회에 제출하는 청원은 <지방자치법>에 따른다.
민원은 일반 민원과 고충 민원으로 구분된다. 일반 민원은 행정기관에 대해 답변(특정한 행위)을 요구하는 것으로 법정 민원, 질의 민원, 건의 민원 등이 이에 해당된다.5) 고충 민원은 <부패 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하며 불합리한 행정제도 개선과 부패 발생의 예방 및 규제를 목적으로 한다. 과거에는 시민들의 권리 구제와 권익 보호를 위한 기능이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국가청렴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 등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2008년 <국민권익위원회>로 통합했다. 권익위원회는 시민들이 고충 민원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도록 ‘국민 신문고’를 운영하고 있다.
국회의 경우도 청원과 민원(진정)을 구분하고 있다. 진정은 의원의 소개가 없어도 되며 <국회민원지원센터>에서 접수·처리한다. 헌재는 앞선 판결에서 국회가 ‘민원 처리장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스스로 적절한 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헌재 판시의 핵심은 국회가 ‘민원 처리장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청원을 효율적으로 심사하기 위해서는 ‘무책임한 청원의 억제’가 필요하고, 국회의원 소개 규정을 둔 것은 이에 합당한 제도라는 것이다.
<헌법> 제26조에 명시된 ‘청원권’은 시민들이 국가기관에 직접적 요구를 할 수 있는 권리다.6) 청원권 보장을 위해서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 개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는 ‘의견 개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 우리나라를 민주주의 국가라고 부르는 이유다. 진짜 문제는 실질적 권리 보장이다. 청원권은 청원한 내용이 법과 제도, 정부 정책에 반영될 때 권리로서 실효성을 갖는다.
현행법상 정부는 국회에서 의결한 청원에 대해 ‘처리 결과를 지체 없이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7) 그러나 정부는 의결된 청원이라 할지라도 선별적으로 수용하고,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국회에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고 있다. 이송 후 정부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국회의 청원 심사는 무력해진다. 또 위원회의 심사 과정에서 정부가 처리하겠다고 약속하면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불부의) 결정을 내리는데, 이 경우는 이행 여부를 전혀 파악할 수 없다. 청원권이 제대로 보장되려면 입법부의 권고에 대한 행정부의 이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강제되어야 한다. 이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이 있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이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
사회적 갈등을 확대·재생산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청원권의 보장이 ‘실체적 변화’를 만드는 데 달렸다고 본다면 청와대 국민 청원은 이와 거리가 멀다. 30일 동안 20만 명이 동의하면 답변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은 법적 의미의 청원을 제출하는 전자 시스템이라기보다 시민 다수의 질의에 대한 대통령(비서실)의 답변 게시판에 가깝다. 또, 미국 백악관의 청원(위더피플, We the people)8)을 모델로 삼았다고 했지만, 처음엔 그와도 상당히 달랐다.
정재환에 따르면 ① 청와대 국민 청원은 SNS 계정을 통해 올리지만 위더피플은 자체 계정에 회원 가입을 해야 올릴 수 있고, ② 위더피플은 비공개 1차 관문(150명 동의)이 있어서 개인이 무분별하게 올리는 걸 방지할 수 있으며, ③ 청와대 국민 청원은 소관 업무 범위가 없으나 위더피플은 사법부, 주(州) 정부, 지방자치단체 소관 사항 등 백악관 소관 외 업무는 답변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고, ④ 청와대 국민 청원은 답변 거부 조항이 없으나, 위더피플은 선출직 공직 후보자에 대한 찬반, 위더피플 관할을 벗어난 청원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점이 차이라고 했다(정재환 2018).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최근 청와대 국민 청원에도 일정한 제약이 생겼다. 30일 이내에 1백 명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청원의 내용이 공개되며,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한다거나 지방자치단체 고유 업무에 해당하는 것은 답변이 어렵다고 명시하고 있다. 형식상으로는 위더피플과 유사해졌다. 또 청와대 및 정부에 대한 민원·제안 및 공익신고·고발 등은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신문고(www.epeople.go.kr)를 이용해 달라고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답변 범위를 벗어난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삼권분립을 흔드는 청원도 계속되고, 동료 시민에 대한 혐오와 조롱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누군가를 처벌해 달라거나 철저히 수사해 달라거나 안타까운 사연,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도 많다. 입법, 정책 제안, 제도 개선 요청이 주를 이루는 국회 청원과 큰 차이다. 국회 청원에서 개인적인 민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청원 심사 소위가 제대로 열리지 않고, 심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국회 청원은 ‘공적 영역’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국민 청원은 ‘직접 소통’이라는 명분을 들고 나왔지만 지금까지 운영되어 온 청원·민원 제도의 절차와 규범을 파괴하고 시민들로 하여금 오로지 대통령을 향해 읍소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사회적 갈등을 확대·재생산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각각 183만 명, 33만8천 명이 참여한 정당 해산 청원은 내전을 방불케 하는 것이었다.9) 각 진영이 똘똘 뭉쳐 상대를 비방하고 적대시한다. 선거를 통해 정당에 책임을 묻는 민주주의 일반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도 25만 명이 넘었다. 정당 해산도 탄핵도 청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은 물론이다. 이들이 오프라인에서 부딪힌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고 싶지 않은 혼란이다.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 대한 비난, 혐오도 사회적 규범을 넘어서고 있다.
정치는 시민들의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데 의미가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은 그런 면에서 적절한 정치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라는 정부의 정치철학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선한 의지가 선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절대선’이 아니라 ‘최선’을 추구하는 제도다. 청원 제도도 민주주의의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 절차와 규범을 지켜야 하며 권력은 절제해서 사용해야 한다. 권한에는 언제나 책임이 뒤따른다. 입법부, 사법부의 영역 등 대통령의 권한 밖에 있는 청원에 대해 답하는 것은 답변의 내용과 상관없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 국민 청원이, 타협할 수 없는 갈등의 대결을 조장하는 장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일방적 주장과 과장된 분노, 부풀려진 여론은 결국 민주주의를 공허하게 만든다.
자료: 국회 의안 정보 시스템 재구성(2019/05/31 기준)
주: *2019/05/31 현재
<끝>
주석
1) 홈리스(homeless)는 노숙인보다 넓은 개념으로 주거가 불안정한 계층 전체를 지칭한다.
2) ▲ 의료 영리화를 허용하는 <의료채권법>, ▲ 외국 영리 병원 규제를 완화하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의료 기관 설립에 관한 특별법> 제정, ▲ 원격의료 허용, 의료법인 인수합병, 병원 경영 지원 회사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 ▲ 제주도에 국내 영리 병원을 허용하는 <제주특별자치도법> 개정, ▲ 개인 질병 정보 공개를 담은 <보험업법> 등이다.
3) <장애인 이동 보장법 제정 추진 국회의원 모임 참가 의원 명단> 강창일, 권선택, 김명자, 김선미, 김재윤, 김춘진, 노현송, 박찬석, 박홍수, 백원우, 복기왕, 심재덕, 안민석, 안영근, 유승희, 유필우, 이경숙, 이시종, 이화영, 이철우, 임종인, 장경수, 장향숙, 최재천, 홍미영(이상 열린우리당, 25명) 고진화, 김영숙, 나경원, 박재완, 안명옥, 엄호성, 이계경, 이계진, 이인기, 정두언, 정화원, 진수희(이상 한나라당, 12명) 강기갑, 권영길, 노회찬, 단병호, 심상정, 이영순, 조승수, 천영세, 최순영, 현애자(이상 민주노동당, 10명) 김종인, 김홍일, 김효석, 손봉숙, 이낙연, 이상열, 이승희, 이정일, 한화갑(이상 민주당, 9명) 정몽준(이상 국민통합21, 1명) 최인기(이상 무소속, 1명) 총 58명(권박효원 2004).
4) <국회법>이 개정되어 앞으로는 일정한 기간 동안 일정 인원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국회의원 소개 없이도 청원을 제출할 수 있다. 제123조(청원서의 제출) ① 국회에 청원을 하려는 자는 의원의 소개를 받거나 국회 규칙으로 정하는 기간 동안 국회 규칙으로 정하는 일정한 수 이상의 국민의 동의를 받아 청원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5) * 법정 민원 :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 또는 증명 신청
* 질의 민원 : 행정 업무에 관한 설명이나 해석 요구
* 건의 민원 : 해당 사안에 대한 개선 요구
6) <헌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26조 ①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 ② 국가는 청원에 대하여 심사할 의무를 진다.
7) <국회법> 제126조(정부 이송과 처리 보고) ① 국회가 채택한 청원으로서 정부에서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청원은 의견서를 첨부하여 정부에 이송한다.
② 정부는 제1항의 청원을 처리하고 그 처리 결과를 지체 없이 국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8) 미국 백악관 위더피플 웹사이트 주소, https://petitions.whitehouse.gov
9) 2019년 4월 22일 시작된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은 6일 만에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넘어섰고, 최종 183만 명이 참여하여 국민 청원 게시판이 만들어진 이래 가장 많은 참여 인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항하듯 등장한 민주당 해산 청구 청원이 4월 29일 시작되어 약 33만 명이 참여했다. 이에 대해 2019년 6월 11일 청와대 강기정 정무 수석은 “국민은 선거를 통해 주권을 행사”한다며 “정당 해산 청구는 정부의 권한이기도 하지만, 주권자이신 국민의 몫으로 돌려 드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답변했다.
참고문헌
● 정재환. 2018. “미국의 ‘위더피플’ 사례를 통해 살펴본 청와대 국민 청원의 개선 방안.” 국회입법조사처.
● 권박효원. 2004. “‘장애인이동보장법’ 여야 의원 공동추진.” <오마이뉴스>(09/02).
박선민 l 보좌관
민주노동당이 처음으로 국회의원을 배출했던 2004년 이래 줄곧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진보정당 최장수 보좌관이자 유일한 여성 보좌관이다. 정치가 좋아져야 약자들의 권리도 보장된다는 믿음을 버팀목 삼아 단단한 널빤지에 못을 박는 심정으로 일하는데, 때때로 망치를 집어던지고 싶어 한다. 다행히 왼손이 오른손을 붙잡고 있다. ‘유머 있는 정치인이 얼마나 있느냐’를 ‘좋은 민주주의’의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약자를 위해 싸우라’는 말을 즐겨 쓴다. 『복지국가 여행기: 스웨덴을 가다』(2012), 『불편할 준비』(공저, 2018)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