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의 선거운동이 드라마 작가와 소설가로부터 배울 만한 것들”(원제, “How Harris can Finish Strong”)의 번역본

공식 관리자
20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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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Harris Can Finish Strong - GV Wire


❍ 다음은 뉴욕타임스 ’24. 10. 10. 데이비드 브룩스의 칼럼, “해리스의 선거운동이 드라마 작가와 소설가로부터 배울 만한 것들”(원제, “How Harris can Finish Strong”)의 번역본입니다.


❍ 투표일을 한 달 앞둔 시점에 기대만큼 선방하지 못하는 해리스와 그녀의 선거 캠프에 남기는 조언인데, 이미 선거는 트럼프의 승리로 끝났지만, 선거의 결과와는 무관하게 이 글의 내용이 정치인의 켄페인과 전략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 소개합니다.


 

번역자 : 박수형 정치학 박사

 

카멀라 해리스는 대선 캠페인의 첫 행보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2024년 대통령 선거운동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여론조사에서도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선거 캠페인은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포커스 그룹 조사에서 아직 선호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유권자들에게 해리스의 선거운동에 대해 묘사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그들은 이렇게 답했다. “허니문은 끝났다.”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있다.” “영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존재감이 없다.” “미국민들 앞에서 직접 말하는 걸 두려워한다.” 선거 캠페인이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유권자 감정을 조사해 온 연구자들에 따르면, 해리스에 대한 긍정 평가는 하락하고 있는 반면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호의적 태도는 9월 TV 토론 이후 적게나마 반등했다고 한다.


남은 선거운동 기간에 생각해 볼 만한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해리스는 다시금 모멘텀을 찾고, 효과적인 두 번째, 세 번째 선거 활동을 펼쳐낼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염두에 두면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드라마 작가, 각본가, 소설가들이 관객들을 끝까지 몰입시키기 위해 어떻게 모멘텀을 만드느냐는 것 말이다. 아마도 이 작가들은 해리스가 어떻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선거 캠페인을 잘 마무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극작가 데이비드 마멧은 언젠가 동료 작가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시청자들이 “정보를 얻기 위해 채널을 돌리는 건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들은 “단지 드라마를 보기 위해 채널을 맞추고 고정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드라마란 무엇일까? 마멧은 “주인공이 명확하고 절실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들을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각본가 애런 소킨은 이런 정의를 바탕으로 멋진 드라마는 목표 의식과 장애물을 중심으로 구성된다고 말했다. 주인공은 강력하고 명확한 바람에 사로잡혀야 하고 정말로 큰 장애물에 직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해리스가 미국민들에게 가장 강력하고 절실하며 압도적인 바람, 즉 그녀의 영혼을 지배하는 열정을 보여줘야 한다는 걸 시사한다. 나는 트럼프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평범한 미국 사람들을 배신한 엘리트 집단을 해체하고 싶어 한다. 그에 반해 해리스는 좋은 일을 하고 싶고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 외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여러 사람들로 이뤄진 위원회가 선거 캠페인을 관장할 때, 후보가 자기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바람을 유권자들과 소통하기는 어렵다.


단일하고 명확하며 강렬한 바람으로 움직이지 않는 후보들은 반응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여론조사에 따라 입장을 바꾸며 곤란한 이슈는 회피한다. 사람들은 그런 후보의 조심스럽고 계산적인 태도를 모르지 않는다. 반면, 단일하고 강력한 바람에 이끌리는 후보들은 잘 정의된 문제에 집착하는데, 그런 문제가 그들 영혼의 뿌리를 건드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공격적인 면모를 띠며 적극적인 태도를 취한다.


멋진 드라마나 선거 캠페인이 갖춰야 할 두 번째 요소는 분명하고 흥미진진한 플롯(줄거리 전개 방식)이다. 여기 우리를 위협하는 것들이 있다. 여기 우리가 이뤄내려는 목표가 있다. 크리스토퍼 부커는 <일곱 가지 기본 플롯>(The Seven Basic Plots)이란 책을 썼는데, 여기서 그는 문학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기 인생에 관한 이야기에도 매번 등장하는 몇 가지 대표적인 스토리 라인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개천에서 용났다’는 이야기로 구성한다. 로널드 레이건의 인생 스토리는 누구나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을 입증한 사례이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속죄와 구원의 이야기로 이해한다. 성공 가도를 달리다 타격을 입고 쓰러지지만 다시 일어나 더 나아진 것이다. 조지 W. 부시는 알코올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신앙으로 이를 극복한 이야기를 자주 말하곤 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악한을 물리친다고 본다. 그들은 인생이란 사악한 적들과의 전투 같은 것이라고 이해한다. 나는 극도로 호전적인 도널드 트럼프가 이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측면에서 리처드 닉슨 또한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는데, 그는 자신을 기득 세력과 늘 맞서 싸우는 전투적인 아웃사이더로 봤다.


분명한 개인적 서사가 없다면, 사람들이 당신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고 당신도 자기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철학자 앨러스터 매킨타이어가 주장한 대로, 당신이 어떤 이야기에 속해 있는지 모른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를 것이다.


강력한 바람에 사로잡혀 있으며 매력적인 플롯 속에서 자기 삶을 살아가는 정치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점점 더 많이 드러내는 여정을 밟는다. 예를 들어, 버락 오바마는 2007년 2월 10일에 대통령 선거운동을 시작했지만, 이후 9개월간 시들한 캠페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조금씩 조금씩 변화와 희망이란 메시지로 나아갔고, 그것은 11월 아이오와에서 선거 캠페인에 열정을 불어넣는 핵심 슬로건으로 부상했다. 그 후 2008년 3월 오바마는 필라델피아에서 미국 역사에 기반해 인종 문제를 다룬 지적인 연설로 또 다른 차원의 자신을 보여주었다. 선거운동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오바마는 자신의 더 깊은 면모를 보여주며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에 반해 해리스의 짧은 선거운동 기간에 우리가 그녀에게 놀랐던 것은 해리스가 총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밖에 없다. 그 외에 모든 이슈들에 대해 그녀는 전통적인 민주당 입장을 취한 것처럼 보였고, 이는 흥미를 끌 만한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가장 진실한 부분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가 메리 게이츠킬이 <애틀랜틱>(The Atlantic)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그런 부분들이 선거 캠페인의 야단법석 속에서 드러나는 걸 보고 싶어 한다. 소설가이자 뉴욕대 교수인 다린 스트라우스가 말했듯이, “누군가의 인격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사람이 위기 속에서 어떻게 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멋진 이야기에는 언제나 주인공이 거의 패배할 것처럼 보이다가 상황을 역전시키는 순간이 있다. 그때 우리는 그의 내면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게 된다. 이번 대선은 선거운동 기간이 너무 짧아져 버렸기에 해리스에게는 자기 내면의 기질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우리의 주인공이 강인하기를 바라지만 완벽하길 바라지는 않는다. 주인공들이 늘 뛰어난 능력만 보여준다면, 그 이야기는 이내 지루해질 것이다. 매력적인 인물들은 영국 작가이자 글쓰기 강사인 윌 스토르가 말한 “성스러운 결함”(sacred flaw)을 갖고 있다. 그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진실이자 가치라고 할 만한 것 말이다. 그것은 그들에게 어떤 삶을 지향하고 어떻게 주변 환경을 통제해야 하는지 가르쳐 준다.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스토르의 책 <이야기의 탄생>(The Science of Storytelling)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성스러움을 쫓아가 보라. 사람들이 성스럽다고 믿는 것을 찾아보라. 그러다 보면 거기에 무수한 비합리성들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존 매케인에게 애국심과 명예는 성스러운 것이었다. 2000년 공화당 예비선거 당시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조지 W. 부시가 그의 애국심과 명예 의식을 모욕했을 때, 매케인의 선거 캠페인은 과도한 반응과 분노를 폭발시키면서 완전히 미쳐 돌아갔다. 명예에 대한 사랑이 그를 위대하게 만들었지만, 그런 명예를 지키려는 열정이 그의 선거운동을 망가뜨린 것이다. 하지만 진실된 사람은 어떤 것을 너무나 소중히 여긴 나머지 그것에 대해 다소 비합리적이 되는 것도 감수하며 심지어 자기 경력을 희생하면서까지 그것을 지키고자 한다. 이것이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핵심이며, 우리는 그가 발 딛고 선 그 단단한 바위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한다. 주인공의 면모는 그들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통해 드러나기도 하지만, 그 여정에 의해 변하기도 한다. 우리는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싶을 뿐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알고 싶어 한다. TV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의 인터뷰에서 해리스는 여러 이슈에 대해 입장을 바꾼 이유를 설명할 기회를 얻었다. 여기서 그녀는 그 변화의 과정 속으로 우리를 이끌고 가는 대신 모호한 일반론으로 그것을 덮어버렸다. 분명 더 깊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돌아보며 그녀가 왜 그렇게 유행을 따라 기회주의적으로 움직였는지 판단했을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숙했는지 설명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멋진 드라마와 멋진 선거 캠페인의 공통점이다. 주인공은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억누르지 않는다. 하지만 억누름주의(hold-backism)는 우리 정치에 만연한 질병이다. 밋 롬니는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지만, 2012년 선거기간 동안 자신을 억눌렀다. 2016년의 힐러리 클린턴도 자신을 억눌렀다. 앨 고어 또한 사적으로는 매력적이라고들 하는데도 자신을 억눌렀다. 이해할 만하다. 너무 많은 것이 걸려 있어 그랬을 것이다. 후보들은 선거 컨설턴트와 전략 메모들에 둘러싸여 있다. 후보들은 그런 시스템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다.


소설가 E.M. 포스터는 문학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제1원칙을 일깨워준 바 있다. 그것은 “오로지 연결하라”(Only connect)는 것이다. 독자는 등장인물과 연결돼 있음을 느껴야 한다. 그 인물이 내가 원하는 것을 원하고 그 인물의 여정이 나의 여정과 같으며 그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와 내게도 닿는다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 선거운동도 똑같은 원칙을 따른다. 후보가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자신을 청중에게 온전히 던지기를 주저한다면, 청중은 그를 받아들이고 그를 지지할 기회를 가질 수 없다.


열정적인 글쓰기와 열정적인 캠페인을 지배하는 원칙은 이것이다. 원하는 모든 것을 얻으려면, 두려움을 버리고 스스로가 이끄는 대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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