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책 읽기 | ② 『페더럴리스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JOURNAL P
2019-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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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미국에서 대통령은 의회를 통해 실현되는 인민주권, 혹은 ‘포퓰리즘’(populism)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나중에 특히 제3세계로 가면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을 제도화하기 위해 대통령제를 도입하고 포퓰리즘의 주된 메커니즘이 된다.

메디슨이 쓴 10번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파벌을 없앨 수 없다면, 우리가 던질 수 있는 유일한 질문은 그것의 유해한 결과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이다. 많은 사람의 이익과 열정, 정념을 조직화하더라도 그것이 사회를 전제정으로 이끌지 않을 관점, 비전을 처음으로 정당화한 것이다.

편집자 주

정치발전소는 지난 7월 3일, 박찬표 목포대 교수(정치발전소 이사)가 새롭게 번역한 페더럴리스트의 출간을 기념하고, 그 내용과 배경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저널P>는 당시 북 콘서트의 내용을 역자 지상 강의, 좌담회, 청중과의 대화 등 세 부분으로 나눠 연재한다. 두 번째 순서로 ‘페더럴리스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주제로 한 좌담을 지상 중계한다. 이번 좌담은 조성주 정치발전소 이사의 사회로, 역자인 박찬표 목포대 교수와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1. <지상 강의> 『페더럴리스트』(The Federalist)에 대해 : 좋은 질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2. <좌담> 『페더럴리스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3. <대화> 『페더럴리스트』가 남긴 유산


***


<좌담>
『페더럴리스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사회조성주 정치발전소 이사
토론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 박찬표 목포대 교수(역자)
정리ㅣ정민용 후마니타스 대표(정치발전소 이사)



‘해밀턴과 매디슨’, 누가, 왜 매력적인가?

조성주 : 『페더럴리스트』 출간 기념 행사를 준비하면서 비로소 이 책을 다 읽었다. 워낙 고전이기도 하고 <웨스트윙>이나 <뉴스룸> 같은 미국 정치 드라마를 보면 이 책의 구절을 폼 나게 인용하기에 한번은 봐야겠다고 두 번쯤 시도했다가 맥락을 잘 모르니 이해하기 힘들어 포기했었다. 이번에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야기를 좀 듣고 시도해 보니,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고 새롭게 느끼는 것이 많았다. 저자가 세 명인데, 존 제이의 글은 편수도 적고 좀 심심하다 싶은 반면 해밀턴의 글은 굉장히 공격적이고 논쟁적이다. 개인적으로는 매디슨보다 해밀턴이 매력적이던데 학자들은 보통 매디슨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선생님은 어떠신지?


박찬표 : 해밀턴 전기를 보면, 당시 사람들이 해밀턴과 매디슨을 비유하기를 매디슨은 까마귀 같으며, 학자 타입으로 검은 옷을 입고 샌님처럼 보인다고 하고, 해밀턴은 공작새에 비유했다. 매우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말이 굉장히 많았다고 한다. 수사도 화려하고.

이 책에서 많이 읽히는 글 가운데 매디슨의 글은 대의제 민주주의의 장점, 다원주의・권력분립을 이론적으로 설명한 것들이 많고, 해밀턴의 글 가운데는 정부의 적극성, 적극적인 역할에 대한 것들이 많다. 민주주의 원론에서 보면, 의회가 중심이 되는 다원주의적 질서, 견제와 균형이 중요하기에 매디슨이 맞는 것 같은데, 다른 한편으로는 적극적 집행권을 강조한 해밀턴이 매력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논지나 글이 닮았기에 나중에는 학자들도 구분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박상훈 : 물론 매디슨의 글이 훨씬 수준 높다. 매디슨은 현대 정치학을 변화시킨 사람이고, 해밀턴은 미국 정치사를 변화시킨 사람이니까. 미국 정치의 맥락에서라면 요즘 미국의 민주당 입장에 서 있거나 진보적인 사람들은 정부가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위해 해밀턴을 많이 인용한다(보수적인 사람들은 정부의 역할을 제한하고자 하므로 해밀턴을 덜 인용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꼭 해밀턴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지만, 매디슨은 다른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이론적 혁신을 이루었기 때문에 공부하는 사람들이 그를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페더럴리스트』에 담긴 민주주의의 딜레마

조성주 :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반연방주의자들이 궁금해졌다. 의외로 반연방주의자들이 제기한 논점들, 즉 시민들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연방정부에 의해 억압당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입법부에서 시민들의 대표성을 강조하는 것을 보며, 지금 관점에서는 꽤 진보적으로까지 느껴진다.


박찬표 :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책에는 인민들이 대의 기구에서 다수파를 형성해 권한을 행사하는 것, 인민주권을 실현하는 것 등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다. 따라서 권력분립을 통해 이를 견제하려고 했는데, 처음 디자인할 때 대통령과 상원은 직접 선거로 뽑지 않았다(지금도 미국 대통령은 직접 선거가 아니긴 하지만). 누가 통치자로서 적합한지를 알 수 있는, 양식 있고 청렴한, 선발된 사람들을 통해 대통령이나 상원을 뽑아 하원을 견제하게 해야 하고, 또 하원을 약화시키기 위해 의회를 상원-하원으로 나누고, 연방과 주 간에 권한을 나누고, 직접 선출되지 않은 사법부가 위헌법률심사권을 통해 (철인왕이나 수호자 비슷하게) 연방의회를 제약하고…….

이런 시스템은 장단점이 뚜렷한 것 같다. 우선 이런 권력분립의 체제는, 반연방주의자들이 우려했던 인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체제 내적 견제장치를 제공한다는 뚜렷한 장점을 지닌다. 연방주의자들은 말하자면, 반연방주의자들이 강조하는 공화주의적 자유와 활력 있는 정부 간의 균형을 추구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이렇게 권력을 쪼개 놓으니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 미국혁명의 목적인 인민의 자유나 평등을 제대로 실현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래서 나중에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면서 대통령 주도로 개혁적 정책이 이루어지곤 했다. 이것이 절차나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는 문제점으로 평가되지만, 처음 미국혁명이 목표로 했던 가치를 실현하는 혁신의 주체, 즉 인민주권을 실현하는 매개자 역할을 대통령이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심지어 의회를 중심으로 한 대의 체제가 보수화될 때는 연방 사법부가 시민권이나 평등 등을 실현하는 역할을 하고, 이를 긍정시하는 사법 적극주의가 주장되기도 한다.

우리가 민주주의 원론에서 이야기하듯이 다양한 시민들의 의사가 대의기구에 모이고, 이런 의회가 중심이 되고, 집행권이 그것을 실현하는 다원적 민주주의가 바람직한지, 그렇지 않고 좀 더 인민주권에 기반한, 인민 다수의 일반의지를 구현하는 국민투표식의 대통령 중심의 체제가 더 적극적인 사회 변화나 역동성을 가져올 수 있는 체제인지, 사실 고민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인민의 열망을 빨리 실현하기 어려운 시스템이지만, 민주주의가 지속가능하려면 이를 수용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인민들의 이상, 인민 주권의 목표, 사회경제적 평등에 대한 열정…… 이런 목표가 없으면 죽어 버린, 형해화된 절차가 될 수 있다. 이 양자를 어떻게 조화시킬까 하는 고민을 하게 한다.



통치, 질서를 만드는 문제에 대한 책

박상훈 : 어떤 체제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그에 저항하는 이론만 있으면, 그 결과 설령 체제가 무너진다 해도 그다음 체제에서는 더 큰 폭력이 따라올 수 있다. 혁명 이론만으로 민중을 위한 질서를 만드는 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혁명 다음에 통치론이 있는 경우는 그래도 그 폭력을 줄이는 데 성공한 편이다. 영국이 그랬고, 미국이 대표적으로 그랬다. 이 책이 바로 통치론에 대한 것, 질서를 만드는 문제에 대한 것인데, 이런 글을 쓰기가 훨씬 더 어렵다. 질서를 만들고 체제를 설계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 그 전과는 달리 헌법이라는 언어적 설계를 통해 적법한 질서를 새로 만들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아마 미국은 (헌법에 대한) 이런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지 못했으면 헌법을 만들 수도 없었겠지만, 정쟁이 불가피했을 것이고, 거의 필연적으로 내전에 들어가 몇 개의 나라로 쪼개졌을 것이다. 헌법이 만들어지고 나서도 결국 70년 만에 내전을 겪지 않았는가. 이 책은 좋은 통치 질서를 만들어야겠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교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미국의 사례를 넘어, 정치사상사에서 한 챕터를 만들어 낼 만큼 중요한 정치의 고전이 된다.

박찬표 선생은 역자라서 평가를 자제하려고 하지만, 나는 대단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천사가 아니고 천사에게 정부를 맞길 수 없다면, 인간의 한계 속에서 어떤 방법으로 좋은 질서를 만들어 낼 것인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치질서는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는지를, (지금 읽어도) 이보다 더 잘 말하기 어렵다. 존 로크를 비롯한 앞선 사상가들이 있지만 그들을 읽었다고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라는 사회가 독립혁명 이후 큰 무질서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 무질서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자 했던 애국자들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정치에 대한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면 이 책을 읽으면 좋다. 1번도 좋고 10번이 백미다. 오늘 저녁때라도, 두 편만이라도 훑어보면 좋을 것이다.


<사진 설명> 『페더럴리스트』 출간 기념 북 콘서트 현장. 출처_김 설(정치발전소 회원)


대통령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조성주 : 대통령제에 대해 반연방주의자들은 마치 왕처럼 될까 봐 우려했던 것 같다. 반면 연방주의자들은, 무질서한 상태보다는 유능한 정부가 있는 것이 인민에게 더 좋다는 논리였고……. 대통령제에 대해 지금까지 그렇게 깊이 고민해 보지 않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대통령이라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 이해하고 있는 것과는 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집행권과 정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박상훈 : 미국의 대통령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대통령제와 많이 다르다.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대통령제 민주주의를 만든 나라인데, 이때 힘이 가장 강했던 것은 의회였다. 의회의 힘이 전체 정부 구성의 중심적인 힘이었다. 그 힘을 조금 줄여서 법 집행의 안정성을 어떻게 도모할까라는 고민하에, 의회제라는 틀 위에 대통령이라는 행정 수반을 얹은 것이 미국이다. 대통령은 사실 제도가 아니라 개인이었다. 처음 뽑을 때는 비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고작 대통령 한 사람이었다. 요즘 말로 하면 부처의 장관(secretary)들을 지휘하는 사람이었다. 지금의 미국식 대통령제와도 매우 달랐다. 미국이 아닌 나라의 대통령제는 원래부터 의회가 약했던 나라들이다. 제3세계 국가들은 의회의 힘이 강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행정권이 선제적으로 워낙 강한 조건에서 의회가 발전했다. 우리나라도 그런 경우이다. 그래서 대통령제에 대한 관념을 바꾸는 데에도 이 책이 도움이 된다.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우리식 대통령 중심제가 대통령제의 초기 모습이나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상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미국인들이 이때 만든 혁신이 삼권 분립인데, 이것은 주권을 쪼개는 것이다. 반면 유럽식의 삼권분립은 주권을 쪼개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쪼갠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행정부 수반이 문제가 될 경우 의회에서 불신임하면 간단한데, 미국식 삼권 분립에서는 주권이 나뉘어 있어서 주권을 해지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길다. 입법부에서 탄핵을 거치고 마지막에 사법부에서 탄핵 과정이 헌법에 합치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고……. 몽테스키외의 이론을 곧바로 미국에 적용했던 것이 아니라, 이 헌법을 만든 사람들이 유럽식 삼권 분립을 다른 형태, 새로운 형태로 변형시켰고, 그 결과 등장한 것이 미국식 대통령제이다. 그러나 어떤 권력도 커지려고 하는 속성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1백 년 정도 지나면 대통령도 보좌관 제도를 갖게 된다. 그 전인, 초기 1백 년 정도는 현재 알고 있는 대통령제와 다르다. 1백 년쯤 지나면 대통령은 개인이 아니라 제도가 된다. 지금처럼 거대한 조직과 예산과 권한의 뒷받침을 받는 미국식 대통령제는, 처음 만들어진 후 1백 년을 거치면서 서너 번 단계를 지나 변화된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보면 좋을 것 같다.


박찬표 : 대통령제가 가장 흥미로운 부분인 것 같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미국에서 대통령제를 만든 것은 하원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고 의회의 권한을 제약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내용이 있다. 통치란 무엇인가, 법을 만드는 것이다. 법을 만드는 것은 입법부이므로, 이 책에서 말하는 정부는 의회인 것이다. 그래서 처음 읽을 때 좀 당황스럽다. 정부(Government)를 우리식으로 당연히 대통령, 행정부로 생각하고 읽으면 전혀 맥락이 맞지 않는다. 연방 정부는 곧 연방 하원, 연방 의회를 말한다. 법을 만드는 것이 정부, 통치의 핵심적 역할인 것이다.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모이는데, 다수파가 전제를 하지 않도록 견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통령은 법을 집행하는 것이니 의회에 모인 인민의 의지를 집행하는 것이고, 집행을 위해서는 효율성이나 단일성이 필요할 것이므로,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주장들이 죽 나온다. 한 사람에 권한이 집중되어야 하고, 연임할 수 있고, 임기에 제한이 있으면 안 되고…… 왕과 같은 것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여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해밀턴은 대표적으로 집행부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왕이나 군주제를 복원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이후 미국 정치가 많이 변했다. 첫째, 정당의 등장이다. 정당이 등장하면서, 대통령 선거에서 인민들이 선거인단을 뽑는 것이 직선의 의미를 띄게 되었다. 대중 선거를 하면서 1830년대 잭슨 대통령 시기부터, 대통령이 ‘나는 전체 국민의 의사를 대변한다’, ‘내가 진정한 대변자다’라고 주장하게 된다. 20세기에 들어오면 이런 경향이 본격화된다. 윌슨 대통령 때가 되면, 미국의 권한이 의회, 거기서도 위원회 중심으로 너무 분산되어 있어서 인민의 의사를 실현할 수 없으므로 영국처럼 권한이 집중된 체제를 구상하고, 대통령이야말로 인민의 일반의지를 대표하는,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사람이며 의회는 부분적 이익의 대변자라는 주장을 편다.

특히 이런 대통령들이, 미국 국민들이 건국 때 꿈꾸던 자유나 평등, 인권 등과 같은 것을 실현하기 위해 혁신을 주도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예컨대 루스벨트). 의회는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는 쪽이 되고 말이다. 이렇게 미국에서도 대통령제의 성격은 많이 변했다. 어쨌든 미국의 대통령제는 제3세계로 전파되면서 모든 나라에서 대통령제의 원형이 된다. 처음 미국에서 대통령은 의회를 통해 실현되는 인민주권, 혹은 ‘포퓰리즘’(populism)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나중에 특히 제3세계로 가면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을 제도화하기 위해 대통령제를 도입하고 포퓰리즘의 주된 메커니즘이 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의회를 무시하고 인민의 권한을 내가 위임받았다며 위임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어떻게 보면 대통령제는 처음 미국이 구상했던 것과 정반대 방향으로 변했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페더럴리스트』의 백미들

조성주 : 목차를 보면 조약 체결, 사면권 등, 추상적이고 이론적 논쟁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두고 그것도 ‘현실 정치인’들이 직접 논쟁을 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러나 어떤 글들은 당대의 구체적인 쟁점을 다룬 것이라 읽기가 쉽지 않았다. 총 85편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것들만 뽑아서 읽는다면 어떤 글들을 추천하겠는가? 개인적으로는 10번이 문장도 멋있고 문제의식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박상훈 : 10번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의식은, 인간의 무리 짓는 본성을 제거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물과 공기처럼 자유로부터 온 것이므로 그것을 없애려면 자유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변으로 시작해, 파벌이 정치를 분열시키고 공화정을 어렵게 만드는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이냐가 하나의 주제이다. 또 다른 하나는 규모에 관한 것이다. 왜 오히려 규모가 큰 국가에서 자의적이고 전제적인 정부의 출현을 더 잘 억제할 수 있느냐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이는 앞선 정치학의 고전적 이론, 교과서를 폐지하는 것이었다. 이전의 모든 이론(옛날 정치학)은 요즘 말로 하면 ‘파벌 방지론’이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집단이기주의 방지론이다. 반면 매디슨이 쓴 10번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파벌을 없앨 수 없다면, 우리가 던질 수 있는 유일한 질문은 그것의 유해한 결과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이다. 많은 사람의 이익과 열정, 정념을 조직화하더라도 그것이 사회를 전제정으로 이끌지 않을 관점, 비전을 처음으로 정당화한 것이다.


<사진 설명> Federalist Papers, No. 10 출처_위키미디어


이전에는 정치 공동체의 크기를 키우는 것을 모두 두려워했다. 모든 정치학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규모의 정치 공동체에서만이 인간이 감각과 기억을 공유하면서, 정치를 통해 좀 더 목적 있는 삶을 이끈다고 가정했다. 따라서 13개 나라를 통합한 이 거대한 나라에서 어떻게 좋은 정치체제를 만들 수 있을지를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다. 매디슨은 10번에서 이 설명을 시도했다. 오히려 규모가 커야 하며, 그래야 전제정을 방지할 수 있다, 규모가 크면 수많은 이익들의 다원적 표출이 오히려 평화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 시대에 우리는 이를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말이다. 놀라운 것은 13개 주가 연방 정부를 만들 때 인구가 기껏 3백만 명밖에 안 되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사람들은 3백만 명을 두고도 이렇게 큰 나라를 어떻게 만든단 말인가, 두려워했다. 지금은 10억 명 규모의 나라도 상상할 수 있고, 우리도 5천만 명 규모를 작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3백만 명도 두려워하는 상황에서, 규모를 키워도 괜찮다, 큰 나라에서 공화정을 운영하는 것이 괜찮다고 처음으로 논변한 것이다. 다른 글들이 대부분 상황론이었다면 매디슨의 글 몇 편은 그전 정치학의 체계에서 없었던, 혹은 두려워했던 방향의 통치론을 과감하게 옹호하고 정당화했다는 점에서 중요한데, 특히 10번이 굉장히 중요하다.


박찬표 : 대개 정치학계에서는 대의민주주의로의 이론적 전환을 이룩한 매디슨의 글을 많이 본다. 10번과 짝을 이루는 51번도 많이 본다. 9번, 해밀턴이 쓴 부분도 좋다. 번역을 하면서 현실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65번 탄핵과 관련한 부분이었다. 그 시기에 탄핵을 해본 사례도 없을 텐데, 우리가 탄핵 정국에서 직면했던 것들을 거의 그려내듯이 설명했다. 경험 사례가 없는데도 말이다.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민의 집단적 정념의 폐해를 경고한 내용을 담은 부분도 유념할 만하다. 62, 63번이다.

요즘 사법부의 역할과 관련해서 위헌법률심사권이 주목받고 있는데, 미국 헌법에는 사법부의 그런 권한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 제헌 헌법을 만든 사람들이 이것을 의도했다면 탄핵심판권처럼 헌법에 명문화했을 텐데, 명문화하지 않은 것은 의도하지 않았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해밀턴은 이를 헌법 조문에 따른 것이 아니라 법원의 고유한 기능, 사법적 재량권에 따른 것이라 설명한다. 법 해석은 법원의 권한에 속하며, 헌법과 법률이 불일치할 때 어느 것을 따라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서, 헌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법부의 고유한 직무 수행의 논리에서 나오는 것이지 헌법 조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78번은 사법심사권을 논리적으로 논증했는데 아마 최초로 정식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연방 대법원에서 판결할 때 해밀턴을 상당히 많이 인용하는데 바로 이 부분이며, 헌법 조문에는 없지만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헌정 체제의 일부가 되고 있다. 그 이론적 근거가 바로 이 78번이다.



반연방주의자들이 남긴 부정적 유산: 정부의 역할을 불신하는 정치 문화

박상훈 : 박찬표 교수가 헌법을 만든 사람들을 설명하면서 일종의 ‘반혁명’이랄까, 혁명적 열정을 제도화하는 역전의 기획을 설명했고, 사회자도 반연방주의자들의 주장이 꽤나 민주적・진보적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좀 다른 면을 강조하고 싶다. 반연방주의자들은 미국 안에서 정부의 역할을 불신하는 전통을 만들어 냈다. 정부를 통해 개혁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데 이들이 크게 기여한 것이다. 미국은 복지국가가 불가능하다. 정부의 역할이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때 반연방주의자들이 강력한 미국의 정치 문화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적으로도 정부에 대한 불신이 매우 강한 나라다. 반연방주의자들은 한편에서는 대표에 대한 견제나 대표도 인민을 닮아야 한다는 인민주권에 가까운 주장을 했지만, 그런 이야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다른 한편 과도한 참여에 희망을 거는 이론을 앞세워 역설적이게도 정부를 통해 사회를 개혁할 수 있는, 공공 정책을 통해 자본주의를 견제할 수 있는 힘을 소진시키는 데도 기여했다. 이것이 반연방주의자들이 남긴 부정적 유산 중 하나다. 우리가 요즘 말하는 직접 민주주의나 참여의 측면에서 그럴듯해 보인다고 그것만 보면 안 된다. 저자들은 좋은 질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고, 그 문제는 여전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다.


<대화> 편에서 계속 됩니다.


***


※ 역자와 함께하는 '『페더럴리스트』 강독'에 초대합니다. 

새로 번역된 『페더럴리스트』를 통해 '인간에 대해, 그리고 인간에 의해 운영될 정부'를 구상한 이들의 고민을 들여다봅니다.

  • 강사 : 박찬표 교수(『페더럴리스트』 역자)
  • 일시 : 8월 12일(월), 14일(수), 20일(화) 오후 7시30분
  • 장소 : 정치발전소(마포구 독막로 232, 1층)
  • 교재 : 『페더럴리스트』, 박찬표 옮김(후마니타스)
    * 교재는 정치발전소에서 10% 할인가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 수강료 : 회원 6만원(비회원 9만원 / 개별강좌 수강 가능)
  • 계좌 : 우리은행 1005-203-267406 사단법인정치발전소
  • 문의 : 010-3427-0831
  • 수강신청 : bit.ly/2019페럴리스트


박상훈 | 정치발전소 학교장

정치학을 전공한 정치학자이다. 정치의 현장 가까이에서 읽고 쓰고 말하는 일을 한다. 실천으로서의 정치와 학문으로서의 정치학이 엄격하게 분리되기보다는 어느 정도 중첩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정치학의 본래 모습이자 애초의 이상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정치가의 존재를 시야에서 놓치지 않을 때 정치학적 논의 역시 훨씬 더 풍부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보다도 시민의 적법한 대표라 할 수 있는 정치가들이야말로 정치학의 개념과 이론을 선용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길 바란다. 그래야 민주정치의 여러 규범과 가치가 시민들의 삶의 양식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어 지속 가능한 전통으로 안착할 수 있으리라 본다.


박찬표 | 목포대 교수(정치발전소 이사)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목포대학교 정치언론홍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한국 의회정치와 민주주의』(2002), 『한국의 국가형성과 민주주의』(2007), 『한국의 48년 체제』(2010) 등이 있고, 역서로 『민주주의의 모델들』(2010)이 있다.


조성주 | 정치발전소 이사

칼 세이건을 읽고 천문학자를 꿈꿨다. 희망대로 천문학과에 진학했으나 정작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행성의 노동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국회의원 보좌관, 서울특별시 노동협력관을 지냈다. 저서로는 『알린스키, 변화의 정치학』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