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중국딜레마 : 비판과 애정 사이에서

정민용(후마니타스 대표)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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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용 후마니타스 대표


1.

매일 세계 곳곳에서 크고 중요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국제 뉴스는 조회 수가 매우 낮다고 한다. 최근 조회 수가 가장 많았던 기사가, 열흘간 딸꾹질이 멈추지 않아 병원에 입원한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것이었다고 하니, 다른 나라에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홍콩 보안법이 통과되고, 독일에서 홍수가 나고, 미국에서 건물이 무너지고, 리비아 해안에서 이주민을 태우고 가던 선박이 뒤집히고, 영국 정부가 설탕/소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우리랑 어떤 관계가 있는가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왜 외국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라는 문제부터 이야기하고 싶다. 전 세계가 경제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한국은 외국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이며, 기후 문제나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글로벌 시대에 일국만의 문제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떠오를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한국에서 일상을 살고 있는 개인들을 위해 좀 다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 

내가 중국에 잠시 머물렀을 때의 일이다. 중국인 친구가 “내 친구가 말이야……”라고 이야기하기에 나는 대뜸 “그 사람 동갑이야?”라고 물었다. 그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아니, 나보다 훨씬 어린데?”라고 대답했다. 또 하루는 ‘나무’라는 한국어를 가르칠 때였다. 그가 다시 물었다. “나무? 나무?” 아…… 그렇구나. 우리는 나이가 중요한 기준이 되는 문화이며, 그가 보기에는 중국어에 성조가 있다기보다 한국말에 성조가 없는 것이었다.

우리는 국토의 3면이 바다로, 1면이 휴전선으로 가로막힌 나라에 살고 있어서, 몸도 갇혀 있지만 인식도 그렇게 되기 쉽다. 육로로 국경을 넘나들기 쉬운 나라들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우리는 애써 노력해야 얻을 수 있다. ‘다른 것’과 만날 때 비로소 자신과 자신의 나라를 상대화하고, 다른 나라에 대한 편견이나 혐오, 자국에 대한 근거 없는 자부심에서 벗어나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마음의 국경을 넘을 수 있다. 그래서 외국 가운데 어느 한 나라에 온전히 관심을 가져 보기를 추천한다. 그 나라 사람들, 언어, 음식, 문화, 풍경, 드라마, 그리고 그들의 미래까지도. 중국은 그러기에 매우 적합한 나라다. 


<Photo by Nick Fewings on Unsplash>


2.

<중국 딜레마>라는 이 책의 제목은, 대외적으로는 강력한 자신감을 과시하고(위대함) 내부적으로는 ‘불안 요인들’을 제거하려는(위태로움) 중국 공산당의 딜레마, 나아가 중국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한국의 딜레마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좀 더 공감했던 것은 ‘저자의 딜레마’였다. 

“나는 쇠락하는 제국 미국을 대신해 중국이 언젠가 대안적 질서와 가치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고, 오랫동안 중국을 취재해 왔다. 시진핑 시대 중국이 점점 오만해지고 강압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며 곤혹스러웠다”(23쪽)라는 고백에서 느낄 수 있는 그의 딜레마는, 중국을 공부하거나 관심을 가져 온 많은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이런 그의 딜레마는 이 책의 전체적인 구성, 즉 중국 공산당(지도부/정권)에 대한 실망과 냉정한 비판, 엄혹한 상황에서도 저항을 멈추지 않는 활동가와 인민들에 대한 애정과 응원으로 나타난다.


3.

이 책은 중요 인물을 뼈대로 삼아, 현재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들을 붙여 나간다. 이들은 시진핑 및 시진핑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관리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에 희생되는 희생자이자 중국 사회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저항자들,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서 이 체제와 함께 부유해지거나 몰락하거나 하는 기업가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묘하게도 중국이 한국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이 공존하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국가 주도의 발전 모델과 열악한 노동조건, 노동운동과 문제 제기자들에게 가해지는 가혹한 탄압, 플랫폼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문제점, 미투 운동, 첨단 감시 사회로의 이행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그 결과 저자가 의도한 대로, 중국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사람들이 풀어야 할 문제의 난이도를 이해할 수 있었으며, 이들에게 공감하게 된다.

현대 중국을 둘러싼 문제, 이슈, 인물,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으며, 대중적이면서도 가볍지 않아서 중국을 알고 싶은 독자라면 첫 책으로 추천할 만하지만, 이 책의 진짜 미덕은 바로 이 책의 후반부, 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중국에서 공권력에 저항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4. 

그중에 한둥팡이라는 사람이 있다. 톈안먼 사건 이후 몇 년이 흘렀을 때였나, 대학 수업 시간에 들어 본 이름이라 반가웠다. 1989년 톈안먼 시위 관련자들 중에는 서구로 망명한 이들이 꽤 많았는데, 한둥팡은 추방되었음에도 중국 대륙과 가장 가까운 곳인 홍콩으로 돌아와 중국 노동자들을 위해 노동운동을 계속했다. 이 책에 따르면 그런 그가, 30년 전 자신들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잘 몰랐지만(자유든 민주주의든 그것을 경험해 본 적이 없으므로) 홍콩의 시위대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를 잘 안다며 오히려 이들에게 배운다고 했단다. 이런 태도가 좀 감동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전략적 제안을 할 수 없다. 나에게 그런 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로부터 매일 밤낮없이 여러 운동들과 시위를 조직화해 내는 창의성에 대해 배우느라 바쁘다”(137쪽).


매년 6월 4일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렸던 톈안먼 추모 집회가 2020년 처음으로 금지되자 한둥팡은 앞으로 추모 집회가 열리든 열리지 못하든 자신은 매년 이날 이곳에 올 것이라고 했단다. 실제로 2021년 6월 4일, 그는 빅토리아 공원에 혼자 조용히 앉아 32주년을 기념했다. 이 대목에서 결심했다. 그 무렵 홍콩을 방문하게 된다면 6월 4일에 꼭 빅토리아 공원에 가야겠다. 그곳에 반드시 한둥팡이 있을 테니 말이다. <끝>. 


<Photo by Mark Hang Fung So on Unsplas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