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불평등은 동전의 양면
한재각Ⅰ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기후 위기 시대의 정치가 마주해야 할 임무는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 책 정도는 읽어 두어야 한다. 기후변화가 무엇인지, 왜 일어나는지, 그것이 가진 함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잠시라도 이야기할 자신이 없다면, 정치(가)는 무책임하다. “하필이면 찬란한 내 청춘이 기후 위기 시대”라는 청년들의 깊은 우울과 비관을 같이 호흡하기 힘들 것이다. 정치가 그래서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라면, 이 책은 축복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 기후변화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과학자 가운데 하나이며, 수려한 글쓰기로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이고, 무엇보다도 기후 위기를 돌파하려는 열정적인 활동가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후 운동은 지난 1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반갑기만 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 기후 위기가 심화되고 현재화된 탓이다. 관측 사상 최장이라는 54일의 장마와 같은 극한 기상 현상이 잦아지면서, 대중은 기후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마음 깊숙한 어딘가에 불안을 쌓아올리고 있다. 직면한 코로나19 재난도 앞으로 닥칠 기후 위기의 전조로 이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위기와 불안의 시기에 우리가 직면한 것이 무엇이고 어디로 피해야 할지를 알려줄 이가 필요하다. 때마침 다행스럽게 그가 적당한 자리에 있었다. 국립기상과학원장직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2019년부터 조천호 박사는 한국 기후 운동의 ‘우리 전문가’로서 교육자이자 활동가로 뛰고 있다.

이 책은 주로 기후변화 과학을 다루지만, 단언컨대 관련된 사전 지식이 없다 하더라도 어렵지 않다. 지루하기만 했던 과학 교과서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 간혹 생경한 기후 과학의 전문용어가 사용되긴 하지만, “다양성과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생명체들로 넘쳐 나는 보물 상자”를 지키고 싶은 마음을 전달하는 한 가지 방식일 뿐이다. 독서를 방해하기보다는 오히려 기후 위기에 관해 꼭 알아야 할 과학 지식을 수월하게 익힐 수 있다. 아마도 평소에 품었지만 마땅히 설명을 듣지 못했던 여러 의문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 예컨대 지구온난화로 지구가 뜨거워진다면서 왜 이상 한파가 찾아오는지 하는 것들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 비슷한 의문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왜 무식한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책에서 제트기류에 관한 부분을 찾아보라).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설명만을 제공하는 책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기후변화가 어떤 충격을 안겨 줄 것인지 수많은 연구와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가장 비극적인 땅이 된 시리아의 내전과 난민의 발생, 기후변화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배우게 된다. 이대로 간다면 세계 곳곳에서 시리아가 겪고 있는 것과 같은 비극이 더욱 잦아지고 심각해질 것이다. 기후 위기를 지금껏 방치한 끝에 “지구는 스스로 뜨거워”지고 있으며 “빙하가 작아지면 삶의 터전도 줄고” “물이 부족하면 배가 고파”져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기에 지금 당장 행동하라고 촉구한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기후변화와 불평등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불평등을 파악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불평등을 고려하지 않고 기후변화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다.” 기후 위기 시대의 정치(가)가 알아야 할 이야기의 거의 대부분이 이 문장들에 들어 있다. 이 책은 기후 과학에 견고하게 기반하고 있지만, 그 위에서 펼쳐져야 할 정치사회적 질문과 논쟁을 다룬다. 한국어로 이런 책이 쓰이고 또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이 위기 속에서도 소중한 행운이다. 하지만 이 책이 직접으로 다루지 않는 한국의 기후 정치에 대해서는 다른 책이 필요하다.

기후변화와 불평등은 동전의 양면
한재각Ⅰ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기후 위기 시대의 정치가 마주해야 할 임무는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 책 정도는 읽어 두어야 한다. 기후변화가 무엇인지, 왜 일어나는지, 그것이 가진 함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잠시라도 이야기할 자신이 없다면, 정치(가)는 무책임하다. “하필이면 찬란한 내 청춘이 기후 위기 시대”라는 청년들의 깊은 우울과 비관을 같이 호흡하기 힘들 것이다. 정치가 그래서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라면, 이 책은 축복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 기후변화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과학자 가운데 하나이며, 수려한 글쓰기로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이고, 무엇보다도 기후 위기를 돌파하려는 열정적인 활동가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후 운동은 지난 1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반갑기만 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 기후 위기가 심화되고 현재화된 탓이다. 관측 사상 최장이라는 54일의 장마와 같은 극한 기상 현상이 잦아지면서, 대중은 기후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마음 깊숙한 어딘가에 불안을 쌓아올리고 있다. 직면한 코로나19 재난도 앞으로 닥칠 기후 위기의 전조로 이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위기와 불안의 시기에 우리가 직면한 것이 무엇이고 어디로 피해야 할지를 알려줄 이가 필요하다. 때마침 다행스럽게 그가 적당한 자리에 있었다. 국립기상과학원장직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2019년부터 조천호 박사는 한국 기후 운동의 ‘우리 전문가’로서 교육자이자 활동가로 뛰고 있다.
이 책은 주로 기후변화 과학을 다루지만, 단언컨대 관련된 사전 지식이 없다 하더라도 어렵지 않다. 지루하기만 했던 과학 교과서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 간혹 생경한 기후 과학의 전문용어가 사용되긴 하지만, “다양성과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생명체들로 넘쳐 나는 보물 상자”를 지키고 싶은 마음을 전달하는 한 가지 방식일 뿐이다. 독서를 방해하기보다는 오히려 기후 위기에 관해 꼭 알아야 할 과학 지식을 수월하게 익힐 수 있다. 아마도 평소에 품었지만 마땅히 설명을 듣지 못했던 여러 의문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 예컨대 지구온난화로 지구가 뜨거워진다면서 왜 이상 한파가 찾아오는지 하는 것들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 비슷한 의문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왜 무식한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책에서 제트기류에 관한 부분을 찾아보라).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설명만을 제공하는 책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기후변화가 어떤 충격을 안겨 줄 것인지 수많은 연구와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가장 비극적인 땅이 된 시리아의 내전과 난민의 발생, 기후변화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배우게 된다. 이대로 간다면 세계 곳곳에서 시리아가 겪고 있는 것과 같은 비극이 더욱 잦아지고 심각해질 것이다. 기후 위기를 지금껏 방치한 끝에 “지구는 스스로 뜨거워”지고 있으며 “빙하가 작아지면 삶의 터전도 줄고” “물이 부족하면 배가 고파”져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기에 지금 당장 행동하라고 촉구한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기후변화와 불평등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불평등을 파악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불평등을 고려하지 않고 기후변화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다.” 기후 위기 시대의 정치(가)가 알아야 할 이야기의 거의 대부분이 이 문장들에 들어 있다. 이 책은 기후 과학에 견고하게 기반하고 있지만, 그 위에서 펼쳐져야 할 정치사회적 질문과 논쟁을 다룬다. 한국어로 이런 책이 쓰이고 또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이 위기 속에서도 소중한 행운이다. 하지만 이 책이 직접으로 다루지 않는 한국의 기후 정치에 대해서는 다른 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