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민] 음악으로 듣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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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평화를 습격하는 증오의 전령들 Civil War - Guns N' Roses

공식 관리자
2026-04-07
조회수 102

아침의 평화를 습격하는 증오의 전령들

Civil War - Guns N' Roses / Use Your Illusion Ⅱ /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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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대는 봄바람에 벚꽃 잎이 휘날린다. 완연해진 봄기운을 느끼며 나서는 출근길은 어제의 숙취와 만성 피로마저 잊게 하는 힘이 있다. 그러나 기분 좋은 콧노래는 이내 지하철역 앞에서 멈춰 선다. 건물의 외벽과 가로수 사이, 신호등 기둥을 촘촘하게 가로지른 형형색색의 현수막 때문이다. 그곳에는 상쾌한 아침의 평화를 습격하는 증오의 전령들이 진을 치고 있다.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정치의 숙명을 모르는바 아니다. 때로는 이곳이 ‘아방가르드’의 최전선인가 싶을 정도로 난해한 그들의 미적 감각도 일단 논외로 하자. 문제는 언제부터인가 시민들이 평화롭게 공존해야 할 거리가 저주와 비난이 난무하는 ‘언어의 난장’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정책에 대한 건강한 비판이나 미래를 향한 청사진은 실종된 지 오래다. 눈으로 읽기에도 민망한 비속어와 야유, 인신공격이 ‘정치적 선전’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시야를 삼킨다.


찌푸린 미간을 펴지 못한 채 서둘러 올라탄 지하철. 이어폰 너머로 “지금 우리가 여기서 겪고 있는 건 바로 소통의 실패야(What we've got here is failure to communicate)”라는 대사가 절묘히 흐른다. 폴 뉴먼(Paul Newman) 주연의 영화 “쿨 앤 루크(폭력 탈옥)”에 등장하는 이 유명한 냉소는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명곡 <Civil War>의 도입부로 이어진다.


<Civil War>는 건즈 앤 로지스의 대작 <Use Your Illusion>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90년대 록 음악의 아이콘이자 무대 안팎에서 가장 거침없고 위험한 밴드로 불리던 건즈 앤 로지스. 이 노래 <Civil War>는 제목 그대로 ‘내전’ 혹은 전쟁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담고 있지만, 그 시선은 더 넓은 곳을 향한다. 서로를 적으로 상정하는 폭력적 상황과 전쟁을 생산해 내는 사회적 구조 그 자체를 겨냥하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는 극단적인 정치 언어, 혐오와 낙인 그리고 그로 인한 사회적 분열의 현실과 조우 한다.


정치학자 박상훈은 “정치란 물리적 폭력을 언어적 논쟁으로 대체한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정치인의 언어는 상대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품격 있는 무기여야 한다. 하지만 현재 거리를 가득 메운 현수막의 언어는 ‘말’이라기보다 ‘흉기’에 가깝다. 함께 살아가는 동료 시민에 대한 존중은 찾아볼 수 없고, 그저 모두를 특정 진영의 논리에 동원되는 소모품 정도로 취급하는 듯하다. 


정치적 언어가 거칠어질수록 사회는 난폭해지고, 시민들은 정치 자체에 환멸을 느끼며 냉소의 벽 뒤로 숨어버린다. 합리적인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고, 가장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언어만이 광장을 점령하는 악순환을 우리는 매일 같이 대면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 노래 <Civil War>가 경고하는 “세뇌된 자부심(Brainwashed pride)”의 비극이다. 


건즈 앤 로지스의 보컬 액슬 로즈(Axl Rose)는 “난 당신들의 내전 따윈 필요 없어, 그건 부자들의 배만 불리고 가난한 이들을 무덤으로 보낼 뿐이야.”라고 날카롭게 포효한다. 이러한 액슬의 외침은 현수막 뒤에서 자극적인 문구로 진영의 결속을 다지고 정치적 자산을 쌓아가는 이들과 그 파편을 맞으며 일상의 평온을 침해당하고 반목과 증오로 아침을 열 수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더군다나 정치가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대안을 제시하는 대신, 시민의 “증오”와 “공포”를 키워내는 현실도 <Civil War> 속 가사와 일치한다.


<Civil War>는 “역사는 우리 내전의 거짓말을 숨기고 흉터만을 간직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훗날 기록될 우리 시대의 정치는 어떤 모습일까. 정책의 정교함이나 비전의 숭고함 대신, 누가 더 상대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내는 언어적 흉기를 휘둘렀는가로 기억되지는 않을까.


사실 이 노래의 압권은 모든 연주와 노래가 폭풍처럼 지나간 뒤, 기타리스트 슬래쉬(Slash)의 아웃트로 연주 위에 툭 던져지는 액슬의 한 마디에 있다. “도대체 전쟁과 정중함이 무슨 상관이라는 거야(What's so civil 'bout war anyway)?”라는 읊조림이다. 정치가 시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정작 그 과정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정중함(Civility)조차 내팽개치고 있는 상황을 이보다 더 잘 꼬집을 수 있을까?


우리는 흔히 ‘내전’이라고 하면 총칼이 오가는 물리적 충돌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내전은 공동체의 언어가 파괴될 때 시작된다. 이웃을 대화의 상대로 보지 않고 섬멸해야 할 괴물로 부르기 시작할 때, 우리는 이미 심리적 내전 상태에 돌입한 것이다. 그렇게 거리마다 걸린 저급한 문구들은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을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오염시키고 있다.


저 꽃잎이 다 지기 전에, 우리 거리의 언어에도 최소한의 ‘정중함(Civil)’이 깃들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사치일까. 아침마다 마주하는 그 저급한 ‘내전’의 풍경에서 이제는 그만 퇴근하고 싶다. 진정한 정치의 언어는 소리를 높여 상대를 겁박하는 데 있지 않고, 낮은 곳에서 시민의 고단함을 묵묵히 경청하는 데 있음을, 저 현수막 뒤의 주인공들이 깨닫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난 당신들의 그 천박한 전쟁 따윈 필요 없다!”는 외침이 귓가에 맴도는 하루다.



https://youtu.be/-ucDiz3GYrg?si=Tji5fMpt9PEUOKGt

Civil War - Guns N' Roses

Look at your young men fighting
Look at your women crying
Look at your young men dying
The way they've always done before
Look at the hate we're breeding
Look at the fear we're feeding
Look at the lives we're leading
The way we've always done before

My hands are tied
The billions shift from side to side
And the wars go on with brainwashed pride
For the love of God and our human rights
And all these things are swept aside
By bloody hands, time can't deny
And are washed away by your genocide
And history hides the lies of our civil wars

D'you wear a black armband when they shot the man
Who said, "Peace could last forever"?
And in my first memories, they shot Kennedy
I went numb when I learned to see
So I never fell for Vietnam
We got the wall in D.C. to remind us all
That you can't trust freedom when it's not in your hands
When everybody's fightin' for their promised land and

I don't need your civil war
It feeds the rich, while it buries the poor
You're power-hungry, sellin' soldiers in a human grocery store
Ain't that fresh?
I don't need your civil war
Ooh, no, no, no, no, no, no

Look at the shoes you're filling
Look at the blood we're spilling
Look at the world we're killing
The way we've always done before
Look in the doubt we've wallowed
Look at the leaders we've followed
Look at the lies we've swallowed
And I don't want to hear no more

My hands are tied
For all I've seen has changed my mind
But still, the wars go on, as the years go by
With no love of God or human rights
And all these dreams are swept aside
By bloody hands of the hypnotized
Who carry the cross of homicide
And history bears the scars of our civil wars

I don't need your civil war
It feeds the rich, while it buries the poor
You're power-hungry, sellin' soldiers in a human grocery store
Ain't that fresh?
I don't need your civil war
No no no no no no no no no no no no
I don't need your civil war
I don't need your civil war
You're power-hungry, sellin' soldiers in a human grocery store
Ain't that fresh?
I don't need your civil war
No no no no no no no no no no no no
I don't need one more war

Ooh, I don't need one more war
No no no, no whoa, no whoa

What's so civil 'bout war anyway?


#Civil War

#Guns N' Roses

#건즈앤로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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