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베버(Max Weber)는 ‘싸우고 있는 신들’ 간의 갈등은 제거될 수 없다고 했다. 정치는 어느 한 쪽의 신을 택하는 게 아니다. 해결할 수 없는 도덕적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되 최선을 다해 합의가 가능한 입장을 찾아야 한다.
나와 정반대의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정치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사려 깊은 태도와 숙고하는 자세,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현명함이다. 민주주의자라면 말이다.
「의회 정치의 현장」을 연재하며
“국회에 대한 불신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뭔가요?” 누가 물으면 “국회에 대한 불신이라는 말을 안 쓰면 됩니다.”라고 답한다. 우리 사회에서 국회만큼 욕을 많이 먹는 곳도 없을 것이다.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건만 칭찬은 가뭄에 콩 나듯 듣고, 비난은 장마철 콩나물 자라듯 듣는다. 정치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쉽게 비난하며, 그것이 정의롭고 공익적인 일이라고 착각한다. 국회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어 입법부의 권한을 줄였을 때 나타날 사회적 결과는 어떤 것일까? 강자들의 권한은 더 강해지고, 약자들의 권리는 더 줄어들 것이다. 입법부가 가진 모든 권한은 시민의 대리자로서 부여받은 것이다. 좋은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입법부가 위임받은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 시각에서 의회정치 현장에서 본, 살아 있는 정치를 전하려 한다. 국회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어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국회는 오늘도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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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정치의 현장 ③ 성 소수자 의제가 갖는 정치적 함의
글쓴이 ㅣ 박선민 보좌관
신념의 종교와 타협의 정치
나는 기독교인이다. 일요일이면 가능한 한 예배를 드리려고 한다.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불완전한 인간에게 절대자의 존재는 최고의 위로이자 쉴 만한 안식처가 되기 때문이다. 원래 다니던 교회가 너무 멀어 집에서 가까운 곳을 전전하다 고정적으로 나가게 된 교회가 있었다. 설립된 지 60여년 된 중형 교회였는데, 설교도 좋았지만 찬양이 특히 아름다웠다. 천상의 목소리 같은 찬양대의 찬양을 듣노라면 마음이 선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예배 도중 목사님이 <군형법> 개정안을 언급했다. 이 법 개정안은 군대 내에 동성애를 확산하는 것이므로 절대 통과되어서는 안 되며,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달라는 것이었다. '공동 발의한 의원들의 연락처가 비치되어 있으니 항의 전화를 하라'고 구체적 행동까지 안내했다. 의원실에 끊임없이 걸려 오던 항의 전화의 출처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그날은 예배를 끝까지 드리지 못했다. 그 자리에 앉아 있기가 괴로웠다. 바로 일어나서 나왔고, 다시 그 교회에 가지 않았다.
한국 개신교1)는 성 소수자2)가 신의 창조 질서에 어긋난다고 말한다. 신은 인간을 남성과 여성으로만 창조했다는 것이다.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종교적 해석을 존중한다. 다만, 사회의 수용도가 높아지는 만큼 기독교의 해석도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토마스 아퀴나스 이전의 기독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철학도 거부하지 않았던가.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는 무시무시한 종교재판에 회부되기도 했다.
내가 수용하기 어려웠던 것은 종교적 해석이 아니라 성 소수자에 대한 종교인의 정치적 행동이었다.
종교는 신념을 기반으로 하며 타협을 허용하지 않는다.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아야 하는 게 종교다. 종교전쟁이 그 어느 전쟁보다 잔인하고 파괴적인 것은 신에 의해 부여받은 소명이라는 신념이 내재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치에서 절대적 올바름은 없다. 정치는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는다. 입장이 전혀 다른 상대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최선의 타협점을 찾아가는 것이 정치다. 따라서 신앙이 정치로 발현되는 것은 위험하다. 정치의 ‘타협 기능’이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종교의 사회 참여는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동료 시민을 배제하고, 권한을 박탈하기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 신의 권위를 앞세워 타인을 정죄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문제가 된 <군형법>을 살펴보자
제92조의6(추행)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 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3)
제92조의 6(추행)은 군인, 군무원, 군적을 가진 군(軍) 학교의 학생·생도 등에 대해 추행을 한 사람은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2014년 3월, 해당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이 발의되자 우리 의원실을 포함해 공동 발의한 의원실은 항의 전화가 폭주해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4) 전화는 몇 주에 걸쳐 하루 종일 끊임없이 걸려 왔다. 험한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반대 이유는 모두 같았다. 이 조항을 삭제하면 상관에 의한 추행이 빈번해지고, 군대 내 동성애가 확산될 것이며 결국 한국 사회에 동성애가 만연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일단, 제92조의6(추행)은 제목만 '추행'으로 되어 있지 실제 추행을 막으려는 목적의 조항이 아니다. 강간, 유사 강간, 강제 추행, 준강간, 준강제 추행을 처벌하는 조항은 따로 있다.
제92조(강간) 폭행이나 협박으로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을 강간한 사람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92조의2(유사 강간) 폭행이나 협박으로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한 사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92조의3(강제 추행) 폭행이나 협박으로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사람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92조의4(준강간, 준강제 추행)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 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사람은 제92조, 제92조의2 및 제92조의3의 예에 따른다.
폭행이나 협박, 심신상실, 항거 불능 상태를 이용해 강간, 유사 강간, 추행, 간음을 한 사람은 모두 <군 형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 군대 내에서 위계에 의해 이루어지는 성추행, 성폭력은 군 기강을 해이하게 하고, 군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관계없다. 강간과 추행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며 <군형법>은 이를 따로 명시하고 있다. 2009년에 만들어진 조항이다.
그럼 제92조의6(추행)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조항일까?
이 조항의 비밀은 강제성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 조항에는 폭행, 협박, 심신상실, 항거 불능과 같은 전제가 없다. 항문 성교의 경우 모두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사실상 처벌 대상자는 동성이다. 여기서 따져 물을 것은 ‘동성 간 성관계’에 대한 입장이 아니다. 강제성을 띤 경우와 자발적인 경우를 같은 선상에서 처벌해도 될까? 이성 간에는 처벌 사유가 아닌데, 동성이라는 이유로 처벌해도 될까? 이는 법의 공평성에 대한 문제다. 인권 단체들은 해당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광수, 백미순, 박래군 외 5,687명은 <군형법>상 추행죄를 폐지하라는 입법 청원을 접수했다(2013년 6월). 국제적으로도 유엔 국가별 보편적 정례 검토(UPR, 2012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UNHRC, 2015년 11월)에서 폐지를 권고했고, 국제엠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도 폐지를 요청하고 있다.5)
국가인권위원회(2010)도 헌법재판소에 <군형법> 제92조6)에 대한 위헌법률심판(2008헌가21)에 관해 이 조항은 헌법에 정한 과잉 금지 원칙을 위반해 군인 동성애자들의 평등권 및 성적 자기 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7)
반면,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에 대해 2002년, 2011년, 2016년 세 차례에 걸쳐 합헌 판정을 내렸다. 2016년 7월, 헌법재판소 선고(2012헌바258) 전원 재판부 결정에 따르면 해당 조항은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과 징병제도하에서 단순한 행정상의 제재만으로는 동성 군인 간의 추행 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어려우므로 위 조항은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며 “동성 군인이 이성 군인에 비해 차별 취급을 받게 된다 하더라도 군의 특수성과 전투력 보존을 위한 제한으로서 차별 취급의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고 했다. 이 결정은 합헌 의견 5인, 위헌 의견 4인이었을 만큼 의견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사안이다.8)
<군형법> 개정안처럼 입장이 확연히 갈려 사회적 갈등이 심한 사안일수록 공론의 장에서 이성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찬성의 근거와 반대 의견의 근거, 사회의 변화와 미래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선의 합의점을 찾는 것이 입법부가 할 일이다. 차분히 시간을 두고 다룰 문제다.
공적 이성에 근거한 것일까?
성 소수자와 관련한 입법적 논의는 공적 이성에 근거해서 이루어지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긍정적이지 않다. 기독교계는 하나의 이익집단으로서 정치적 영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들의 영향력은 법안 통과를 저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발의한 법안을 철회시키는 데 이르고 있다.
2013년 2월 12일 김한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은 같은 해 4월 24일 철회되었다. 차별해서는 안 되는 사유에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최원식 의원 대표 발의 <차별금지법안>도 같은 날 철회되었다.9)
“모든 생활 영역에서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언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 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前科), 성적 지향(性的指向), 성 정체성, 학력(學歷), 고용 형태,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ㆍ예방할 수 있도록 포괄적이고 실효성 있는 “차별 금지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함으로써 사회 모든 영역에서 평등을 추구하는 헌법 이념을 실현하고 인간 존엄의 가치를 구현하고자 함” (김한길 의원 대표 발의 <차별금지법> 제안 이유). ※ 강조는 편집자
<차별금지법안>은 2007년 12월 정부 제출안을 시작으로 총 6건이 발의되었다. 정부 법안과 당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안(2008), 권영길 의원안(2011), 김재연 의원안(2012)은 발의 이후 계류되어 있다가 임기 만료 폐기된 바 있다. 이처럼 진보 정당 소속 의원실에 의해 꾸준히 발의되어 오던 법안인데 2013년 김한길, 최원식 의원 안이 철회된 후 현재까지 발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이정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성차별·성희롱 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이 철회되었다(2019년 2월 27일 발의, 3월 18일 철회). 이 법은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성차별과 성희롱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성차별과 성희롱에 대한 범위를 확대하고, 여성가족부장관의 실태 조사 의무, 고용·교육 등에서의 성차별 금지를 명시하는 등 성차별과 성희롱을 금지·예방하며, 피해를 구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10)
이 법에서는 ‘성차별’에 대한 정의가 문제되었다. ‘성차별이란 정당한 이유 없이 성별, 혼인 여부, 가족 안에서의 지위, 임신, 출산, 신체적 조건 등 성별 등을 이유로 우대하거나,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하는 등 불리하게 대우하는 경우 등을 말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양성(남성·여성)’이라는 명확한 명시가 없는 성 평등은 곧 성 소수자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의원실에 항의 전화가 빗발치자, 공동 발의 의원 중 한 명이 철회를 요청했고, 결국 10명의 공동 발의 인원을 채우지 못해 현재까지 철회 상태이다.11)
국회에서 동성애 의제는 어떻게 다뤄져왔나.
국회에서 ‘동성애’에 대한 언급은 1997년에 처음 나온다. 이때는 성 소수자 의제를 다룬 것이 아니라 태아 성감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질의 도중에 나온 언급이다.12) 성 소수자에 대한 실질적 언급은 16대 국회에서 시작된다. 2000년 9월 방송인 홍석천 씨가 성 소수자임을 밝히면서 방송사에서 출연 취소를 통보하자, 이를 둘러싸고 논쟁이 발생한 것이다. 홍 씨는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성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회적 갈등이 국회 안으로 인입되어 다루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당시 의원들의 질의와 행정부의 답변 내용을 보면 신중하고 진취적이다.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임을 인정하면서도 제도 보완의 방법을 찾고 있다.
이종걸 의원은 2000년 11월 7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질의를 통해 보건복지부가 동성애자들을 잠재적인 에이즈(AIDS) 환자·전파자로 보는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고, 종합적인 상담 공간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동성애자들이 자주 출입하는 카페나 주점이 ‘과잉 단속’되고 있다며, 이는 편견의 소치라고 주장하고, 동성애에 대해 근거 없는 내용이 서술된 교과서의 수정을 요구했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한 답변에서 “개인의 성적 취향(sexual orientation) 자체에 대하여는 정부가 개입할 성격이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했고, “일상생활을 통해서는 HIV 감염이 전파되지 않으며 이와 관련하여 올바른 지식의 확산을 위해 교과서에 잘못된 내용이 확인된다면 바로잡도록 교육부와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심재권 의원의 질의에 대한 문화방송 사장의 답변도 개인 생각임을 전제로 “단순히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출연을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했다. 다만, “우리 사회와 시청자들의 정서가 거부감 없이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고 본다며 신중한 검토 입장을 밝혔다. 질의와 답변 모두 성 소수자를 비하하거나 선정적 언어를 동원하지 않았다. 품위 있게 갈등을 다루고 있다.
○ 심재권 위원 : 최근 탤런트 홍석천 씨가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커밍아웃을 한 후 각 방송사가 출연 취소 통보를 해 동성애자 인권단체 등에서 반발하고 있다. 홍 씨에 의하면 MBC로부터 ‘뽀뽀뽀’ 출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MBC 사장님께 묻겠다. 동성애자 출연에 대한 MBC의 내규가 있다면 밝혀 주십시오. 만일 없다면 개인적인 의견이라도 밝혀 주시기 바란다.
○ (주)문화방송사장 노성대 : 우리 사회의 동성애자 문제는 비교적 최근에 거론된 것이라, 저희 회사에 출연 규제와 같은 내규는 갖고 있지 않습니다. 아직 제작진과 이 문제에 대해 충분한 상의를 해 본 것은 아니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단순히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출연을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이 문제와 관련한 우리 사회와 시청자들의 정서가 거부감 없이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여 신중히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2000년 11월 2일 제215회 국회(정기회) 문화관광위원회)
16대 국회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제정된 시기이기도 하다(2001년 5월). 사실, 지금 기독교계가 완강히 막고 있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 행위 금지는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명시되어 있다. 제정 당시부터 포함된 조항이다.13) 법 제정 전 실시한 공청회에서 진술인 김창석은 국가기구가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 조사 업무도 해야 하며, 인권 기구가 이런 일을 한다면 전 국민이 교육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큰 반대 없이 수용되었다.
○ 진술인 김창석 : (인권 기구는) 인권침해 행위뿐만 아니라 차별 행위도 조사하게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최근에 있었던 예로 탤런트 홍석천 씨 같은 경우에 동성애자라는 것을 밝히는 이른바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그래서 출연하던 방송국에서 출연 금지를 당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성적 지향에 의해 차별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는데 지금 국가기구에서 그런 것을 조사할 수 있는 기구가 없습니다.
○ 최병국 위원 : 고충처리위원회 같은 데에서 할 수 없을까요?
○ 진술인 김창석 : 제가 보기에는 인권위원회에서 하는 것이 가장 낫다고 봅니다.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 행위이기 때문에 이런 것도 인권의 범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권 기구가 조사해서 발표하게 되면 전 국민이 교육이 되는 효과도 본다고 봅니다.
(2001년 3월 5일 법제사법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법안에 관한 공청회>)
‘성적 지향’을 둘러싼 논쟁은 그로부터 한참 뒤인 2007년에 발생한다. 앞서 언급한 <차별금지법안> 제정이 추진된 시기다. 이 법을 입법 예고하자 기독교계의 반대가 표면화되었고, 결국 법 제정은 좌절되었다. 이는 <사립학교법> 개정과 맞물린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17대 국회에 4대 개혁 입법 과제14)의 하나로 개방형 이사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했다. 개신교는 이를 신앙 교육의 자유와 권리를 위협하는 종교 탄압이라고 보아 거세게 반대했다. 한나라당과 개신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5년 12월 <사립학교법>은 개정되었다.15)
법이 개정되자 당시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의원들을 이끌고 장외투쟁에 나섰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 단체와 함께 ‘사학법 수호 범국민운동본부'를 발족하고, “순교의 정신으로 사학 악법의 철폐 및 재개정을 끝까지 관철한다.”고 선포하면서 <사립학교법> 재개정에 나섰다.16) 갈등의 양상은 점차 고조되었고, 낙선 운동까지 불사하자 결국 <사립학교법>은 2007년 7월 3일 다시 개정되었다.17) 애초에 개정되었던 내용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었다. 기독교계는 정치권을 압박하는 방법을 학습했고, 보수 정당은 이념과 종교가 결합된 강고한 기반을 갖게 되었다.
20대 국회, 동성애를 문제 삼는 이유
국회 회의록에서 “동성애”를 검색하면, 15대 국회 1건을 시작으로 16대 46건, 17대 45건, 18대 22건이라고 나온다. <군 형법> 개정안 발의, <차별금지법> 발의 및 철회 등의 사건이 있었던 19대 국회에서도 동성애 언급은 43건에 머물렀다. 그런데 20대 국회에서는 3년여 기간 동안(2019년 7월 11일 현재) 무려 130건이 언급되었다. 동성애보다 중립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성 소수자”를 검색하면 17대 5건, 18대 2건, 19대 20건, 20대 64건으로 나온다. 20대 국회의 경우 “동성애”와 “성 소수자”를 더하면 194건의 발언이 있었다. 역대 국회 발언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18)
인사청문회에서는 국가인권위원장은 물론, 교육부 장관, 여성가족부 장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헌법재판소장, 대법관 후보자 모두 예외 없이 성 소수자에 대한 견해를 ‘확인’ 받아야 했다.
◯ 박지원 위원 : 동성애, 동성혼에 대해 후보자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문형배 : 동성애는 찬반의 영역에 속하지 않고 동성혼은 현 단계에서는 반대입니다.
(2019년 4월 9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문형배 인사청문회)
◯ 이채익 위원 :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만, 이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으면 오늘 12시 계속 가더라도 저는 절대 이 회의를 계속할 겁니다. 분명히 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니까 후보 본인이 찬성인지 반대인지 그것만 얘기하세요. 다른 얘기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유남석 : 찬성…… 그러니까 제가 동성애를 하는 것을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 동성애 하는 사람들의 그것……
◯ 이채익 위원 : 그러면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하시면 될 것 아닙니까? 자꾸 아까도 ‘우리 사회가 관용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런 식으로 말씀을 드리니까 지금 SNS에서도 난리가 나 있잖아요.
(2018년 09월 12일 헌법재판소장 유남석 임명 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심지어 후보자의 견해를 묻는 것을 넘어 후보자가 국회의원으로서 주최했던 토론회에 ‘레즈비언 출신 ○○○ 변호사가 토론자로 참석했다.’는 지적도 있었다.19)
답변도 문제의 핵심을 회피하기는 마찬가지다.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 군 형법 92조의6에 대한 견해를 묻는 정갑윤 의원의 질의에 이미선 후보자는 “진지하게 법적 검토를 한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저의 어떤 법적 견해를 밝힐 만한 그런 입장은 아닙니다.”라고 했다.20)
이 밖에도 청소년들이 ‘바텀 알바’, 항문 알바를 한다는 등 성 소수자 관련 질의는 매우 공격적이고 지나치게 선정적이다.21) 별다른 근거 없이 HIV/AIDS 감염인을 비하하고, 성 소수자를 모욕한다.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에이즈의 주범 동성애자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라거나 동성애의 위험성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홍보를 강화하라는 것이다. 성 소수자에 대한 왜곡된 시선은 폭이 넓고도 집요하여 ‘다양한 가족’이라는 표현에도 제동이 걸린다. 다양한 가족에는 성 소수자 가족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토록 집요하게 ‘동성애’를 문제 삼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 소수자 의제는 선명하다. 지지자도 분명하다. 주장만 앞세우면 되기에, 상대와 굴욕적으로 타협하지 않아도 된다. 애초에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제가 아니다. 상대를 공격함으로써 지지 기반을 확고히 하는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만들어진 쟁점’은 의도적 거짓말과 과장으로 실제적 문제를 은폐하고 시민들을 현혹한다. 시민들은 사실에 근거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본래 사회적 합의는 타인의 입장을 존중하는 데서 출발하는데, 여기서 성 소수자는 동료 시민으로 존중할 대상도, 합의의 상대도 아니다. 갈등은 깊어지고 사회는 분열한다. 정치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진다. 빈 공간은 반(反)정치가 채운다. 반정치는 이견을 허용하지 않으며 감정을 자극하고, 도덕주의를 앞세워 공적 논증을 생략하고, ‘적대적 상대’에 대한 공격을 강화한다.
민주주의자가 갈등을 다루는 방법
성 소수자 의제는 인권 문제에 머무르지 않는다. 정치와 반(反)정치, 민주와 반(反)민주 사이에 놓여 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비타협적 정치가 필요했다. 박찬표(2002)는 이를 ‘경합장형 의회’ 기능이라고 평가했다.22) 이 경우 국회는 ‘민주-반민주 구도를 둘러싼 정치적 대립과 경쟁의 장’이었기에 타협의 여지가 적거나 거의 없다. 그는 권위주의 정권의 해체와 민주화가 진행된 시점에서 국회는 ‘정책 결정형 의회’로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고 했다. 정책 결정형 의회는 공적 절차가 중요하며 이성과 논증을 통한 합의를 기반으로 한다.23) 이처럼 국회는 ‘경합장형 의회’가 될 수도 있고, ‘정책 결정형 의회’가 될 수도 있다. 성 소수자 의제가 다루어지는 방식을 주목하는 이유다.
민주주의라면 정당은 정책 경쟁을 통해 권력을 획득해야 한다. 민주주의라면 정당 간 대립과 반목이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얼마나 평화적으로 잘 관리하느냐가 정치의 실력과 수준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라면 정치는 시민들이 수동적으로 반응하고, 화를 내게 할 것이 아니라 조직하고 참여하게 해야 한다. 민주주의라면 개인의 발전, 평등의 확산, 안전하고 편안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서 정치 가능성이 확인되어야 한다.
막스 베버(Max Weber)는 ‘싸우고 있는 신들’ 간의 갈등은 제거될 수 없다고 했다. 정치는 어느 한 쪽의 신을 택하는 게 아니다. 해결할 수 없는 도덕적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되 최선을 다해 합의가 가능한 입장을 찾아야 한다. 나와 정반대의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정치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사려 깊은 태도와 숙고하는 자세,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현명함이다. 민주주의자라면 말이다. <끝>
주석
1) 이 글에서 ‘기독교’로 표기한 것은 ‘한국 보수 개신교’를 말한다. 서명삼(이화연대)은 보수 개신교를 구개신교 우파(OCR, Old Christian Right)와 신개신교 우파(NCR, New Christian Right)로 분류하나 이 글의 논점과 관련이 적어 보수 개신교로 통칭한다.
2) 이 글에서 동성애(자)와 성 소수자는 두 단어의 실제 의미로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국회 내에서 ‘동성애’는 비하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성 소수자는 비교적 중립적 언어로 사용된다. 글의 맥락상 사용한 언어를 그대로 인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우에는 ‘동성애’로 표기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성 소수자로 표기한다.
3) <군형법>
제1조(적용 대상자) ① 이 법은 이 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대한민국 군인에게 적용한다. ② 제1항에서 “군인”이란 현역에 복무하는 장교, 준사관, 부사관 및 병(兵)을 말한다. 다만, 전환 복무(轉換服務) 중인 병은 제외한다. ③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군인에 준하여 이 법을 적용한다.
1. 군무원 2. 군적(軍籍)을 가진 군(軍)의 학교의 학생·생도와 사관후보생·부사관후보생 및 「병역법」 제57조에 따른 군적을 가지는 재영(재영) 중인 학생 3. 소집되어 복무하고 있는 예비역·보충역 및 전시 근로역인 군인.
4) 제92조6을 삭제하는 <군형법> 개정안은 2014년 3월(진선미 대표 발의), 2017년 5월(김종대 의원 대표 발의) 두 차례에 걸쳐 발의되었다.
8) 김종대 의원 대표 발의 <군형법> 개정안 법제사법위원회 검토 보고서 (2017.9.)에서 재인용(아래)
“헌재 2002.6.27. 2001헌바70 결정에서는 합헌 의견 7인, 위헌 의견 2인이었고, 헌재 2011.3.31. 2008헌가21 결정에서는 합헌 의견 5인, 위헌 의견 3인, 한정 위헌 의견 1인이었으며, 헌재 2016.7.28. 2012헌바258 결정에서는 합헌 의견 5인, 위헌 의견 4인이었다.
헌재 2016.7.28. 2012헌바258 결정에서의 반대 의견 주요 요지는 다음과 같다.
심판 대상 조항은 범죄구성요건을 ‘그 밖의 추행’이라고 규정하면서 강제성 수반 여부에 대해서는 불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강제성이 없는 자발적 합의에 의한 음란 행위와 강제성이 강한 폭행⋅협박에 의한 추행을 동일한 형벌 조항에서 동등하게 처벌하도록 하여 형벌 체계상 용인될 수 없는 모순을 초래하고 있다.…… 심판 대상 조항은 행위의 시간⋅장소에 관하여도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고 법원의 판례에 의하여 설시된 보호법익마저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보니, ‘군영 외에서 이루어진 음란 행위’ 등이 심판 대상 조항에 해당되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이와 같이 심판 대상 조항은 수범자의 예측 가능성을 박탈하고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 법해석 가능성을 초래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
11) <국회법>상 법안 발의는 대표 발의 의원 외에 9명의 의원이 찬성을 조건으로 한다.
12) “신한국당 경주시 을지구 출신 임진출 의원입니다. 신랑 신부 결혼연령 차이의 증가, 재혼의 증가, 해외로부터의 신부 수입, 독신의 증가 등 전통적인 결혼 풍속도에 변화가 올 것이고 동시에 짝짓기의 실패로 인한 성폭력이나 포르노 등 성과 관련된 범죄의 증가와 남성 동성애로 인해 에이즈와 같은 성병의 증가도 우려됩니다”(1997년 2월 28일(금) 국회 본회의, 사회 문화에 관한 질문 중).
13)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3.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출생지, 등록 기준지, 성년이 되기 전의 주된 거주지 등을 말한다),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조건, 기혼·미혼·별거·이혼·사별·재혼·사실혼 등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전과), 성적(성적) 지향, 학력, 병력(병력) 등을 이유로 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만, 현존하는 차별을 없애기 위하여 특정한 사람(특정한 사람들의 집단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잠정적으로 우대하는 행위와 이를 내용으로 하는 법령의 제정·개정 및 정책의 수립·집행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이하 “차별 행위”라 한다)로 보지 아니한다.
가. 고용(모집, 채용, 교육, 배치, 승진, 임금 및 임금 외의 금품 지급, 자금의 융자, 정년, 퇴직, 해고 등을 포함한다)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
나. 재화·용역·교통수단·상업시설·토지·주거시설의 공급이나 이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
다. 교육 시설이나 직업훈련 기관에서의 교육·훈련이나 그 이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
라. 성희롱[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 기관(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초·중등교육법」 제2조, 「고등교육법」 제2조와 그 밖의 다른 법률에 따라 설치된 각급 학교, 「공직자윤리법」 제3조의2제1항에 따른 공직 유관 단체를 말한다)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여 또는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행위
14) 4대 개혁 입법 :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사 진상규명법, 언론관계법을 말한다. 출처 : 위키백과 (최종 검색 : 2019/07/25).
18) 중복을 제거하지 않았기에 실제 발언 건수는 이보다 적을 수 있다. 역대 국회 발언 추이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동일한 조건에서 검색한 전체 건수만을 비교 대상으로 한다.
19)
◯ 김순례 위원 : 진지한 교인이라는 말씀이지요?
◯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 진선미 : 예.
◯ 김순례 위원 : 맞습니다. 인정하겠습니다. 그런데 기독교에서는요, 아이러니하게도 동성애에 대해서 굉장히 극렬한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성경의 교리와 동성애가 배치되는 이런 의견 속에서 상당히 많이 충돌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보자께서는 2014년도 동성애자들의 동거 생활에 결혼에 준하는 혜택을 줄 수 있는 생활 동반자에 관한 법률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토론회장에는 패널로 레즈비언 출신의 장○○ 변호사가 참석했습니다.
(2018년 9월 20일 국무위원 후보자 여성가족부장관 진선미 인사청문회 회의록)
20)
◯ 정갑윤 위원 :그러면 진보 성향의 재판관이 들어가면 제일 먼저 손…… 지금 재판이 계류 중에 있는 게 뭡니까? 군 형법 92조의6입니다. 이게 지금까지는 세 번에 걸쳐서 합헌이 났는데 만약에 후보자가 지금 현재까지 알려진 바대로 하면, 들어가면 오히려 4 대 5로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이미선 : 일단 군 동성애 금지에 대해서 제가 진지하게 법적 검토를 한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저의 어떤 법적 견해를 밝힐 만한 그런 입장은 아닙니다. 다만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동성애 그 자체는 개인적인 영역이지만 동성애가 공적 영역으로 나오게 되면 그것은 헌법 37조에 따라서 제한이 가능하다는 게 제 기본 입장입니다.
◯ 정갑윤 위원 : 그래서 특히 군에서 군 형법 92조의6을 폐지하면 사실 군의 동성애를 인정해 주는 경우가 되거든요. 아시겠습니까? 그러면 결국은 군이라는 것은 전투력이 상실될 부작용을 초래하게 되고요, 사실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주장합니다. 동의하십니까?
◯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이미선 : 예, 유념하겠습니다.
(2019년 4월 10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이미선) 인사청문회)
21)
◯ 김순례 위원 : 본부장님, 바텀 알바라고 들어 보신 적 있어요?
◯ 질병관리본부장 정은경 :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 김순례 위원 : 모르시나요?
◯ 질병관리본부장 정은경 : 예.
◯ 김순례 위원 : 바텀 알바를 몰라요? 감염병과 모든 것을, 국가의 방역을 하고자 하는, 책임지는 최고의 수장이 바텀 알바를 모르십니까?
◯ 질병관리본부장 정은경 : 아니요, 들어 봤습니다. 작년 국감 때도 말씀이……
◯ 김순례 위원 : 들어 보셨지요? 모른다고 무시하지 마십시오. 이것을 모른다고 하면 질본에서 사퇴하세요. 당장 그 자리 나오세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청소년들이 왜 접촉 감염으로 에이즈가 확산되는지 아십니까? 유엔에이즈에서는 그렇게 많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질본에서는 무슨 일을 하고 있어요, 지금? 청소년들이 이런 성 접촉을 해가면서, 항문 알바를 하고 있으면서…… 아까 박사님 말씀 주시지 않았습니까? 항문 알바를 하고 있어요.
(2018년 10월 11일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포함) 국정감사)
22) 박찬표, 『한국의회정치와 민주주의』(후마니타스 2002).
23) 박선민, “공전 끝낸 국회, 다행... 야당 실력만큼 정부 실력도 좋아진다.” <오마이뉴스>(2018/05/17).
박선민 l 보좌관
민주노동당이 처음으로 국회의원을 배출했던 2004년 이래 줄곧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진보정당 최장수 보좌관이자 유일한 여성 보좌관이다. 정치가 좋아져야 약자들의 권리도 보장된다는 믿음을 버팀목 삼아 단단한 널빤지에 못을 박는 심정으로 일하는데, 때때로 망치를 집어던지고 싶어 한다. 다행히 왼손이 오른손을 붙잡고 있다. ‘유머 있는 정치인이 얼마나 있느냐’를 ‘좋은 민주주의’의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약자를 위해 싸우라’는 말을 즐겨 쓴다. 『복지국가 여행기: 스웨덴을 가다』(2012), 『불편할 준비』(공저, 2018)를 썼다.
정치란 나와 전혀 다른 입장의 사람과 타협점을 찾는 것이라는 말이 정말 와닿습니다. 그래서 요즘엔 불편하고 화나고 듣기 힘들더라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말을 끝까지 듣고 어떻게 반박할 수 있을지, 또는 그래도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 있는지 노력하는 중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보좌관님. 홧팅!!
막스 베버(Max Weber)는 ‘싸우고 있는 신들’ 간의 갈등은 제거될 수 없다고 했다. 정치는 어느 한 쪽의 신을 택하는 게 아니다. 해결할 수 없는 도덕적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되 최선을 다해 합의가 가능한 입장을 찾아야 한다.
나와 정반대의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정치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사려 깊은 태도와 숙고하는 자세,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현명함이다. 민주주의자라면 말이다.
「의회 정치의 현장」을 연재하며
“국회에 대한 불신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뭔가요?” 누가 물으면 “국회에 대한 불신이라는 말을 안 쓰면 됩니다.”라고 답한다. 우리 사회에서 국회만큼 욕을 많이 먹는 곳도 없을 것이다.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건만 칭찬은 가뭄에 콩 나듯 듣고, 비난은 장마철 콩나물 자라듯 듣는다. 정치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쉽게 비난하며, 그것이 정의롭고 공익적인 일이라고 착각한다. 국회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어 입법부의 권한을 줄였을 때 나타날 사회적 결과는 어떤 것일까? 강자들의 권한은 더 강해지고, 약자들의 권리는 더 줄어들 것이다. 입법부가 가진 모든 권한은 시민의 대리자로서 부여받은 것이다. 좋은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입법부가 위임받은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 시각에서 의회정치 현장에서 본, 살아 있는 정치를 전하려 한다. 국회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어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국회는 오늘도 일하고 있다.
***
의회정치의 현장 ③
성 소수자 의제가 갖는 정치적 함의
글쓴이 ㅣ 박선민 보좌관
신념의 종교와 타협의 정치
나는 기독교인이다. 일요일이면 가능한 한 예배를 드리려고 한다.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불완전한 인간에게 절대자의 존재는 최고의 위로이자 쉴 만한 안식처가 되기 때문이다. 원래 다니던 교회가 너무 멀어 집에서 가까운 곳을 전전하다 고정적으로 나가게 된 교회가 있었다. 설립된 지 60여년 된 중형 교회였는데, 설교도 좋았지만 찬양이 특히 아름다웠다. 천상의 목소리 같은 찬양대의 찬양을 듣노라면 마음이 선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예배 도중 목사님이 <군형법> 개정안을 언급했다. 이 법 개정안은 군대 내에 동성애를 확산하는 것이므로 절대 통과되어서는 안 되며,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달라는 것이었다. '공동 발의한 의원들의 연락처가 비치되어 있으니 항의 전화를 하라'고 구체적 행동까지 안내했다. 의원실에 끊임없이 걸려 오던 항의 전화의 출처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그날은 예배를 끝까지 드리지 못했다. 그 자리에 앉아 있기가 괴로웠다. 바로 일어나서 나왔고, 다시 그 교회에 가지 않았다.
한국 개신교1)는 성 소수자2)가 신의 창조 질서에 어긋난다고 말한다. 신은 인간을 남성과 여성으로만 창조했다는 것이다.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종교적 해석을 존중한다. 다만, 사회의 수용도가 높아지는 만큼 기독교의 해석도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토마스 아퀴나스 이전의 기독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철학도 거부하지 않았던가.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는 무시무시한 종교재판에 회부되기도 했다.
내가 수용하기 어려웠던 것은 종교적 해석이 아니라 성 소수자에 대한 종교인의 정치적 행동이었다.
종교는 신념을 기반으로 하며 타협을 허용하지 않는다.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아야 하는 게 종교다. 종교전쟁이 그 어느 전쟁보다 잔인하고 파괴적인 것은 신에 의해 부여받은 소명이라는 신념이 내재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치에서 절대적 올바름은 없다. 정치는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는다. 입장이 전혀 다른 상대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최선의 타협점을 찾아가는 것이 정치다. 따라서 신앙이 정치로 발현되는 것은 위험하다. 정치의 ‘타협 기능’이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종교의 사회 참여는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동료 시민을 배제하고, 권한을 박탈하기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 신의 권위를 앞세워 타인을 정죄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문제가 된 <군형법>을 살펴보자
제92조의 6(추행)은 군인, 군무원, 군적을 가진 군(軍) 학교의 학생·생도 등에 대해 추행을 한 사람은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2014년 3월, 해당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이 발의되자 우리 의원실을 포함해 공동 발의한 의원실은 항의 전화가 폭주해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4) 전화는 몇 주에 걸쳐 하루 종일 끊임없이 걸려 왔다. 험한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반대 이유는 모두 같았다. 이 조항을 삭제하면 상관에 의한 추행이 빈번해지고, 군대 내 동성애가 확산될 것이며 결국 한국 사회에 동성애가 만연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일단, 제92조의6(추행)은 제목만 '추행'으로 되어 있지 실제 추행을 막으려는 목적의 조항이 아니다. 강간, 유사 강간, 강제 추행, 준강간, 준강제 추행을 처벌하는 조항은 따로 있다.
폭행이나 협박, 심신상실, 항거 불능 상태를 이용해 강간, 유사 강간, 추행, 간음을 한 사람은 모두 <군 형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 군대 내에서 위계에 의해 이루어지는 성추행, 성폭력은 군 기강을 해이하게 하고, 군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관계없다. 강간과 추행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며 <군형법>은 이를 따로 명시하고 있다. 2009년에 만들어진 조항이다.
그럼 제92조의6(추행)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조항일까?
이 조항의 비밀은 강제성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 조항에는 폭행, 협박, 심신상실, 항거 불능과 같은 전제가 없다. 항문 성교의 경우 모두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사실상 처벌 대상자는 동성이다. 여기서 따져 물을 것은 ‘동성 간 성관계’에 대한 입장이 아니다. 강제성을 띤 경우와 자발적인 경우를 같은 선상에서 처벌해도 될까? 이성 간에는 처벌 사유가 아닌데, 동성이라는 이유로 처벌해도 될까? 이는 법의 공평성에 대한 문제다. 인권 단체들은 해당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광수, 백미순, 박래군 외 5,687명은 <군형법>상 추행죄를 폐지하라는 입법 청원을 접수했다(2013년 6월). 국제적으로도 유엔 국가별 보편적 정례 검토(UPR, 2012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UNHRC, 2015년 11월)에서 폐지를 권고했고, 국제엠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도 폐지를 요청하고 있다.5)
국가인권위원회(2010)도 헌법재판소에 <군형법> 제92조6)에 대한 위헌법률심판(2008헌가21)에 관해 이 조항은 헌법에 정한 과잉 금지 원칙을 위반해 군인 동성애자들의 평등권 및 성적 자기 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7)
반면,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에 대해 2002년, 2011년, 2016년 세 차례에 걸쳐 합헌 판정을 내렸다. 2016년 7월, 헌법재판소 선고(2012헌바258) 전원 재판부 결정에 따르면 해당 조항은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과 징병제도하에서 단순한 행정상의 제재만으로는 동성 군인 간의 추행 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어려우므로 위 조항은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며 “동성 군인이 이성 군인에 비해 차별 취급을 받게 된다 하더라도 군의 특수성과 전투력 보존을 위한 제한으로서 차별 취급의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고 했다. 이 결정은 합헌 의견 5인, 위헌 의견 4인이었을 만큼 의견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사안이다.8)
<군형법> 개정안처럼 입장이 확연히 갈려 사회적 갈등이 심한 사안일수록 공론의 장에서 이성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찬성의 근거와 반대 의견의 근거, 사회의 변화와 미래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선의 합의점을 찾는 것이 입법부가 할 일이다. 차분히 시간을 두고 다룰 문제다.
공적 이성에 근거한 것일까?
성 소수자와 관련한 입법적 논의는 공적 이성에 근거해서 이루어지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긍정적이지 않다. 기독교계는 하나의 이익집단으로서 정치적 영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들의 영향력은 법안 통과를 저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발의한 법안을 철회시키는 데 이르고 있다.
2013년 2월 12일 김한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은 같은 해 4월 24일 철회되었다. 차별해서는 안 되는 사유에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최원식 의원 대표 발의 <차별금지법안>도 같은 날 철회되었다.9)
<차별금지법안>은 2007년 12월 정부 제출안을 시작으로 총 6건이 발의되었다. 정부 법안과 당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안(2008), 권영길 의원안(2011), 김재연 의원안(2012)은 발의 이후 계류되어 있다가 임기 만료 폐기된 바 있다. 이처럼 진보 정당 소속 의원실에 의해 꾸준히 발의되어 오던 법안인데 2013년 김한길, 최원식 의원 안이 철회된 후 현재까지 발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이정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성차별·성희롱 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이 철회되었다(2019년 2월 27일 발의, 3월 18일 철회). 이 법은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성차별과 성희롱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성차별과 성희롱에 대한 범위를 확대하고, 여성가족부장관의 실태 조사 의무, 고용·교육 등에서의 성차별 금지를 명시하는 등 성차별과 성희롱을 금지·예방하며, 피해를 구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10)
이 법에서는 ‘성차별’에 대한 정의가 문제되었다. ‘성차별이란 정당한 이유 없이 성별, 혼인 여부, 가족 안에서의 지위, 임신, 출산, 신체적 조건 등 성별 등을 이유로 우대하거나,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하는 등 불리하게 대우하는 경우 등을 말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양성(남성·여성)’이라는 명확한 명시가 없는 성 평등은 곧 성 소수자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의원실에 항의 전화가 빗발치자, 공동 발의 의원 중 한 명이 철회를 요청했고, 결국 10명의 공동 발의 인원을 채우지 못해 현재까지 철회 상태이다.11)
국회에서 동성애 의제는 어떻게 다뤄져왔나.
국회에서 ‘동성애’에 대한 언급은 1997년에 처음 나온다. 이때는 성 소수자 의제를 다룬 것이 아니라 태아 성감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질의 도중에 나온 언급이다.12) 성 소수자에 대한 실질적 언급은 16대 국회에서 시작된다. 2000년 9월 방송인 홍석천 씨가 성 소수자임을 밝히면서 방송사에서 출연 취소를 통보하자, 이를 둘러싸고 논쟁이 발생한 것이다. 홍 씨는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성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회적 갈등이 국회 안으로 인입되어 다루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당시 의원들의 질의와 행정부의 답변 내용을 보면 신중하고 진취적이다.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임을 인정하면서도 제도 보완의 방법을 찾고 있다.
이종걸 의원은 2000년 11월 7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질의를 통해 보건복지부가 동성애자들을 잠재적인 에이즈(AIDS) 환자·전파자로 보는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고, 종합적인 상담 공간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동성애자들이 자주 출입하는 카페나 주점이 ‘과잉 단속’되고 있다며, 이는 편견의 소치라고 주장하고, 동성애에 대해 근거 없는 내용이 서술된 교과서의 수정을 요구했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한 답변에서 “개인의 성적 취향(sexual orientation) 자체에 대하여는 정부가 개입할 성격이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했고, “일상생활을 통해서는 HIV 감염이 전파되지 않으며 이와 관련하여 올바른 지식의 확산을 위해 교과서에 잘못된 내용이 확인된다면 바로잡도록 교육부와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심재권 의원의 질의에 대한 문화방송 사장의 답변도 개인 생각임을 전제로 “단순히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출연을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했다. 다만, “우리 사회와 시청자들의 정서가 거부감 없이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고 본다며 신중한 검토 입장을 밝혔다. 질의와 답변 모두 성 소수자를 비하하거나 선정적 언어를 동원하지 않았다. 품위 있게 갈등을 다루고 있다.
16대 국회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제정된 시기이기도 하다(2001년 5월). 사실, 지금 기독교계가 완강히 막고 있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 행위 금지는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명시되어 있다. 제정 당시부터 포함된 조항이다.13) 법 제정 전 실시한 공청회에서 진술인 김창석은 국가기구가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 조사 업무도 해야 하며, 인권 기구가 이런 일을 한다면 전 국민이 교육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큰 반대 없이 수용되었다.
‘성적 지향’을 둘러싼 논쟁은 그로부터 한참 뒤인 2007년에 발생한다. 앞서 언급한 <차별금지법안> 제정이 추진된 시기다. 이 법을 입법 예고하자 기독교계의 반대가 표면화되었고, 결국 법 제정은 좌절되었다. 이는 <사립학교법> 개정과 맞물린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17대 국회에 4대 개혁 입법 과제14)의 하나로 개방형 이사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했다. 개신교는 이를 신앙 교육의 자유와 권리를 위협하는 종교 탄압이라고 보아 거세게 반대했다. 한나라당과 개신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5년 12월 <사립학교법>은 개정되었다.15)
법이 개정되자 당시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의원들을 이끌고 장외투쟁에 나섰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 단체와 함께 ‘사학법 수호 범국민운동본부'를 발족하고, “순교의 정신으로 사학 악법의 철폐 및 재개정을 끝까지 관철한다.”고 선포하면서 <사립학교법> 재개정에 나섰다.16) 갈등의 양상은 점차 고조되었고, 낙선 운동까지 불사하자 결국 <사립학교법>은 2007년 7월 3일 다시 개정되었다.17) 애초에 개정되었던 내용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었다. 기독교계는 정치권을 압박하는 방법을 학습했고, 보수 정당은 이념과 종교가 결합된 강고한 기반을 갖게 되었다.
20대 국회, 동성애를 문제 삼는 이유
국회 회의록에서 “동성애”를 검색하면, 15대 국회 1건을 시작으로 16대 46건, 17대 45건, 18대 22건이라고 나온다. <군 형법> 개정안 발의, <차별금지법> 발의 및 철회 등의 사건이 있었던 19대 국회에서도 동성애 언급은 43건에 머물렀다. 그런데 20대 국회에서는 3년여 기간 동안(2019년 7월 11일 현재) 무려 130건이 언급되었다. 동성애보다 중립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성 소수자”를 검색하면 17대 5건, 18대 2건, 19대 20건, 20대 64건으로 나온다. 20대 국회의 경우 “동성애”와 “성 소수자”를 더하면 194건의 발언이 있었다. 역대 국회 발언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18)
인사청문회에서는 국가인권위원장은 물론, 교육부 장관, 여성가족부 장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헌법재판소장, 대법관 후보자 모두 예외 없이 성 소수자에 대한 견해를 ‘확인’ 받아야 했다.
심지어 후보자의 견해를 묻는 것을 넘어 후보자가 국회의원으로서 주최했던 토론회에 ‘레즈비언 출신 ○○○ 변호사가 토론자로 참석했다.’는 지적도 있었다.19)
답변도 문제의 핵심을 회피하기는 마찬가지다.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 군 형법 92조의6에 대한 견해를 묻는 정갑윤 의원의 질의에 이미선 후보자는 “진지하게 법적 검토를 한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저의 어떤 법적 견해를 밝힐 만한 그런 입장은 아닙니다.”라고 했다.20)
이 밖에도 청소년들이 ‘바텀 알바’, 항문 알바를 한다는 등 성 소수자 관련 질의는 매우 공격적이고 지나치게 선정적이다.21) 별다른 근거 없이 HIV/AIDS 감염인을 비하하고, 성 소수자를 모욕한다.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에이즈의 주범 동성애자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라거나 동성애의 위험성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홍보를 강화하라는 것이다. 성 소수자에 대한 왜곡된 시선은 폭이 넓고도 집요하여 ‘다양한 가족’이라는 표현에도 제동이 걸린다. 다양한 가족에는 성 소수자 가족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토록 집요하게 ‘동성애’를 문제 삼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 소수자 의제는 선명하다. 지지자도 분명하다. 주장만 앞세우면 되기에, 상대와 굴욕적으로 타협하지 않아도 된다. 애초에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제가 아니다. 상대를 공격함으로써 지지 기반을 확고히 하는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만들어진 쟁점’은 의도적 거짓말과 과장으로 실제적 문제를 은폐하고 시민들을 현혹한다. 시민들은 사실에 근거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본래 사회적 합의는 타인의 입장을 존중하는 데서 출발하는데, 여기서 성 소수자는 동료 시민으로 존중할 대상도, 합의의 상대도 아니다. 갈등은 깊어지고 사회는 분열한다. 정치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진다. 빈 공간은 반(反)정치가 채운다. 반정치는 이견을 허용하지 않으며 감정을 자극하고, 도덕주의를 앞세워 공적 논증을 생략하고, ‘적대적 상대’에 대한 공격을 강화한다.
민주주의자가 갈등을 다루는 방법
성 소수자 의제는 인권 문제에 머무르지 않는다. 정치와 반(反)정치, 민주와 반(反)민주 사이에 놓여 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비타협적 정치가 필요했다. 박찬표(2002)는 이를 ‘경합장형 의회’ 기능이라고 평가했다.22) 이 경우 국회는 ‘민주-반민주 구도를 둘러싼 정치적 대립과 경쟁의 장’이었기에 타협의 여지가 적거나 거의 없다. 그는 권위주의 정권의 해체와 민주화가 진행된 시점에서 국회는 ‘정책 결정형 의회’로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고 했다. 정책 결정형 의회는 공적 절차가 중요하며 이성과 논증을 통한 합의를 기반으로 한다.23) 이처럼 국회는 ‘경합장형 의회’가 될 수도 있고, ‘정책 결정형 의회’가 될 수도 있다. 성 소수자 의제가 다루어지는 방식을 주목하는 이유다.
민주주의라면 정당은 정책 경쟁을 통해 권력을 획득해야 한다. 민주주의라면 정당 간 대립과 반목이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얼마나 평화적으로 잘 관리하느냐가 정치의 실력과 수준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라면 정치는 시민들이 수동적으로 반응하고, 화를 내게 할 것이 아니라 조직하고 참여하게 해야 한다. 민주주의라면 개인의 발전, 평등의 확산, 안전하고 편안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서 정치 가능성이 확인되어야 한다.
막스 베버(Max Weber)는 ‘싸우고 있는 신들’ 간의 갈등은 제거될 수 없다고 했다. 정치는 어느 한 쪽의 신을 택하는 게 아니다. 해결할 수 없는 도덕적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되 최선을 다해 합의가 가능한 입장을 찾아야 한다. 나와 정반대의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정치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사려 깊은 태도와 숙고하는 자세,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현명함이다. 민주주의자라면 말이다. <끝>
주석
1) 이 글에서 ‘기독교’로 표기한 것은 ‘한국 보수 개신교’를 말한다. 서명삼(이화연대)은 보수 개신교를 구개신교 우파(OCR, Old Christian Right)와 신개신교 우파(NCR, New Christian Right)로 분류하나 이 글의 논점과 관련이 적어 보수 개신교로 통칭한다.
2) 이 글에서 동성애(자)와 성 소수자는 두 단어의 실제 의미로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국회 내에서 ‘동성애’는 비하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성 소수자는 비교적 중립적 언어로 사용된다. 글의 맥락상 사용한 언어를 그대로 인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우에는 ‘동성애’로 표기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성 소수자로 표기한다.
3) <군형법>
제1조(적용 대상자) ① 이 법은 이 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대한민국 군인에게 적용한다. ② 제1항에서 “군인”이란 현역에 복무하는 장교, 준사관, 부사관 및 병(兵)을 말한다. 다만, 전환 복무(轉換服務) 중인 병은 제외한다. ③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군인에 준하여 이 법을 적용한다.
1. 군무원 2. 군적(軍籍)을 가진 군(軍)의 학교의 학생·생도와 사관후보생·부사관후보생 및 「병역법」 제57조에 따른 군적을 가지는 재영(재영) 중인 학생 3. 소집되어 복무하고 있는 예비역·보충역 및 전시 근로역인 군인.
4) 제92조6을 삭제하는 <군형법> 개정안은 2014년 3월(진선미 대표 발의), 2017년 5월(김종대 의원 대표 발의) 두 차례에 걸쳐 발의되었다.
5) 김종대 의원 대표 발의 <군형법> 개정안 제안 이유 및 국제엠네스티 한국 지부, “폭력, 학대, 차별 조장하는 군 형법 제92조의6 폐지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2019/07/11).
6) 법률 제9820호를 기준으로 한 조항(2009/11/02). 이후 법 개정에 따라 제92조의6조가 되었다.
7) 국가인권위원회, <군형법> 제9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2008헌가21)에 대한 의견 제출(2010/10/25).
8) 김종대 의원 대표 발의 <군형법> 개정안 법제사법위원회 검토 보고서 (2017.9.)에서 재인용(아래)
“헌재 2002.6.27. 2001헌바70 결정에서는 합헌 의견 7인, 위헌 의견 2인이었고, 헌재 2011.3.31. 2008헌가21 결정에서는 합헌 의견 5인, 위헌 의견 3인, 한정 위헌 의견 1인이었으며, 헌재 2016.7.28. 2012헌바258 결정에서는 합헌 의견 5인, 위헌 의견 4인이었다.
헌재 2016.7.28. 2012헌바258 결정에서의 반대 의견 주요 요지는 다음과 같다.
심판 대상 조항은 범죄구성요건을 ‘그 밖의 추행’이라고 규정하면서 강제성 수반 여부에 대해서는 불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강제성이 없는 자발적 합의에 의한 음란 행위와 강제성이 강한 폭행⋅협박에 의한 추행을 동일한 형벌 조항에서 동등하게 처벌하도록 하여 형벌 체계상 용인될 수 없는 모순을 초래하고 있다.…… 심판 대상 조항은 행위의 시간⋅장소에 관하여도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고 법원의 판례에 의하여 설시된 보호법익마저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보니, ‘군영 외에서 이루어진 음란 행위’ 등이 심판 대상 조항에 해당되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이와 같이 심판 대상 조항은 수범자의 예측 가능성을 박탈하고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 법해석 가능성을 초래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
9) 김한길 의원 대표 발의 <차별금지법안>, 최원식 의원 대표 발의 <차별금지법안>
10) 이정미 의원 대표 발의 <성차별ㆍ성희롱 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
11) <국회법>상 법안 발의는 대표 발의 의원 외에 9명의 의원이 찬성을 조건으로 한다.
12) “신한국당 경주시 을지구 출신 임진출 의원입니다. 신랑 신부 결혼연령 차이의 증가, 재혼의 증가, 해외로부터의 신부 수입, 독신의 증가 등 전통적인 결혼 풍속도에 변화가 올 것이고 동시에 짝짓기의 실패로 인한 성폭력이나 포르노 등 성과 관련된 범죄의 증가와 남성 동성애로 인해 에이즈와 같은 성병의 증가도 우려됩니다”(1997년 2월 28일(금) 국회 본회의, 사회 문화에 관한 질문 중).
13)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3.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출생지, 등록 기준지, 성년이 되기 전의 주된 거주지 등을 말한다),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조건, 기혼·미혼·별거·이혼·사별·재혼·사실혼 등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전과), 성적(성적) 지향, 학력, 병력(병력) 등을 이유로 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만, 현존하는 차별을 없애기 위하여 특정한 사람(특정한 사람들의 집단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잠정적으로 우대하는 행위와 이를 내용으로 하는 법령의 제정·개정 및 정책의 수립·집행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이하 “차별 행위”라 한다)로 보지 아니한다.
가. 고용(모집, 채용, 교육, 배치, 승진, 임금 및 임금 외의 금품 지급, 자금의 융자, 정년, 퇴직, 해고 등을 포함한다)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
나. 재화·용역·교통수단·상업시설·토지·주거시설의 공급이나 이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
다. 교육 시설이나 직업훈련 기관에서의 교육·훈련이나 그 이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
라. 성희롱[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 기관(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초·중등교육법」 제2조, 「고등교육법」 제2조와 그 밖의 다른 법률에 따라 설치된 각급 학교, 「공직자윤리법」 제3조의2제1항에 따른 공직 유관 단체를 말한다)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여 또는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행위
14) 4대 개혁 입법 :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사 진상규명법, 언론관계법을 말한다. 출처 : 위키백과 (최종 검색 : 2019/07/25).
15) 복기왕 의원 대표 발의 <사립학교법> 개정안
16) 윤경원. “'사학수호'범국민연합체 '순교의 정신으로'출범”. <데일리안>(2005/12/29).
17) 이은영 의원 대표 발의 <사립학교법> 개정안
18) 중복을 제거하지 않았기에 실제 발언 건수는 이보다 적을 수 있다. 역대 국회 발언 추이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동일한 조건에서 검색한 전체 건수만을 비교 대상으로 한다.
19)
◯ 김순례 위원 : 진지한 교인이라는 말씀이지요?
◯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 진선미 : 예.
◯ 김순례 위원 : 맞습니다. 인정하겠습니다. 그런데 기독교에서는요, 아이러니하게도 동성애에 대해서 굉장히 극렬한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성경의 교리와 동성애가 배치되는 이런 의견 속에서 상당히 많이 충돌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보자께서는 2014년도 동성애자들의 동거 생활에 결혼에 준하는 혜택을 줄 수 있는 생활 동반자에 관한 법률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토론회장에는 패널로 레즈비언 출신의 장○○ 변호사가 참석했습니다.
(2018년 9월 20일 국무위원 후보자 여성가족부장관 진선미 인사청문회 회의록)
20)
◯ 정갑윤 위원 :그러면 진보 성향의 재판관이 들어가면 제일 먼저 손…… 지금 재판이 계류 중에 있는 게 뭡니까? 군 형법 92조의6입니다. 이게 지금까지는 세 번에 걸쳐서 합헌이 났는데 만약에 후보자가 지금 현재까지 알려진 바대로 하면, 들어가면 오히려 4 대 5로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이미선 : 일단 군 동성애 금지에 대해서 제가 진지하게 법적 검토를 한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저의 어떤 법적 견해를 밝힐 만한 그런 입장은 아닙니다. 다만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동성애 그 자체는 개인적인 영역이지만 동성애가 공적 영역으로 나오게 되면 그것은 헌법 37조에 따라서 제한이 가능하다는 게 제 기본 입장입니다.
◯ 정갑윤 위원 : 그래서 특히 군에서 군 형법 92조의6을 폐지하면 사실 군의 동성애를 인정해 주는 경우가 되거든요. 아시겠습니까? 그러면 결국은 군이라는 것은 전투력이 상실될 부작용을 초래하게 되고요, 사실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주장합니다. 동의하십니까?
◯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이미선 : 예, 유념하겠습니다.
(2019년 4월 10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이미선) 인사청문회)
21)
◯ 김순례 위원 : 본부장님, 바텀 알바라고 들어 보신 적 있어요?
◯ 질병관리본부장 정은경 :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 김순례 위원 : 모르시나요?
◯ 질병관리본부장 정은경 : 예.
◯ 김순례 위원 : 바텀 알바를 몰라요? 감염병과 모든 것을, 국가의 방역을 하고자 하는, 책임지는 최고의 수장이 바텀 알바를 모르십니까?
◯ 질병관리본부장 정은경 : 아니요, 들어 봤습니다. 작년 국감 때도 말씀이……
◯ 김순례 위원 : 들어 보셨지요? 모른다고 무시하지 마십시오. 이것을 모른다고 하면 질본에서 사퇴하세요. 당장 그 자리 나오세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청소년들이 왜 접촉 감염으로 에이즈가 확산되는지 아십니까? 유엔에이즈에서는 그렇게 많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질본에서는 무슨 일을 하고 있어요, 지금? 청소년들이 이런 성 접촉을 해가면서, 항문 알바를 하고 있으면서…… 아까 박사님 말씀 주시지 않았습니까? 항문 알바를 하고 있어요.
(2018년 10월 11일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포함) 국정감사)
22) 박찬표, 『한국의회정치와 민주주의』(후마니타스 2002).
23) 박선민, “공전 끝낸 국회, 다행... 야당 실력만큼 정부 실력도 좋아진다.” <오마이뉴스>(2018/05/17).
박선민 l 보좌관
민주노동당이 처음으로 국회의원을 배출했던 2004년 이래 줄곧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진보정당 최장수 보좌관이자 유일한 여성 보좌관이다. 정치가 좋아져야 약자들의 권리도 보장된다는 믿음을 버팀목 삼아 단단한 널빤지에 못을 박는 심정으로 일하는데, 때때로 망치를 집어던지고 싶어 한다. 다행히 왼손이 오른손을 붙잡고 있다. ‘유머 있는 정치인이 얼마나 있느냐’를 ‘좋은 민주주의’의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약자를 위해 싸우라’는 말을 즐겨 쓴다. 『복지국가 여행기: 스웨덴을 가다』(2012), 『불편할 준비』(공저, 2018)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