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민] 음악으로 듣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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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철도 노동자의 멋진 귀향을 상상하며 Last Train Home - Pat Metheny

공식 관리자
2025-06-27
조회수 520

어느 철도 노동자의 멋진 귀향을 상상하며 Last Train Home - Pat Metheny

Last Train Home - Pat Metheny /Still Life(Talking) / 1987


(사진 출처 : 한겨레21 / 연합뉴스)


지역으로 향하는 기차 안. 오랜만에 열차에 몸을 실어서인지 마음이 들뜬다. 휴대폰을 열어 음악을 검색한다. 오늘의 음악 키워드는 기차(Train)로 하자. 소울 어사일럼(Soul Asylum)의 <Runaway Train>은 너무 우울하다.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 <Crazy Train>은 오늘의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의 <Blue Train>을 듣기엔 날이 아직 밝다. 


열차는 어느덧 숲을 달린다. 음악이던 OTT 콘텐츠던 늘 고르다 시간 다 허비하는 ‘선택 불가 증후군’을 앓는 마음이 초조해진다. 그러다 문득 마법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현직 철도 기관사의 고용노동부 장관 지명” 소식.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이 상황이 너무 극적이다. 들뜬 마음을 더욱 들썩이게 만드는 소식에 뉴스 창을 살핀다. 그 철도 기관사는 정작 자신이 장관으로 지명되는 순간에도 열차를 운행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흐뭇한 정치 소식이 반갑다.


순간 어딘가 어그러져 부자연스럽던 세상의 궤도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오는 듯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지극히 정상적인 것들이 어느덧 이변이 된 세상이다. 현장 노동자이자 총연맹의 위원장으로 누구보다 사회적 대화에 앞장섰던 그가 노동부 장관으로 발탁되는 것을 이변으로 여기듯 말이다. 


묘한 감상에 빠져 있다 보니, 자연스레 음악이 떠올랐다. 바로 팻 매스니(Pat Metheny)의 <Last Train Home>이다. 떠나온 집을 그리워하며 언젠가 돌아가길 갈망하듯, 그렇게 제자리를 떠나있던 많은 것들이 다시 본연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면.


팻 매스니는 기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전설적인 재즈 기타리스트다. 그는 무려 20회에 달하는 ‘그래미 어워드’ 수상자이자, 10개 부문에 걸쳐 상을 거머쥔 유일한 뮤지션이다. <Last Train Home>은 바로 그 전설적인 재즈 기타리스트 팻 매스니가 이끄는 Pat Metheny Group의 1987년 앨범 “Still Life(Talking)”을 통해 발표한 연주곡이다. 


<Last Train Home>은 그 음악 자체로 제목 속 귀향 열차를 연상케 한다. 5분 30초간의 운행 시간, 우리는 각자의 사연과 추억을 품고 열차에 오른다. 출발과 함께 집을 향해 달려가는 열차의 엔진은 브러쉬와 하이햇의 드럼이 담당한다. 노을 지는 하늘, 광활하게 펼쳐진 들판 그리고 지나가는 모든 풍경은 건반과 베이스가, 집으로 돌아가며 느끼는 영감과 설렘의 감정은 기타의 몫이다.


그렇게 기분에 취해 음악을 반복해 듣고 있자니, 그의 열차도 안전하게 플랫폼으로 들어온다. 운행을 마친 그가 기관차 계단을 내려와 동료 철도원들의 축하를 받는 장면은 마음속 오래 남을 감동으로 새겨진다. 좋은 정치란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을 닮아야 한다고 했던가. 이 모든 풍광이 아름다운 이유다. 


그는 이제 자신의 꿈을 안고 달리던 열차에서 내려와 일하는 시민 모두의 꿈을 실은 열차로 환승한다. 33년, 철도 노동자로 살아온 그의 열차는 이제 더 많은 이들의 삶과 애환, 희망과 눈물을 싣고 달리게 될 것이다. 


물론 그 혼자 우리 사회 모든 고용과 노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아마도 그는 매일의 고뇌와 선택의 두려움에 직면할 것이고, 많은 순간 실패와 패배를 맛보아야 할지 모른다. 그를 향한 기대만큼 더 차가운 냉소와 비난도 쏟아질 것이다. 그가 앞으로 운행할 열차의 크기 만큼 열차가 짊어져야 할 짐의 무게 또한 크기 때문이다. 


한참이나 때 이른 이야기지만, 그의 멋진 귀향을 상상한다. 그가 창밖을 통해 보고 느낄 풍경이 지금 보다 조금은 나아진 세상이면 좋겠다. 그리고 그가 듣는 음악이 바로 이 곡 <Last Train Home>이라면 더없이 멋진 일이 될 것이다. 


김영훈 위원장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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