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녹색, 전적으로 정치에 관한 _ 김혜미 (정치발전소 운영위원/녹색전환연구소 운영실장)

공식 관리자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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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불가능한 불평등>

녹색, 전적으로 정치에 관한

 

김혜미(정치발전소 운영위원 / 녹색전환연구소 운영실장)

 

‘기후위기는 사기다’ ‘겨울이 추운데 무슨 지구온난화냐’ 라는 말을 이제 더 이상 보통의 시민들은 믿지 않는다.

 

 

적어도 그 정도는 이제 ‘교양’이 되었다. 한동안, 아니 오랫동안 정치영역에서 기후문제는 ‘표’ 안 되는 순진하고 미지근한 소리라고 간주되었으나 이제는 노동정치를 말하던 사람도,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사람도 어떠한 이유로든 기후문제를 건너뛸 수 없게 되었다. <세계불평등보고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금융, 경제 관련 기관에서도 에너지 사용, 온실가스배출 문제를 비롯하여 기후와 생태를 중심으로 둔 보고서를 앞다투며 발행하고 있다.

 

 

그렇게 시대는 바뀌었다. 녹색정치를 가장 먼저 권력의 중앙으로 만든 독일이라는 나라는 이제 유럽 정치를 재배치할 뿐만 아니라, 세계 정치, 문화, 심지어 경제까지도 생태와 녹색이 우선이 되도록 견인하고 있다. 오랜 시간 신뢰와 실력을 축적해온 정당 그리고 정당정치는 시간의 풍화를 견딜 수 있을 만큼 유능함을 갖추게 되었다.

 

게다가 그 유능한 녹색정치는 분명한 균열을 내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뤼카 상셸의 글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경제학자인 저자는 과거 권위 있는 불평등, 경제 지수와 통계에 대해 ‘생태적 관점’으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회활동을 ‘복지국가’ 운동으로 시작해 현재 녹색정치에 중심을 두고 움직이는 나로서 사회불평등과 생태(환경)불평등의 교차점을 실질적인 데이터로 분석한 내용을 살필 수 있어 매우 뜻깊다. 게다가 현실에서 벌어지는 경제불평등과 생태불평등이 가진 보다 구체적인 갈등과 딜레마를 피하지 않는 용기도 보여준다. 한편,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른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어야 한다는 핵심은 잃지 않는다.

 

 

저자는 ‘접근’ ‘노출’ ‘책임’ 의 불평등을 중심으로 논박하며 “유한한 세계에서 불평등을 줄이는 법”에 대해서 꽤 상세한 정책적 해결책을 제시한다. 다만 이 지점에서도 여전히 고개를 갸웃하며, ‘현실성’과 ‘대중성’을 질의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불편함을 논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정치가 이젠 시급하다. 지난 겨울, 한국에서 있었던 난방비 요금 문제와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대응하는 우리 정치의 모습을 보면 아찔함은 더해져 간다. 에너지 가격 인상과 극한 기후와 혹한의 빈번함으로 인해 높아진 난방비 문제에 대해 화석연료시대의 종말을 논의하며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는 실종상태였다. 또 새로운 보호무역주의와 녹색제국주의의 복귀와 등장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티핑포인트를 향해가는 전 지구적 위기 속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 평가받는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해서도 ‘수출한국’은 뚜렷한 대응방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게 현실이라는 점이 오히려 믿기지 않는다.

 

지구의 위험 한계를 논하는 책 <브레이킹 바운더리스>는 시민사회운동과 정치적 변화, 가격과 새로운 기술혁신이 서로 협력할 때 멸종저항, 빈곤 종식 그리고 온실 기체 배출 금지라는 사회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척 어렵지만 함께 가야한다는 것이다. 이 꿈같은 이야기가 ‘옛날 옛날 이야기’로 남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가능성의 공간들을 열어 나가야만 한다. 온 힘을 다해서 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