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의 편지 8월호(통권 40호)가 출발하였습니다.

공식 관리자
2023-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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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정부와 집권 여당에서 실업급여를 ‘시럽급여’라고 멸칭 하며 수급자들을 비하하던 것이 논란이 되었다. 이후 담당부처와 여당에서 논란의 진화에 나서기는 했지만, 이는 시사하는 바가 꽤 크다. 당시 정부 담당자와 여당이 보여준 실업자에 대한 인식, 그러니까 실업자가 보여주어야 할 바람직한(?) 태도는 결국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그에 걸맞은 부끄러움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실업자가 수치심을 느끼도록 제도가 빡빡해지고 냉정해진다면 그것은 시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까?

 

정치에 대한 정의를 찾아보면 보통은 “한정된 자원에 대한 권위적 분배”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말하는 자원이란 보통 소득과 자산을 의미하거나 나아가면 사회적 ‘인프라’ 정도를 말한다. 이 한정된 자원을 어떠한 방식으로 분배할 것인가를 놓고 진보와 보수가 나뉜다고 우리는 인식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많은 연구에 따르면 정치와 제도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따라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이 구체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말 그대로 어떤 정치인가에 따라서 시민들의 ‘자살률’, ‘살인율’ 등이 구체적으로 변화한다는 의미이다. 정치가 자살과 살인을 줄여주기를 바라는 것, 사실 우리가 보통 때에 정치에 바라는 역할은 아니다. 그러나 소득과 자산의 분배기준보다 정치는 시민의 생명과 건강, 공동체의 안정적인 유지가 일차적 목표였음은 분명하다.

 

이 책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 / 제임스 길리건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은 정치의 역할을 좀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논의하는 듯하다. 바로 생명과 건강, 공동체의 유지. 이번 <마키아벨리의 편지> 선정 도서인 이 책은 상당히 논쟁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190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폭력치사율 등의 통계를 검토하여 공화당 집권기 동안 더 많은 시민이 자살하거나 살인하고, 민주당 집권 시기 동안 더 적게 자살하거나 살인한다는 결과를 도출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으로 어떤 정치는 때로 시민들에게(특히 실업자들에게) ‘수치심’을 강하게 주고 그것이 결국 자살과 살인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다시 글의 서두로 돌아가면 만약 현재 우리 정부가 예고된 대로 ‘실업급여’를 시민들에게 더 많은 수치심을 주는 방식으로 개편하게 된다면 그것은 구체적으로 ‘자살률’과 ‘살인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혹여 이 책이 또 다른 진영정치의 도구로 사용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진보는 시민의 생명을 살리고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보수는 시민의 생명을 하찮게 여긴다던지 또는 더 폭력적인 사회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납작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이 책은 정치의 본질이 공동체를 보호하는 것이고 우리를 폭력과 내전으로부터 지켜내는 것에 있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측면에서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 현재의 정치가 정말 정치의 본질에 해당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되돌아보자는 것이다.

2023년 8월

<마키아벨리의 편지> 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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