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노동력과 함께, 사람이 온다

공식 관리자
202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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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노동력과 함께, 사람이 온다

덴마크는 어떻게 이민 문제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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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주 정치발전소 대표


<노동력과 함께 사람이 온다>라는 책의 제목은 이민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면 보수쪽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력이 지나치게 높은 대우를 받고 있다며 국내노동자와 차등을 둘 것을 주장한다. 진보쪽에서는 현실의 농업현장과 건설현장 등이 이주노동자들의 노동력 없이는 실제 작동하지 않는다는 예를 들며 이들의 노동력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양측의 논쟁에 ‘사람’이라는 존재가 실종되는 경우가 많다. ‘노동력’이 아니라 ‘사람’이 온 것이다. 그것은 곧 인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노동력’만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가질 수 밖에 없는 욕망, 편견, 관성, 갈등 등이 모두 함께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쉽게 놓치고 있는 지점이다.


부제에서도 이민문제가 수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도발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민문제에 대한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표현하자면 ‘수렁’이라는 단어가 지나친 표현은 아닐 수 있다. 지금 미국과 유럽에서 이민자, 그리고 이주노동자, 난민 문제로 정치구조와 사회가 크게 변화하고 또 갈등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진보든 보수든 이 문제에 대한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극단적인 정치세력이 더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적어도 기존 정당들의 입장에서 이민문제는 수렁이 분명한 듯 보인다. 


이 책은 덴마크 사회민주당의 정치인이 직접 쓴 ‘이민문제’에 대한 정당내외의 논쟁과정을 총정리한 책이다. 이와 함께 덴마크 사회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리고 덴마크 정당간 균열과 정책들의 변화까지 함께 정리하고 있다. 저자 ‘마티아스 테스파예’는 에티오피아 난민 아버지와 덴마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난민 2세이자 사회민주당의 정치인이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직접 덴마크 이민통합부 장관과 이후 법무부 장관, 교육부 장관을 역임하고 있는 정치인이자 작가이다.  


덴마크 사회민주당의 이민과 난민 정책에 대한 책에 지금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재 유럽의 주요 진보정당들이 모두 이민문제, 난민문제로 인해 정당이 분열되거나 선거에서 보수정당들에게 패배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한편 기성정당들의 혼돈 속에서 오히려 이민, 난민 문제를 아젠다로 삼아 극우정당들이 크게 부상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덴마크 사회민주당은 2019년부터 선거에서 연승하고 있고 이웃 나라 스웨덴이 이민문제로 인해 복지국가 그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에 반해 안정적으로 복지국가를 유지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각 나라들이 처한 상황과 정치적 맥락은 완전히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덴마크의 사례를 모두 적용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무려 50년이 넘게 이민문제를 두고 논쟁해온 덴마크 사회민주당의 사례는 충분히 참고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덴마크가 본격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인 것은 1960년대 부터이다. 사실 이 요구는 사용자측의 필요가 더 컸다. 당시만 하더라도 실제 제조업을 비롯한 일부 산업에서 노동력부족이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에 큰 논쟁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노동력 필요에 따른 이민만이 아니라 정치적 난민 등이 급증하기도 하면서 이민문제와 사회통합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는 과정을 이 책은 잘 보여준다. 80년대 그리고 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면서 덴마크 사회민주당 내부와 또 나머지 주요정당들 간의 논쟁과 협력, 갈등의 과정을 보다보면 자연스레 덴마크 정치드라마 <보르겐 : 여총리 비르기트>이 떠오른다. 이념과 정치적 지향이 명확한 소수정당들과 함께 연정을 꾸려야만 하는 덴마크의 의회중심제 시스템이 보여주는 갈등과 합의의 정치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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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발전소 강연 사진 ;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 김동규 편집장] 

특히 이 책을 보면서 가장 깊이 고민해야 할 지점은 복지국가와 이민문제를 어떻게 함께 가져갈 것인가 이다. 이민자, 난민들을 사회에 통합하지 못한다면 복지국가 시스템은 작동하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저자는 진보파가 기존에 주장해왔던 방법과 지향이 오히려 난민과 이민자들을 게토화시키고 사회를 분열시키는 결과로 귀결될 위험성에 대해서 매우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단적으로 이민자 자녀들에게 현지 언어와 모국어 중 어떤 것을 먼저 가르쳐야 하는지의 논쟁들이 그러한 사례에 해당한다. 


또 하나 이 책이 매우 독특하면서도 중요한 것은 이민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논쟁을 단순히 덴마크 현대사로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내 갈등과 논쟁의 변화’, 그리고 ‘정당의 정책 변화’ 등의 과정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민문제의 당사자들과 이 문제를 직접 다루어 왔던 각자의 입장에 서있던 과거부터 현재의 정치인들을 모두 인터뷰해서 매끈하게 정리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정치학 책 들에서 찾기 힘든 잘 정리된 ‘정당 연구서’이자 매우 잘 쓰여진 ‘르뽀르타주’이기도 하다.


이민문제는 우리에게도 멀지 않은 쟁점이다. 여전히 농촌과 제조업의 이주노동자를 비롯하여 최근에는 배달업계에서도 이민노동자들에 대한 쟁점들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다른 국가들이 겪고 있는 게토화 문제까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최근 우리 사회가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에 예민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다루는 것에 서툴다는 것을 고려하면 우리에게도 감상과 추상적 차원의 이야기가 아닌 구체적인 논쟁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그런 논의의 시작점으로 이 책은 큰 가치와 매력을 가지고 있다. 


마키아벨리의 도서관 "Episode25 - 노동력과 함께, 사람이 온다" 시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