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_ 유의선 정치발전소 사무국장

공식 관리자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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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유의선 / 정치발전소 사무국장

 

1.

‘십시일반 밥묵차’라는 차량(?)이 있다. 유희님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는 투쟁사업장 밥 지원차량이다. 음식을 연대하는 모임이다. 단체라고 하기에는 차량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18명의 팀원들이 수시로 결합하며 전국의 투쟁사업장을 누빈다. 유희님은 전노련의 첫 여성부의장이었다. 한 성깔 하는 지역장들도 유희부의장 앞에서는 꼼짝 못했고 모든 투쟁에 앞장서는 장수였다. 전노련을 그만둔 후 한동안 자영업자의 삶을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투쟁사업장에 밥을 지원하는 손 큰 언니가 되어 짠 나타났다.

유희언니가 모르는 투쟁사업장은 없다고 봐도 좋다. 전국에 모든 농성장과 집회를 꿰뚫고 있고, 병마와 싸우고 있는 동지들의 이름을 매일 호명하며 쾌유를 바라며 매일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을 만들어낸다. 무료 나눔은 일상이고, 대규모 집회도 재료값 정도만 받고 풍성한 밥을 차려낸다. 음식 좀 한다는 나도 밥묵차가 해내는 음식의 양과 일정들만 봐도 손가락과 허리가 아플 지경이다. 밥묵차의 모토는 “밥은 하늘이고 힘이고 사랑이다”이다. 가난하고 소외되고 투쟁하는 사람들일수록 밥이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밥묵차에 전국 곳곳의 사람들이 자신이 수확한 농산물이나 식재료들을 박스로 보내온다. 그러면 이 식재료를 또다시 손질해서 음식연대에 나선다. 밥묵차가 연대하지 않는다고 밥을 굶지야 않겠지만, 거리에 나선 이들의 간절함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들이 조금 더 따뜻한 밥상을 차려내기 위한 헌신은 늘 마음에 울림이 된다. ‘밥을 먹고 다니게 해주는’ 밥묵차를 보면 ‘힘이 되는 연대’의 실체를 보는 것 같다.

 

2.

나는 편의점 밥이 싫다. 그 내용이 무엇이건 간에 다 같은 맛이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편의점 밥을 먹는 것에 놀라곤 한다. 조카에게 오늘 뭘 먹었냐고 하면 편의점 밥이었고, 하루의 낙이 집에 들어가면서 편의점 디저트를 먹는 일이라고 한다. 13년 넘도록 아버지를 돌보고 있는 작가와 공동작업을 위한 사전미팅을 하는데, 점심을 뭘 먹었냐고 물으면 편의점 도시락을 먹었다고 한다. 40대 중반을 훌쩍 넘은 후배에게도 주말에는 뭘 먹고 지내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편의점 도시락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늘 사람들에게 ‘밥은 먹었냐’‘무엇을 먹었냐’고 물어본다. 얼굴을 마주한 사람이 그날의 끼니를 잘 챙겨먹었는지부터 물어야 그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고, 함께 저녁 식사를 할 사람에게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 물어야 저녁의 메뉴를 정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 5년 넘도록 한 달에 한번 교회밥을 한 적이 있다. 40인분정도의 밥을 하는 일인데, 시작은 예배후 김밥 한 줄을 국물도 없이 넘기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오뎅탕을 끓여가면서부터 시작됐다. 국물파인 나로서는 왠만해서는 마른밥만 넘기는 것을 참지 못했고 그렇게 시작한 국끓이기는 밥을 하고 반찬을 하다가 반찬을 늘려가는 일로 번졌다. 내가 교회에 가는 날이면, 예배 후 “오늘 우리 맛있는거 먹겠어요”라는 광고를 해주시기까지 했다. 사람들이 모이고 함께 음식을 나누는 일이 나에게는 사람과의 유대를 강하게 하는 일이고, 그 다음을 가능하게 하는 일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소박하더라도 건강한 밥상을 차릴 수 있고,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정치의 역할이 아닐까 나는 늘 생각한다.

 

3.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에게 “밥은 먹고 다니냐”고 묻지 않는다. 아득아득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늘 밥상을 차리는 일을 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은 밥 먹을 자격은 갖추고 사는지를 묻는 매서운 질문이기도 하지만, 이 질문 앞에서 서성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먹는 밥에 과연 인간성이 깃들어 있는지를 곱씹어 보면 끝내 미궁 속이기 때문이다.”

“밥값은 해야 한다”는 말도 비슷할 수 의미일 수 있다. 그러니 제대로 밥을 먹는 일은 간단치 않다.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은 나에게 밥상을 차리기까지의 수많은 노동과 고군분투를 알려주며 기억하라 한다. 어느 하나 무너지지 않아야 개다리소반처럼 소박한 밥상이라도 차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앞에서 서성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