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책 읽기 | ① 『연방주의자』(The Federalist)에 대해 : 좋은 질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박찬표
2019-07-26
조회수 2803

매우 유명하지만, 일부만 인용될 뿐 전체 내용은 잘 모르는 책들이 많은데, 『페더럴리스트』가 대표적으로 그런 책이다.

이 책은 미국이 연방 정부를 수립할 때 정부의 기본이 되는 연방헌법의 필요성, 정당성, 특징 등을 말한 해설서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정치 시스템이 어떤 원리에 기초해 디자인되었는지를 해설하는, 미국 헌법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해설서로 인정받고 있다.

편집자 주

정치발전소는 지난 7월 3일, 박찬표 목포대 교수(정치발전소 이사)가 새롭게 번역한 『페더럴리스트』의 출간을 기념하고, 그 내용과 배경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저널P>는 당시 북 콘서트의 내용을 역자 지상 강의, 좌담회, 청중과의 대화 등 세 부분으로 나눠 연재한다. 이번 호에는 그 첫 번째로 『페더럴리스트』의 배경과 내용, 연방헌법의 특징과 의미를 담은 역자의 지상 강의를 싣는다.

  1. <지상 강의> 『페더럴리스트』(The Federalist)에 대해 : 좋은 질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2. <좌담> 『페더럴리스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3. <대화> 『페더럴리스트』가 남긴 유산


***


<지상 강의>
『연방주의자』(The Federalist)에 대해 : 좋은 질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글쓴이ㅣ박찬표 목포대 교수(정치발전소 이사)


매우 유명하지만, 일부만 인용될 뿐 전체 내용은 잘 모르는 책들이 많은데, 『페더럴리스트가 대표적으로 그런 책이다. 이 책은 미국이 연방 정부를 수립할 때 정부의 기본이 되는 연방헌법의 필요성, 정당성, 특징 등을 말한 해설서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정치 시스템이 어떤 원리에 기초해 디자인되었는지를 해설하는, 미국 헌법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해설서로 인정받고 있다. 연방헌법이 1787년에 만들어졌는데, 이는 프랑스혁명(1789년)이 일어나기 전이고, 영국은 그보다 앞서 시민혁명(1688년)을 거쳤지만 투표권을 생각하면 미국에 한참 못 미쳤다. 이처럼 미국 민주주의가 (고대 민주주의를 제외하면) 가장 빠른 민주주의라는 점에서, 이 책은 민주주의와 관련된 고전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사진 설명> 『페더럴리스트』 초판본.  출처_위키미디어


그러나 막상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기준에 상당히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인민이 직접 뽑은 의회, 즉 미국 같으면 하원인데, 인민의 정념 등으로 말미암아 이들이 심의를 잘하지 못할 것이며, 인민이 직접 선출하지도 않는 상원, 대통령, 연방 사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연방 하원을 어떻게 통제해야 하느냐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다분히 귀족주의적이고 엘리트주의적으로 보이는 내용들이 있다. 또한 인민에 대한 신뢰보다는 인민의 열정/정념의 과도함, 지나친 자유가 불러올 수 있는 위험 등에 대한 경고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당혹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이런 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책의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776년에 미국의 13개 주가 독립을 선언하고, 8년간 영국에 맞서 독립 전쟁을 치른 뒤 1783년에 공식적으로 전쟁이 종식되면서 독립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먼저 13개 주, 즉 13개 식민지 각각이 독립해 13개의 ‘나라’가 수립되었다.1) 이 13개 나라들이 독립 전쟁을 치르기 위해 연합을 구성했고, 이 연합 체제가 10년 정도 운영되었다. 연방이 만들어지기 전에 미국 연합이 수립된 것이다.


<사진 설명>'미국의 독립 선언'.  미국 역사화가 존 트룸벌(John Trumbull·1756~1843)이 1817년 미국 의회로부터 주문을 받아 제작한 그림. 현재 미국 국회의사당 중앙 원형홀에 걸려 있다. 출처_주한미국대사관


영국 식민지로부터 해방되어 독립 혁명의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사람들은 민주적이고 급진적이고 평등한 사회질서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런 열망에 기초해 주마다 헌법이 만들어졌으며, 이들 간에 연합 규약(헌법)이 있긴 했으나 각 주는 상당 정도 독립적인 주권을 가지고 독자적인 정부를 운영했다.


이들 각 주의 정치체제는 대개 입법부가 중심이었다. 영국 군주에 대한 두려움과 식민지 시기 총독의 전제적 통치를 경험했으므로, 이제는 인민이 직접 뽑은 하원, 인민의 대표 기구가 진정한 정부이며, 이를 중심으로 통치하는 체제가 진정한 민주주의(그때는 민주주의보다는 공화정이라는 말을 썼는데)라고들 생각했다. 또한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확대되면서 식민지하의 구엘리트들과는 다른, 중하층들도 대거 의회에 진출하게 되었다. 이렇게 각 주는 의회에 권한이 집중되어 있었고, 여기서 급진적인 정책이 만들어졌다. 예컨대, 긴 전쟁 과정에서 다수의 가난한 사람들(특히 농민들)이 상인들과 금융업자들에게 부채를 짊어지게 되었는데, 이들의 채무를 사실상 탕감해 주는 입법(값싼 지폐 남발, 채무 회수 정지 등)이 통과되기도 했다.


1787년 새로운 연방헌법을 만들게 된 것은, 이런 연합 체제로는 더 이상 미합중국을 유지할 수 없으며 안정된 질서, 안정된 정부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찰스 비어드(Charles Beard) 같은 학자는 미국 연방헌법을 금융업자・상인・대지주들이 사유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체제로서 고안해 냈다고 평가했는데, 어쨌든 연합 체제를 위협으로 느꼈던 엘리트 계층을 중심으로 연합 체제를 개조하려고 했던 시도가 미국 헌법의 출발점인 것 같다. 요컨대, 연합 체제에 대한 부정, ‘1776년 정신’, ‘자유의 정치’에 대한 부정, 연합 헌법 체제하에서, 그리고 미국혁명의 열기 하에 나타났던 민주주의의 ‘과도함’(?)에 대한 수정 또는 반발이 연방헌법의 출발이라 말할 수 있다. 그래서 혹자는 연방헌법을 한마디로 ‘반혁명의 산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연방헌법은 두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는 권력을 13개 주 정부에서 연방 정부로 가져오는 것이다. 그래야 ‘미합중국’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연합 헌장으로는 하나의 합중국을 유지할 수 없으며, 두 개 내지 세 개로 쪼개질 위험이 다분히 있었다고 한다. 외부적으로는 영국이나 스페인 등, 아메리카 대륙에 구식민지를 보유하고 있던 나라들의 위협이 존재했으며, 내부적으로는 앞에서 말했듯이 급진 민주혁명의 열기가 고조되고, 하층민들로부터 경제적 평등에 대한 급진적 열기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인민들의 대표 기구인 입법부, 즉 의회가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사유재산을 비롯해 기존의 사회질서를 위협하는 법을 만드는 것에 대한 경고가 곳곳에 나타난다. 연방헌법은 이를 막기 위해 권력을 주 정부로부터 연방 정부로 옮길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두 번째는 입법부 우위 체제에서 권력분립 체제로의 전환이다. 그 초점은 인민이 직접 선출한 대의 기구(의회, 특히 하원)의 힘을 제어하기 위해 의회를 둘로 나누고 또한 인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은 집행부와 사법부의 힘을 강화시키는 것이었다. 주 정부로부터 연방 정부로 권력을 이양하고, 입법부 우위 체제로부터 권력분립 체제로 전환하는 것, 이것이 연방 헌법의 핵심이었다.


당연히 반발이 나왔는데 이들이 ‘안티페더럴리스트’(Antifederalist)였다. 연방 정부의 권한을 강화시키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페더럴리스트’(이하 연방주의자)라 불렀고, 그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안티페더럴리스트(이하 반연방주의자)가 되었다. 반연방주의자들의 구성은 매우 다양했다. 상당히 보수적인 엘리트도 있었고 급진 민주주의자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각 주에서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주에서 연방으로 권력을 이양하는 것을 당연히 반대했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공화정이라는 것은 인민이 직접 혹은 대표를 통해 자치를 하는 체제인데, 미국이 새로운 나라를 만들면서 강력한 집행부, 강력한 중앙정부를 수립하면 그 결과 인민의 자유와 공화제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공화정주의자들의 반발이었다. 이렇게 연방헌법에 대한 반대는 매우 다양했다.


연방헌법을 만드는 과정도, 우리처럼 제헌 국회를 꾸리고 이곳에서 제헌 헌법을 만드는 식으로 순조롭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연합 헌장의 문제를 수정해서 개정안을 만들기 위해 주 대표들이 필라델피아에 모이게 된 것이다. 1개 주(로드아일랜드)를 빼고 12개 주 대표 55명이 모였다. 이들은 새로운 헌법을 만들 권한을 부여 받은 사람들이 아니라, 연합 헌장을 수정하는 안을 만들어 연합 회의에 제출할 임무를 부여 받은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연합 체제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체제를 구상하고 새로운 헌법을 만들었으니 당연히 반발이 거셌다. 어쨌든 절차는, 안이 모아지면 연합 회의에서 승인을 받고, 13개 주에서 각각 헌법을 비준해야 했다. 이 헌법을 비준하기 위한 13개 주마다 비준 회의 대표를 인민들이 직접 뽑고, 대표 기구에서 심의를 거쳐 각 주마다 이를 비준해야 연방이 성립되는 것이다.


이 책의 직접적인 배경은 뉴욕 주이다. 뉴욕은 당시 반연방주의가 가장 강했으며 연방헌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했던 곳의 하나로, 주지사부터 주 의회, 연방헌법 비준 회의 대표들 다수가 반연방주의자들이었다. 연방헌법이 공표된 후 조문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에 대해서도 비판이 거셌는데, 공화정을 붕괴시키고 귀족정・군주정을 복원시키려는 음모라느니, 주의 주권을 말살시키고 중앙정부가 권한을 다 가져갈 것이며, 중앙정부가 수립되면 공화정이 무너질 것이라는 반연방주의자들의 비판이 신문, 팜플렛 등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의 공격에 반박하고 헌법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뉴욕에서 발행되는 신문들에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의 주도로 연합 체제가 왜 문제이며 왜 연방으로 가야 하는지, 연방헌법의 정당성, 내용과 필요성을 소개하는 글을 기고하게 된다.2)


해밀턴 혼자 다 쓸 수 없어 두 사람을 영입하는데, 제임스 메디슨(James Madison)과 존 제이(John Jay)였다. 존 제이는 뉴욕 사람이었고, 메디슨은 버지니아 사람이었다. 인구가 가장 많았던 버지니아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뉴욕 비준 대회에 대비하여 처음 글이 나왔고, 85번까지 세 사람이 돌아가면서 기고를 했는데, 해밀턴이 51편, 메디슨이 29편, 존 제이가 5편을 썼다. 그중에서도 정치학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부분이 메디슨의 글이다. 외교와 관련된 부분은 주로 존 제이가 썼고, 합중국의 필요성, 집행부, 대통령, 사법부, 군 통수권이나 군사 징집권, 조세와 연방 정부 등에 대해서는 주로 해밀턴이 썼다. 메디슨은 연방 정부의 특징, 연방제・공화정이란 무엇인가, 의회, 권력분립 등을 이론적으로 설명했다.


<사진 설명> 페더럴리스트의 저자들. 좌에서부터 알렉산더 헤밀턴, 제임스 메디슨, 존 제이. 출처_위키미디어


이 책이 정치학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저자들에게는 참고할 만한 선례가 없었다. 참고한다 해도 영국인데, 그때 영국은 막 권한이 국왕에서 의회로 넘어가는 단계로, 선거권이 극소수에 국한되어 있는 사실상 의회 과두정 단계였다. 그런 상황에서 역사의 누진적 과정이 아니라, 인간이 의식적으로 정치체제를 디자인해서 대의민주주의 체제를 만들어 낸 것이 미합중국이고, 이 책은 그 기본구조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 시기를 생각하면 굉장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의 관점에서는 민주주의에 좀 많이 모자라는 측면이 있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근대 민주정을 수립하는 기초를 놓았다고 평가할 만하다. 로버트 다알(Robert Alan Dahl)은 『민주주의와 그 비판자들』이라는 책에서, 이때 민주주의의 제2의 전환이 이루어졌다고 했다. 즉 아테네의 작은 공동체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하다가 큰 규모의 국민국가에서 어떻게 민주주의를 할 것이냐, 공화정은 작은 규모의 정치단위에서 가능하다고 해 왔는데 거대한 국민국가에서 어떻게 공화정을 운영할 것이냐, 일찍이 공화정은 시민의 덕성을 강조하는 정치체제였는데, 이제 각자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공화정을 만들어서 운영할 것이냐 등의 과제들을 해결해야 했는데, 말하자면 이 책은 그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제시하면서, 대규모 국민국가 수준에서 공화정(즉 대의민주주의)을 운영하는 최초의 제도 디자인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한계도 많다. (웃음) 이에 대해서는 토론 과정에서 이야기해 보자.


<좌담> 편에서 계속 됩니다.


※ ‘페더럴리스트’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페더럴리스트』(후마니타스)의 ‘옮긴이 해제’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주석

1) 당시 미국의 13개 주는 뉴햄프셔, 매사추세츠, 로드아일랜드, 코네티컷, 뉴욕,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델라웨어, 메릴랜드,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주였다.

2) 1787년 10월부터 1788년 4월까지 『인디펜던트 저널』(Independent Journal), 『뉴욕패킷』(the New York Packet), 『데일리 애드버타이저』(The Daily Advertiser)에 연재되었다.


박찬표 | 목포대 교수(정치발전소 이사)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목포대학교 정치언론홍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한국 의회정치와 민주주의』(2002), 『한국의 국가형성과 민주주의』(2007), 『한국의 48년 체제』(2010) 등이 있고, 역서로 『민주주의의 모델들』(2010)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