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경제뉴스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_ 정혜아(정치발전소 회원)

공식 관리자
202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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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뉴스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속이 뻥 뚫리는 경제기사 바로 읽기

 

연초 한파 속 난방비 급등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평년 대비 관리비가 2배 이상 늘었다는 원성 담긴 인증 샷이 쏟아지고 있으며 ‘난방비 폭탄’이라는 단어도 빈번하게 등장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연이어 대책을 모색하고 있고 정치권 역시 여야가 앞 다투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니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란 분석도 있고 문재인 정부의 가스요금 정책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국제 가스 값이 떨어지는데 한국 가스비는 왜 오르냐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혼란스럽다.

 

언론은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세상을 온전히 보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정보의 홍수다. 무슨무슨 팀이라는 베일에 싸인 조직이 검증되지 않은 기사를 쉴 새 없이 생산하기도 한다.

 

이러한 때 책‘경제뉴스가 그렇게 어렵습니까’은 세상을 보여주는 언론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언론의 한계를 밝힘으로 세상을 온전히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이상민 저자는 말한다. “이 세상에 객관적이고 완벽한 언론은 없다. 여러 개의 창을 모두 본다고 해서 실제 세상을 볼 수 없다. 다만 기사 비평을 통한 세상 바로 보기가 필요하다”

기자일 때 금융위원회·감독원,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을 출입하며 경제기사를 썼다. 최근 국회 보좌진으로 경제기사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때로 깊게 공감하기도 하고 관련 생각의 깊이를 더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앞서 읽었으면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란 생각을 종종 했다.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인상에 남은 세 가지 조언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통념과 통계를 구분하자

저자는 확증편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확증편향은 원래 가지고 있던 신념에 맞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현상이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작은 정부 이미지와 지난해 제2차 추경 규모를 거론한다. 2022년 제2차 추경 규모는 59조원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다. 문재인 정부의 제2차 추경 규모는 31조 8000억원이었다. 그런데 언론은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를 ‘필요 재정’기조로 바꿨다”고 지적한다. 통념에 따른 어휘선택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세금 정책을 세목별로 비교하면서도 통념을 넘어설 것을 강조한다. 실제로 소득세는 박근혜 정부에서 더 많이 올랐고 법인세는 기업수로 따지면 박근혜 정부에서 더 많은 증세 효과가 발생했음을 제시한다. 문재인 정부 내내 세금이 많이 올랐다고 하는 두루뭉술한 통념에 브레이크를 건다.

 

기본적으로 통념과 통계가 다르면 통계를 우선시 해야한다.

 

용어과 개념의 정확한 뜻을 파악하자

저자는 중앙일보의‘종부세 늘리고 1년 미만 보유 주택엔 양도세 징벌 과세 검토’라는 제목의 기사를 제시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보유세(종부세·재산세) 인상, 거래세(양도세·취득세) 인하와 같은 원칙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이런 원칙은 유야무야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양도세는 거래세가 아님을 강조한다. 양도세의 본말(풀네임)은 양도소득세이다. 양도세라는 줄임말만 보면 양도할 때 부과되는 세금처럼 느껴지지만 양도소득세라는 본말을 들으면 거래세가 아닌 소득세의 하나라는 것이다. 이처럼 용어와 개념의 정확한 뜻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고 물으면서 읽자

가장 중요한 조언이라 생각한다. 기사를 읽을 때 기자가 품은 의도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저자는 2021년 9월 전기요금 인상 관련 기사를 예로 들었다. 조선일보의 사설 ‘8년만의 전기료 인상, 탈원전 정책 아래선 이제 시작일 뿐’과 중앙일보의 사설 ‘전기료 인상, 날아들기 시작한 탈원전 고지서’를 통해 언론의 프레임은 전기요금 인상보다는 탈원전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설명한다. 또한 기사가 나오는 타이밍에 대해서도 저자는 생각할 지점을 제공한다. ‘대기업의 수상한 봉사활동’이라며 2020년 5월 이재용의 최순실 뇌물 관련 재판이 진행되던 시기, 보도된 봉사활동 관련 기사들을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LG전자 채용 비리 관련해서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전·현직 임직원들을 송치한 날인 2020년 10월 22일, 많은 언론에서 LG전자가 한국전 참전 용사를 지원한다는 훈훈한 기사가 나왔다고 설명한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바라는 점도 있었다. 저자는 오랫동안 정부의 재정 및 경제 관련 정책이 법제화되는 전 과정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해왔다. 특히 민간연구소로 옮긴 후에는 나라살림에 대한 분석이 깊어졌다. 대중을 대상으로 한 책이기에 가진 한계일 수 있지만 해소되지 않은 갈증이 남아있다. 심화 편을 기대해본다.

 

“불행한 가정의 사연은 다양하다. 그러나 행복한 가정의 이유는 모두 비슷하다”저자는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을 제시한다. 그러면서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의외로 단순하다고 한다. 기획 기사를 늘리는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언론환경이 녹록지 않아 저자의 해법이 과연 유효한가란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겁다. 급변하는 언론현장에서 묵묵히 사명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모든 기자와 편집자에게 연대와 응원의 목소리를 보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