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격변과 균형_정통 경제관료의 경험과 생각_김진욱 국회보좌관

공식 관리자
202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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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경제관료의 경험과 생각

 

김진욱 / 국회보좌관

 

흔히 경제 관련 부처에 근무하는 고위공무원들을 일컬어 ‘경제관료’라고 부른다. 하지만 관료라는 말은 법에 정해진 용어가 아니다. 정확히는 공무원 또는 고위공무원이라고 하는 편이 맞겠다. 하지만 고위공무원이라는 단어만으로는‘경제관료’가 갖는 느낌을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다. 왜 그런가를 생각해 보면, 경제부처의 고위공무원에게 주어진 상당한 권한이나 그들의 결정이 실제 시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크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어쩌면 경제관료를 바라보는 시선 탓인지도 모르겠다. 경제관료를 향한 시선은 사람마다 꽤 다를 테지만 나의 경우에는 시민단체 경험이 있고 여당보다는 야당 보좌진으로 일한 시간이 훨씬 길다보니 경제관료와는 서로 반대편에 서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내가 경제관료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공무원이라는 단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일종의 감정적인 불편함도 담겨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경제관료나 국회 보좌진, 그리고 시민사회 활동가 모두 시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복무하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런데도 경제관료와는 어쩐지 가려는 방향이 늘 다르고, 때에 따라서는 앞을 가로막기가 일쑤라고 느낄 때가 많다. 거기에 그렇지 않아도 똑똑한 공무원 중에도 더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고정관념 때문인지, 그들의 영리함에 내가 속아 넘어가는 것은 아닌지 늘 경계하게 된다. 이래저래 불편한 상대가 아닐 수 없다.


오늘 소개할 책 󰡔격변과 균형󰡕 의 저자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차관은 바로 그 경제관료다. 34년간 경제, 그중에서도 주로 금융 분야의 관료로 재직하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냈으니 그냥 경제관료라고 하기에도 조금 밋밋하다. 이럴 때는 ‘정통’ 경제관료라고 하면 느낌이 더 살지도 모르겠다. 이른바 정통 경제관료의 책을 주변 사람들에게 읽어보시라고 추천하는 것은 나에게도, 또 소개를 받는 사람들에게도 꽤 어색한 일이다. 실제로 내가 여기저기에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했더니, 시민사회의 한 활동가는 김용범 전 차관이 지난 모 사태 당시에 부적절한 태도를 보였던 사람인데, 당신이 그렇게 책 소개를 하고 다니는 게 영 탐탁지 않다는 식의 항의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책을 읽어봐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나는 본다. 우리는 많은 경우 경제관료들이 내리는 결정 그 자체에는 주목하면서도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하지만 설득이나 비판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생각과 사정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나는 본다. 또한 그러한 노력을 한다고 해서 꼭 그것이 상대방의 결론에 동의하게 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최근 몇 년간 우연한 기회에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기업에 수박 겉핥기식으로나마 일할 기회를 얻으면서 알게 된 사실 때문이다. 물론 불과 한 두 해 어떤 위치에서 일하면서 그 업무의 정수를 깨달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알게 된 하나의 사실은 모두 각자에게는 이해할 만한 나름의 사정과 생각이 있고, 이는 우리가 짐작하는 그것보다 더 복잡한 것이라는 점이다. 한 예를 들자면, 내가 일하고 있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오랜 기간 논의를 거듭했지만 통과되지 않은 법률 중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있다. 무려 11년째 계류 중인 법안이다. 나는 줄곧 반대하는 처지에 있었다. 기재부는 지속해서 이 법안을 통과시키고 싶어 했는데 심지어 정권이 바뀌어도 마찬가지였다. 유독 기재부가 이 법안에 집착하는 것에 대해 이 법안이 통과되면 만들어질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를 기재부 장관이 갖기 때문이라 나는 짐작했다. 이 생각은 이 법안을 반대하는 많은 사람의 공통적인 견해 중 하나이기도 했다.


지난해 봄, 장혜영 의원이 소위에서 지속해서 서비스산업발전법을 반대하자 김용범 당시 차관이 직접 법안 설명을 하러 의원실에 찾아왔다. 그때 김용범 차관은 이 법안의 필요성을 여러 가지로 설명했는데, 다소 낯선 이야기도 있었다. 서비스업의 다수는 도소매·숙박음식업 등 자영업자들인데 이 법은 그들을 위해 꼭 필요한 법안이라는 것이었다. 그저 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가 낮기 때문이라는 기존 기재부의 설명보다는 나은 것이었지만, 선뜻 자영업자를 향한 마음이 진심이라고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이에 장혜영 의원은“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서 말씀하시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때 김용범 차관은“제가 주로 여의도 금융권에 있는 사람들만 만난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보실 수도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인상적이었다. 기분이 나쁠 수 있는 질문이었다. 그런데도 상대방이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나름 이해하려는 태도였다. 기재부가 서비스산업발전법을 통과시키려는 게 그저 자기 밥그릇 때문일 것이라고 지레짐작 한 게 조금 민망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물론 당시 설명에도 불구하고 반대 뜻을 바꾸지는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지레짐작해 내뱉은 말들을 걷어 내고 나니 그 이전보다는 오히려 왜 법안에 문제가 있는지 또렷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일수록 서로의 거의 유일한 공통점인 더 나은 시민의 삶을 만드는 데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나는 본다. 다만 누구나 쉽게 경제관료를 만나서 그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용범 차관의 책 󰡔격변과 균형󰡕을 소개하는 이유다. 책에서는 김용범 차관이 아직도 진행 중인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처음 맞이한 순간부터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나름의 고민까지 잘 서술되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217p)과 같이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생각의 접점을 만나기도 하고, 75세 이상 노인에 대해 한시적으로 추가연금을 지급하자(211p)는 곱씹어볼 주장이 담겨있기도 하다. 아무쪼록 많은 분이 이 책을 통해 늘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경제관료’의 생각과 한번 마주해 보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