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후기] 감정과 민주주의 3회차를 마치며 - 배교연 정치발전소 회원

공식 관리자
202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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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회차에서 마사 누스바움의 “정치적 감정”,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 “불안 세대” 를 통해 왜 정치에서 감정을 다뤄야하는 것인지 논의하였다. 3회차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은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겪은 후 빠른 압축 성장을 통해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 그러나 그만큼 다양한 문제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시민들은 급격한 변화 속에서 수많은 사회적, 정치적 사건을 경험하게 되었다. 진행자님이 2014년부터 2025년까지 큰 사건들을 나열해주셔서, 이 사건들이 시민들의 감정과 민주주의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1)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정말 참담한 사건이었다. 특히 세월호 참사는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절망감과 죄책감을 안겨주었고, 언론의 오보와 정부의 무능한 대응은 국가에 대한 신뢰를 크게 흔들었다. 피해자와 유족에게 가해지는 2차 가해를 접하며 인간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수많은 시민들이 노란 리본을 달고, 슬픔을 함께 나누며 깊은 애도의 시간을 보냈다. 이런 참사가 더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서로의 안전과 존엄을 지켜내야한다는 인식이 커졌다.


2) 강남역 살인사건, N번방, 버닝썬 사건

여성 대상 범죄로 인해 충격과 공포심을 갖게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현실은 많은 여성들의 각성을 불러일으켰고, ‘미투운동’이라는 흐름으로 이어졌고, 여성인권과 젠더 감수성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었다.

안타깝게도 일부 정치.사회 세력은 과격한 문구를 사용해 성별 대립의 프레임으로 만들어 이후 젠더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게 만들었다.


3) 코로나19 팬데믹

2년 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들 간의 물리적 거리 뿐만 아니라 정서적 거리까지도 만들어내 관계 맺는 능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되었다. 인간 관계는 위로의 공간이자 두려움의 공간이 되었고, 우울과 불안, 분노가 사회 전반에 누적되었다. 국민의 일상을 뒤흔든 이 위기 상황 속에서, 일부 정치 세력은 정쟁에 이용했다.


4)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극단적 정치 팬덤 현상, 국민의 힘 재도약, 진보정당 사멸화, 계엄

국민의 힘 출신의 두 대통령이 모두 탄핵된 것을 보며 대통령의 권한이 무소불위이나 견제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국민의 힘이 재도약하는 과정을 보면 단기적 이익에 집중하며 과격한 언어를 구사하는 정치인이 살아남는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혐오를 정치적 도구로 삼는 태도, 이를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은 사회를 분열시키는데 일조했다. 정치가 우리의 감정을 위로하거나 포용하는 대신, 분노와 혐오를 부추기는 장이 되어버린 듯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억울함, 분노, 혐오를 연민, 다정함으로”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을 만들어냈다. 잔잔한 힐링 영화의 주인공이 아닌 재난영화급 주인공이니 우린 힘들 수 밖에 없다.

영화는 정해진 러닝타임이 있어 결국 끝이 나지만, 우리의 삶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된 여정이다. 지치고 불안한 마음을 안고 우리는 계속 달리고 있다.


이 마음은 어디서 위로받을 수 있을까?

정말 연민과 다정함이 분노와 혐오를 덮을 수 있을까?

다음 세미나에서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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