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성공했기 때문에 닥친 위기와 선택의 시간

공식 관리자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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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로 가는길>

성공했기 때문에 닥친 위기와 선택의 시간


 


조성주, 정치발전소 이사장

 

조귀동 작가는 《세습중산층사회》, 《전라디언의 굴레》 등 논쟁적인 저서를 낸 젊은 기자이자 경제 분석가입니다. 이번 『마키아벨리의 편지』 선정도서인 《이탈리아로 가는 길》은 현재 한국이 겪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의 문제가 선진국에 돌입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주장하며 이는 이탈리아가 선진국에 돌입하고 정치가 제대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채 포퓰리즘에 빠지면서 쇠락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주장입니다.

 

책에서 주장하는 여러 문제의식은 어떻게 보면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적 위기라는 것이 ‘성공의 역설’과 같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으며, 여기서 어떤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는가에 따라서 이탈리아의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길을 갈 수 있을지가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저자는 책의 제목대로 이탈리아로 가는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한국의 주요양당의 지지연합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민주당은 소득수준 상위10% 중산층의 행동주의가 중심이 되는 정당이 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집단은 월 소득 600-700만원으로 61.7%, 월 300만원 미만에서는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더 높았다) 문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정당의 지지연합이 내부에서 충돌하기에 금방 붕괴되는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소득수준 상위10% 이상의 고학력 중산층과 경제적 중하층(호남, 호남이주민 등)을 결합하고 국민의힘은 강남3구 자산가 + 영남 + 노인층 + 경제적 중하층을 결합하는 지지연합을 구성했는데 저자가 보기에 경제적 중하층은 주기적으로 지지정당을 바꾸는 구조적 스윙보터라고 보고 있습니다. 즉, 두 주요정당이 모두 지지연합이 튼튼하지 못하여서 정당의 구조적 약점이 드러나고 매번 위기를 맞이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전작인 《세습중산층사회》의 연장선에서 세대분석 역시 날카롭게 전개합니다. 세대분석에서 저자는 30대와 40대가 다르다고 보고 있습니다. 40대의 보수혐오는 어느 정도 지속될 수 있지만 30대는 경제적 불만에 따른 일종의 스윙보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흥미롭게도 60대와 70대도 정치적 성향이 분명하게 다르다고 분석합니다. 이는 고령화와 의료기술의 발달로 60대가 건강해지면서 60대의 경제활동참가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기존과는 다르게 경제적 이해관계가 매우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현재의 60대가 무조건 보수지지의 입장에 있을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각 정당들이 기존의 노인 정책과는 다른 60대의 경제적 요구에 소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저자는 인구고령화와 구조적 저성장, 그리고 <그레이트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 등이 향후 한국사회의 산업, 경제, 복지, 정치의 많은 부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며 정치가 이 복합적인 문제를 잘 조율하고 타협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 양극단의 포퓰리즘을 차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이 되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복합위기, 북유럽이나 영미식의 사회가 아닌 남부유럽의 이탈리아와 더 유사성을 띄고 있다는 초중반부의 신선한 문제제기와는 다르게 책의 결말 즈음에 가서 저자는 대안으로 오히려 모범답안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좋은정당>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합리적이고 차분하게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타협할 수 있는 정당이 필요하며 그 정당은 <미래에 필요한 가치를 생산하는 정당>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만, 그러한 정당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경제 분석가로서의 저자의 몫이 아니라 현실 정치인들의 몫일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