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권한대행의 내란특검법 거부권보다 더 큰 문제는 - 고등학교 예산에도 거부권을 (정동훈 정치발전소 회원)

공식 관리자
202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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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권한대행의 내란특검법 거부권보다 더 큰 문제는

- 고등학교 예산에도 거부권을?

 

최상목 권한대행이 야당이 통과시킨 ‘내란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여 논란이다. 야당에서는 내란동조세력임이 밝혀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사태에 대한 전모를 밝히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최상목 권한대행의 또 다른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 우리사회가 지나치게 관심을 덜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1월 14일 최상목 권한대행이 고등학교 무상교육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벌써 2주가 넘게 지난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작년 12월 3일 계엄령 이후 가장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나에게 이 소식은 정부가 공교육을 반쯤 포기했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이 들렸기 때문이다. 잠시 감정을 내려두고 일련의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해보겠다. 09년부터 11년까지 고등학교를 다닌 나는 수업료와 등록금을 비롯한 각종 비용을 내고 학교를 다녔다. 당시에도 가정형편에 따라 수업료와 등록금 등을 면제해주는 제도는 있었다. 그러나 전면적인 무상교육은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고교 무상교육을 공약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이후 고교 무상교육은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고 당선 이후엔 국정과제 중 하나가 되었고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해서 2021년에 이르러서는 전면적으로 시행되었다.

 

원래는 국민들이 납부하던 수업료와 등록금 등의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려면 예산이 필요하다. 전 학년에 무상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한 2021년을 예로 들자면 약 2조의 예산이 필요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2019년 도입 당시 5년 동안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각각 47.5%를 분담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나머지 5%를 부담하는 내용의 특례조항을 넣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했다. 문제는 이제 5년이 지나버린 것이다. 2024년 하반기 2025년의 예산안을 편성할 때 교육부가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거의 편성하지 않아버렸다. 특례조항의 일몰이 다가오기 때문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이것이 알려진 이후 야당은 정부가 재정을 지원한다는 특례조항을 3년간 연장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개정안을 12월 31일에 통과시켰다. 물론 이 개정안은 민주당 단독으로 상임위를 통과한 법률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힘은 민주당에 반발하며 상임위 표결에 불참했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정부의 입장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지방교육 재정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주된 기반으로 삼는다. 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로 연동되어 있다. 이렇게 고정적인 비율로 맞춰놓은 이유는 교육에 안정적인 투자를 하기 위한 판단이었고 이렇게 50년을 넘게 해왔다. 시간이 지나며 세수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면서 비율로 연동된 교부금의 규모도 엄청나게 커졌다는 것이다. 2024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총 68.9조에 육박한다. 또한 지방교육청들이 쓸 수 있는 기금도 꽤나 큰 금액이 남아있다. 2022년의 경우 각 지방교육청들이 편성해놓고 쓰지못한 예산의 합이 7.5조에 이른적도 있다. 이러한 상황들을 두고 볼 때 지방교육청들이 충분히 고교 무상교육의 예산을 감당할 수 있고 감당을 해야한다는 게 중앙정부의 입장이다.

 

지방교육청의 반론도 있다. 지방교육재정의 총액이 커졌다고 해서 각 지방의 교육청의 재정이 항상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지역에 따라 재정 상태는 천차만별이다. 세수가 커진만큼 교육 관련 정책과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서 지방교육청들이 운영하는 사업들도 늘어났으며 사업에 필요한 각종 비용도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당장 올해부터 무상교육을 지방교육청이 부담해야한다면 지방교육청이 준비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들이 줄줄이 취소될 것이 뻔하다. 또한 몇 년간 발생한 지속적인 세수 결손은 지방교육재정에도 적신호를 보여왔다. 지금 당장은 기금이 쌓여있지만 이대로 몇 년이 흐른다면 기금들도 바닥날 것이다. 또한 현재 교육현장은 급변하고 있는 사회와 기술 진보에 맞춰가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거기에 투자하는 비용도 막대한데 여기에 고교 무상교육 예산까지 감당한다면 재정이 급격히 어려워진다는 입장이다.

 

고교 무상교육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가가 국민의 교육을 확실하게 책임진다는 약속이자 상징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중앙정부에 2조가 없어서 고교 무상교육을 포기해야하는 나라가 아니다. 공교육의 무상교육을 안정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국가가 국민에게 보장할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을 최고로 보장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포기하는 것은 정부가 교육부문의 격차를 재생산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교육청이 학교만 운영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학교의 등록금을 지원하는 것 만큼 중요한 사업들을 지방교육청들이 시행하고 있다. 그런것들이 모여 공교육을 이루는 것이다. 그런 사업들이 날아간다면 어떤 피해가 생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정부는 판단을 잘해야한다. 지금 당장은 2조를 아낄 수 있어도 시간이 지나서 수 십조의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 공교육의 안정성이 무너진다면 나라의 미래에도 좋을 것이 없다.


정책에 대한 찬반 문제를 떠나서 곱씹어볼 부분이 있다. 고등학교의 예산을 어떻게 하느냐는 일상의 문제다. 작년 여름에 고교 무상교육 예산 문제가 잠깐 언급되었을 때 나는 별 문제 없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정책은 지난 정부에서 야당이던 국민의 힘이 합의했기 때문에 실현될 수 있었고 이제 와서 딱히 국민의 힘이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아무리 여야가 극심히 대립해도 일상의 정치만큼은 문제없이 흘러가리라고 믿었다. 여야의 대립도 기본적으로는 정치의 본질이고 잘 하기 위한 경쟁의 산물이라고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일상의 정치는 지켜지고 있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믿음은 무참히 짓밟혔다. 이 사건 하나만으로 일상의 정치가 무너졌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정치가 계속 이대로 흘러간다면 일상의 정치가 무너질 것 같다고 우려한다. 시민의 일상을 책임지지 못하는 정치를 정치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언제까지 이러한 정치를 지켜봐야 하는 걸까? 라는 질문이 남는다. 곧 여야정국정협의 과정에서 추경관련 논의도 함께 한다고 한다. 부디 거기서 고교무상교육 관련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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