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훈 정치적 말의 힘] 팬덤정치4-무엇이 팬덤 정치를 불러오나 : 허약한 정당 구조

20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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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훈 정치적 말의 힘] 무엇이 팬덤 정치를 불러오나 : 허약한 정당 구조

바람 빠진 정당, 바람 탄 당원… 그 잘못된 만남의 뒤끝, 팬덤 정치



당원 877만명 세계 최고 수준
인구 대비 17%… 中도 6% 그쳐

2004년 이후 19차례 비대위
잦은 지도부 붕괴로 당은 황폐화
선거마다 의원들 절반이 교체

자발 아닌 매집으로 당원 늘려
당내경선 통과 위한 수단 전락
원하는 사람 리더로 세우려는
팬덤 당원들 입김 점점 거세져

혐오든 아첨이든 팬덤에만 몰두
정당보다는 개인에 추종 유도
소명의식 가진 리더 자리 좁아
당은 분열하고 지도자는 경멸   


1.

당원이 폭증했다. 당원 수로는 세계 최고다. 2021년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2020년도 정당의 활동개황 및 회계보고>에 따르면, 당원은 877만 명이다. 인구 대비 16.9%, 유권자 대비 19.9%다. 


같은 시기 중앙선관위선거연수원이 발표한 <각국의 정당·정치자금제도 비교연구>에 따르면, 영국의 노동당 당원은 50만 명 정도다. 영국 전체로는 1백만 명이 안 된다. 150년의 역사를 가진 독일 사민당 당원 수는 40만 명 조금 넘는다. 독일 전체는 130만 명 정도다. 인구 대비로 두 나라 모두 2% 미만이다. 대표적인 당-국가 체제이자, 4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만 당원이 될 수 있다는 중국은 어떨까? 인구 대비 6% 정도다.

속도도 대단했다. 2016년보다 260만 명이 늘었다. 2010년과 비교하면 450만 명이 늘었다. 2004년과 비교하면 무려 7백만 명 가까이 늘었다. 경이로운 당원 수 증가다.


선관위 신고 당원 수의 변화

년도

당원 수

인구대비 당원 비율

2004

1954522

4.0%

2005

2692103

5.5

2006

2929098

6

2007

3759045

7.6

2008

3877970

7.8

2009

4123687

8.3

2010

4790526

9.5

2011

5101584

10.4

2012

4781857

9.4

2013

5198389

10.1

2014

5245611

10.2

2015

5837061

11.3

2016

6101987

11.8

2017

7507952

14.5

2018

7825929

15.1

2019

8657559

16.7

2020

8771263

16.9



 

2.

당원이 폭발하는 동안, 정당들은 망가졌다. 정당 지도부는 선거를 주기로 붕괴를 반복했다. 2004년 이후 민주당과 국힘당 두 계열의 정당만 보더라도 총 31회나 지도부 붕괴를 경험했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정당들은 ‘단단한 조직력을 갖는 여당’, ‘안정된 지도부를 갖는 야당’의 특징을 유지해왔다. 한나라당이 15년을 유지한 것이나, ‘3김’으로 대표된 야당들이 안정된 지도부를 유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당들은 위기를 겪을 때마다 세력 연합의 방법으로 조직 안정과 지지 확대를 모색했다.

2004년 이후 달라졌다. 짧은 주기로 기존 지도부는 붕괴했고, 재창당과 당명변경이 이어졌다. 정당의 ‘비대위 체제’는 더 흥미로운 사례다. 과거 비대위는 주로 집권당의 탄압에 대응하기 위한 야당 내부의 투쟁 기구였다. 당연히 지도부 변경은 없었다. 2004년 이후 정당 비대위는 완전히 달랐다. 선관위에 ‘대표자 변경 신고’를 하는, 사실상 붕괴된 당 지도부의 대체물이었기 때문이다. 양당은 2004년 이후 총 19회, 지난 2년 동안에만 7번의 비대위 체제를 겪었다. 지금 집권당이 비대위 구성 때문에 혼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만큼 한국 정당의 몰락을 잘 보여주는 예도 없다. 


여야 양당의 지도부 붕괴

(창당, 합당, 당명개정, 비대위를 통한 대표자 변경)

연도

 

민주당 계열

국힘당 계열

창당, 합당, 당명개정

비대위 체제

창당, 합당, 당명개정

비대위 체제

2004년

1회

열린우리당

(대표자 김원기)

 

 

 

2005

2회


임채정 비대위

정세균 비대위

 

 

2006

1회

 

유재건 비대위

 

 

2007

1회

대통합민주신당

(대표자 오충일)

 

 

 

2008

2회

통합민주당

(대표자 손학규 박상천)

민주당

(대표자 손학규)

 

 

 

2009

 

 

 

 

 

2010

1회

 

 

 

김무성 비대위

2011

2회

민주통합당

(대표자 한명숙)

 


정의화 비대위

2012

2회

 

 

새누리당

(대표자 박근혜)

박근혜 비대위

2013

1회

민주당

(대표자 김한길)

 

 

 

2014

3회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자 김한길 안철수)

문희상 비대위


이완구 비대위

2015

1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자 문재인)

 

 

 

2016

4회

 

김종인 비대위


김희옥 비대위

인명진 비대위

김병준 비대위

2017

1회

 

 

자유한국당

(대표자 홍준표)

 

2018

 

 

 

 

 

2019

 

 

 

 

 

2020

3회

 

 

미래통합당

(대표자 황교안)

국민의힘

(대표자 이준석)

김종인 비대위

2021

2회

 

도종환 비대위

윤호중 비대위

 

 

2022

4회

 

윤호중 박지현 비대위

우상호 비대위


주호영 비대위

정진석 비대위

 

31회

8회

9회

4회

10회



 

3.

당은 분열하고 지도부는 경멸당한다, 존경받는 정치 지도자는 나올 수 없다. 여야 사이에는 적대와 혐오가 지배한다. 당 내부도 마찬가지다. 여당은 현직 대통령, 야당은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을 중심으로 더 수준 낮은 적대와 혐오를 이어간다. 팬덤 리더는 있어도 정당 리더는 없다.

당내 갈등을 완화하고 조정할 중진 정치인도 없다. 기회주의적으로 눈치 보는 중진들 가운데 일부가 살아남았고, 나머지는 침묵하다 사라졌다. 초, 재선이 75%인 국회가 되었고, 5선을 넘어선 국회의장을 볼 수도 없게 되었다. 앙겔라 메르켈이 20년간 당 대표를 하고 윈스턴 처칠이 62년이나 하원의원을 지내는 일 같은 것은 고사하고, 평균 5선 이상이 상임위원장을 하고 15선 안팎의 의원이 개회를 주도하는 보통의 의회와도 거리가 먼, 아주 딴판인 국회다.

선거마다 50% 안팎의 의원이 교체되었지만, 우리 국회는 세계에서 가장 나이든 국회 중 하나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당 정치가 잘 자리 잡은 나라의 경우 선수에 따라 의원의 비율은 안정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초선의 평균 연령은 40세 안팎이다. 반면 우리는 압도적 다수가 초·재선인데도, 평균 연령 저하 효과는 없다. 21대 국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초선의원조차 평균 연령은 현재 기준으로 55세가 넘는다. 초선인데도 2-40대가 46명이고 50대 이상은 110명이다.

선수 교체만 많을 뿐, 자연스러운 신진대사는 없다. 경륜이나 정치적 지혜가 존중될 리도 없다. 하지만 현직 의원의 절반은 또 바뀔 것이다. 초선의 4분의 3도 다음 국회에서 볼 수 없을 것이다. 그간의 국회가 그랬다. 초선, 다선 할 것 없이 모두가 공천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가치나 이념, 정책 같은 합리적인 차이로 당내 다원주의를 발전시킬 여유 같은 것도 있을 리 없다. 오로지 친윤인지 비윤인지, 친명인지 비명인지로 의원들을 분류하는 정당 현실은 이런 구조에서 발원한다.

 

4.

당원의 문제로 돌아가 보자. 당원 폭증은 정당들이 열심히 조직화 사업을 해온 성과였을까? 당연히 아니다. 그랬다면 하루에 수천 명씩 꾸준히 줄을 이었겠지만, 입당 원서는 경선과 선거 주기에 따른 특정 시점에 쇄도하듯 한꺼번에 들어온다. 정당이 표방하는 정견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입당일까? 그것도 아니다. 그랬다면 적극적 당 활동 참여자가 많이 늘고 선거 시기 자원봉사도 늘었겠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유급 선거운동원이 아니면 길거리 인사조차 어렵게 된 현실이 한국의 선거다.

당원 폭발의 비밀은 자발적 당원 가입보다 누군가에 의한 당원 매집에 있다. 지금 당원으로 등록된 사람 가운데 자신이 당원인지도 모르는 당원의 규모는 최소 60%에서 최대 70%에 이른다. 정당 내부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허석재 박사의 2019년 논문 “누가 당원으로 가입하나”에 따르면, 자신이 당원임을 인지하고 있는 조사 대상은 5.8%였다. 이것이 현실을 잘 반영하는 수치라면, 선관위에 신고된 2019년 당원 수 가운데 71.4%는 자신이 당원인지를 모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원 매집은 누가 하는가? 공직 선거 입후보자들이다. 대부분 후보자의 친지이거나 지연, 학연에 따른 향리적(parochial) 관계로 이어진 사람들의 정보를 입당 원서에 적어낸다. 그것으로도 부족하면 매집책을 두고 직능단체, 종교단체, 노동조합, 체육계 등에서 모은 명단을 제출한다. 이중 당적도 불사한다. 단순히 선거에서 지지표를 늘리기 위해 이 무모한 일을 벌일까? 아니다. 핵심은 당내 경선에 있다. 한번 생각해보자. 당원 비율이 높은 곳은 어딜까? 정당 간 경쟁이 심한 곳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보다는 당내 경선에 모든 것이 쏟아야 하는 곳이다.

정당 간 경쟁성은 낮고 반대로 당내 경선에서의 갈등은 높은 지역일수록 당원 비율이 높다. 인구 대비 당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북, 전남, 광주 순이다. 서울의 당원 비율보다 2배 넘게 높다. 선거 경쟁이 치열한 도시 지역보다 비도시 지역의 당원 비율이 높은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허박사 논문에 따르면, 직업 분포에서 농림어업 종사자가 당원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11.2%)을 차지한다.

지금의 당원 숫자는 우리 정당의 인력이나 조직력으로는 관리조차 불가능한 규모다. 그 가운데 10%가 정당 활동에 참여한다 해보자. 당 조직은 터져나갈 것이고 당직자들은 과로사할 것이다. 다행히 그들 대다수는 허수다. 당원임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대다수도 도와달라는 후보자에게 표만 줄뿐 그 이상엔 관심이 없다. 문제는 매집의 대상자보다 매집을 주도하는 자들이다. 이들로 인해 음성적 동원, 보이지 않는 부패 가능성이 말할 수 없이 커진다. 피라미드형 동원 체계 존재는 물론, 매집책에 대한 은밀한 보상체계가 작동할 수밖에 없다. 정치 참여와 동원이 돈이 되고 사업이 되는 현실이다.

당원의 폭발은 허상이고 마땅히 개선될 일이다. 정당들의 당규에는 1년의 한번 당원 전수조사를 통해 당원 유지 의사가 없는 사람들을 정리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전수조사는 없었다. 이중 당적은 정당법으로 “1년 이하 징역, 100만 원 미만 벌금형”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선관위조차 조사에 나선 적이 없다. 직무 유기다.

 

5.

빠진 이야기가 있다. 민주당은 권리당원, 국힘당은 책임당원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당비 1천 원을 민주당은 6개월 내면 권리당원이 되고 국힘당은 3개월 내면 책임당원이 된다. 허수로 가득 찬 당원을 가진 정당들의 공직 후보 및 당직 후보 경선을 지배하는 것은 이들이다.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과 국힘당의 권리·책임당원 수는 각각 72만여 명과 57만여 명이었다.

과거 권리/책임당원은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 경선 시기에 후보자들에 의해 입당하게 된 사람들로, 지역위원회에서 관리하는 지역 당원으로 남는다. 지금 우리가 말하고 있는 권리·책임당원은 이들과는 종류가 권리·책임당원이다. 그들은 정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바라는 대통령이나 당 대표를 만들고 지키기 위해 당비 내고 당원이 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상당수가 온라인당원들이다. 지역위원회에서 잘 인지하지도, 관리하지 못하는 당원들이다. 그 점에서 이들도 정당과 유리되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대다수는 팬덤 리더와 직접 연결되고 싶어 하는 팬덤 당원들이다. 당에서 오래 활동해 온 당원·대의원·당직자들을 특권 집단으로 몰아붙여 팬덤 리더를 지키려는 사람들이다. 오랜 당원과 대의원, 당직자들은 당의 역사와 전통을 지켜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반짝하다 사라지는 팬덤 정치가보다 당에서 오래 활동해 온 정당 정치가들을 더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에 대해 균형감 있는 판단을 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팬덤 당원들은 정당의 중심이자 토대여야 할 이들을 공격해서 오로지 권리·책임 당원이 지배하는 정당을 만들고자 한다. 당원 중심주의, 직접 민주주의를 주장하며 당헌 당규를 자의적으로 바꾸고 당내 이견을 억압하려 집단행동에 나서는 존재도 이들이다.

팬덤 당원이 주목된 것은 온라인 입당을 권장한 2016년 이후다. 이른바 ‘문빠’가 중심이 되어 10만 명 가까이 온라인 당원을 가입시킨 것이 계기가 되었다. 최근까지 민주당은 이들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2년 대선과 이후 당 대표 선거에서 이번에는 이재명 지지자들이 같은 방식을 이어갔다.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신규 당원이 짧은 시간 14만 명 증가했다. 팬덤 리더를 위해 정당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지를 팬덤 지지자들이 익혀가고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국힘당은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책임당원이 급증했다. 국힘당 발표에 따르면, 2021년 6월에서 9월 사이 당비 납부당원 26만 명이 늘었고, ‘2040’ 당원이 절반에 다가갔다. 책임당원은 23만 명이 되었고, 2022년 대선 때는 그 규모가 세 배 정도로 늘었다. 온라인 당원도 10만 명을 넘어섰고, 당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팔로워는 40만 명이 되었다. 이 정도면 국힘당도 옛날의 당이 아니다. 당의 지역 조직은 무너졌고, 오래된 당원은 버려졌다. 당 활동가들 역시 안정된 당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대선은 승리했지만, 당내 분란과 싸움은 안 날 수가 없다. 정당보다 여론을 주도하는 개인이 지배하는 정치, 당 조직보다 팬덤에 휘둘려 아무 것도 못하는 정치는 이제 여야 모두의 특징이 되었다.

팬덤의 눈으로 볼 때, 정당은 값싼 매물이다. 국힘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여론조사 50%와 책임당원 50%로 이루어지는 경선에서 승리하면 된다. 당 대표가 되려면 여론조사 30%와 책임당원 70%의 경선에서 승리하면 된다. 여론은 최대한 자극적인 이슈를 통해 움직일 수 있다. 책임당원 가입은 큰 비용이 안 든다. 57만 명 가운데 64%인 36만 명이 참여했으니, 3개월 당비라고 해봐야 다 합해 10억 정도다. 72만의 민주당 권리당원의 당비도 크게 잡아 30억이면 된다. 2022년 각 정당이 받은 선거 보조금과 경상경비는 1천 5백억 규모다. 팬덤들이 이 판을 지배해보려는 것은 매력 있는 기획이 아닐 수 없다. 정당 소속원으로 운영되는 국회나 지방의회를 포함하면 1조 원이 넘고, 대통령이 된다면 6백조 이상의 정부 예산을 주도할 수 있다. 이 어마어마한 판에 정당 밖 아웃사이더들이 왜 관심이 없겠는가.

권력에 야심이 있고, 혐오로든 아첨으로든 여론을 자극하고, 정당보다 자신을 추종하는 팬덤을 동원할 수만 있다면, 정당은 매입할만한 투자 대상이 되었다. 그러는 동안 정당은 정치에 소명의식을 가진 정치인들의 세계가 아닌 것으로 변모했다. 팬덤은 정당 실패가 낳았다.


# 이 글은 서울신문 '박상훈의 호모폴리티쿠스'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보기 :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1005018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