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미스의 <정치철학>과 함께 보면 좋을 컨덴츠

마키아벨리의 편지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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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편지> 6월의 책 스티븐 스미스의 <정치철학> 과 함께 보면 좋을 컨덴츠


민주주의의 모델들

데이비드 헬드 지음, 박찬표 옮김

/ 후마니타스, 2010

이번 달의 책 스티븐 스미스의 ‘정치철학’을 읽다 보면 결국은 마지막에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현대 민주주의에 다다른다. 그러나 현대 민주주의 역시 수많은 정치철학의 원리와 현실의 조건 및 역학들 속에서 변형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 책 ‘민주주의의 모델들’은 그런 면에서 현실의 민주주의가 어떤 맥락과 논쟁, 그리고 변형을 통해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준다. 네 가지의 고전 모델과 다섯 가지의 현대적 모델들을 다루는데 당연히 이 과정 속에는 플라톤, 홉스, 로크 등의 사상적 영향이 배겨져 있다.

오래된 고전의 사상을 읽고 이제 좀 더 역동적인 현실 민주주의의 변화 과정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 ‘민주주의의 모델들’만한 책이 없을 것이다. 저자 데이비드 헬드의 방대한 지식과 핵심 문제의식을 정리하는 능수능란한 솜씨에 감탄하게 되는 명저 중에 명저. 책의 두께가 만만치 않지만 박찬표 목포대학교 교수의 매끄러운 번역으로 인해 술술 읽힌다는 장점도 있다.



정치의 생각 

애덤 스위프트 지음, 김비환 옮김

/ 개마고원, 2011

앞서 이번 달의 책 선정의 이유를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오히려 ‘정치의 본령’에 대해 고민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오히려 이 책 ‘정치의 생각’을 선정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반론이 일각에서 나왔을 정도로 좋은 책이다. 

현대 정치의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 개념인 사회정의, 자유, 평등, 공동체, 민주주의라는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데 읽다 보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개념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해당 개념들을 둘러싼 예리한 논쟁 지점들을 잘 포착하여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는데 읽다 보면 정치철학의 핵심 문제의식들이 마냥 무겁기만 한 것이 아니라 현실 정치의 수많은 논쟁과 쟁점, 그리고 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이슈들 속에서 길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한다. 때문에 정치철학 입문서로서 스티븐 스미스의 ‘정치철학’ 만큼이나 적절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저자인 애덤 스위프트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정치철학을 강의하고 연구하고 있는데 존 롤스, 로버트 노직, 로널드 드워킨, 코헨 등을 이어갈 가장 뛰어난 정치철학자의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히스토리에

이와키 히토시 / 2003~현재 / 서울문화사

플라톤부터 시작되는 스티븐 스미스의 ‘정치철학’ 강의에 도대체 어떤 만화가 어울릴 수 있을까? 그러나 만화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히스토리에’는 봉준호 감독이 꼭 영화로 만들고 싶어 한다는 일본 만화의 명작 󰡔기생수󰡕의 작가 이와아키 히토시가 연재하고 있는 고대 지중해 세계를 역사 배경으로 하는 팩션 만화다. 1권만 보아도 ‘이것은 명작이다!’라는 말이 나오게 되는 대단한 작품으로 당연히 일본 만화계 최고의 영예인 ‘데즈카 오사무상’을 수상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서기관을 지냈다고 기록에 나오는 에우메네스를 주인공으로 고대 그리소, 마케도니아, 페르시아 등을 넘나들며 꼼꼼한 시대고증과 당시 시민들의 삶, 경제, 철학, 전쟁, 권력과 정치 등을 광범위하게 그리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번 달의 도서에서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소크라테스 편의 배경이 어떤 세계였는지에 대해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전작 󰡔기생수󰡕처럼 인간 본성의 근원을 건드리는 작품이라 다소 잔인하고 충격적인 장면이 있을 수 있다.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2016 / 왓챠 플레이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는 때로 책 이상의 역할을 한다. <EBS 다큐프라임> 시리즈는 분명히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의 어떤 전형을 보여주는 시리즈다. 그중에서도 ‘민주주의’ 편은 ‘민주주의의 원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갈등, 그리고 현대 민주주의의 난제인 ‘불평등’ 문제까지 5부작에 걸쳐 알기 쉽게, 그러면서도 무게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세계적인 정치학자들의 인터뷰가 중간 중간에 이어지는데 <마키아벨리의 편지> 구독자들에게 제공되는 책갈피의 주인공들이 꽤 많이 등장할 것이다. 이들을 찾아보는 작은 재미도 느껴 보시기를 바란다. 정치발전소 학교장을 맡고 있는 박상훈 박사가 프로그램의 기획과 내용에 자문을 하기도 했다.





<어쌔씬 크리드 : 브라더후드>(리마스터) 

2016 / PS4, XBOXONE

게임이다. 그렇다. 잘못 편집된 것이 아니다. 물론 현재 PC 및 콘솔의 게임 수준은 영화산업을 위협할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에 민주주의, 정치철학 등을 이야기하는 게임들이 없지는 않다. 가장 유명한 게임으로는 <Democracy>라는 게임 시리즈가 있기도 하다(상당히 훌륭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영알못’인 필자는 아직 플레이 해보지 못했다).

해당 작품 <어쌔신 크리드: 브라더후드>는 중세, 더 정확히는 체사레 보르자와 마키아벨리 시대의 피렌체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이다. 당연히 체사레 보르자, 마키아벨리 등 우리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만날 수 있는 다수의 인물들이 등장하여 활약한다. 가상의 암살 조직을 이끄는 내용인데 도대체 마키아벨리 등이 어떤 역할을 맡는지 궁금하다면 역시 플레이 해보기를 바란다.

10년 전 게임이지만 리마스터(Remaster)되어 퀄리티가 좋아졌기 때문에 지금 플레이하기에도 큰 무리가 없다. 스토리와 작품성 등은 깐깐하고 극성맞기로 유명한 게이머들 사이에서 명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