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후기]반중정서와 민주주의, 그리고 우리가 가야할 길 (김호진 정치발전소 회원)

공식 관리자
20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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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정서와 민주주의, 그리고 우리가 가야 할 길>


1. 작가님을 만나고 싶었던 이유

반중정서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적은 없었다. 가짜뉴스에서 비롯된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강의 신청을 한 이유는 오랫동안 글을 읽어온 임명묵 작가님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벽돌책을 독파한 글로 주목받았고, 일간지 칼럼에서도 색다른 시각을 보여주었다.마지막으로 읽은 그의 칼럼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 러시아를 방문했던 경험을 다룬 것이었다. 전쟁을 시작한 나라를 직접 방문하고 경험한 그의 시선이 인상 깊었다. 그래서 이번 강의에서 반중정서라는 주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했다.


2. 인터넷, 감정, 그리고 반중정서

강의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반중정서의 형성과 인터넷 커뮤니티의 역할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노년층이 일간베스트 커뮤니티에 자리 잡고, 8년 동안 자체 서사를 구축하면서 태평양에 위치한 여러 극우 세력과 네트워크를 형성했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반중정서도 더욱 강해졌다.인터넷이 어떻게 특정한 감정을 형성하고 확산시키는지 들으며, 문득 내 개인적 경험이 떠올랐다.


3. 개인적 경험: 인터넷 커뮤니티와 감정의 형성

중학교 시절, 반 친구들과 다음 카페를 만들어 교류했던 경험이 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메이드 복을 입은 일본 연예인으로 보이는 인물 사진을 올리면서 자기 여자친구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허세라고 생각하고 댓글로 “초딩 같은 소리하지 마라”라고 썼다. 그런데 친구는 진짜라고 다시 말했고, 이후 우리의 관계는 불편해졌다.온라인에서 말 한마디가 사람과의 관계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음을 그때 처음 실감했다. 이후 댓글 하나에도 신중해졌고, 커뮤니티에서 형성되는 감정이 사람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더 민감하게 느끼게 되었다.강의에서 인터넷 커뮤니티가 반중정서를 형성하는 방식을 들으면서,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들이 떠올랐다. 인터넷은 단순한 정보 공간이 아니다. 감정을 만들고, 사람들을 연결하고, 나아가 정치적 조직화까지 가능하게 한다.


4. 가짜뉴스의 힘, 그리고 정치가 해야 할 일

유발 하라리는 <넥서스>에서 정보가 단순한 진실 전달이 아니라 사회적 질서를 형성하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가짜뉴스는 사람들을 하나의 감정과 정체성으로 묶고, 하나의 조직을 만든다. 그런데 정작 ‘진짜 뉴스’는 사람들을 조직하지 못하는 것 같다. 왜 그런 걸까?진실이 가짜보다 힘이 약한 걸까? 아니면 진실을 조직할 방법을 정치가 찾지 못했기 때문일까?강의에서 작가님은 좁은 길을 이야기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님의 <좁은 회랑>처럼, 민주주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감정의 대립을 넘어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진실을 조직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5. 동아시아 청년의 무기력과 새로운 협력의 가능성

마지막으로 강의에서 이야기된 "공통 기억과 목표, 비전이 중요하다"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 이를 동아시아 공동체의 문제와 연결하면, 청년들의 무기력이 중요한 키워드가 될 수 있다.한국, 중국, 일본의 청년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울과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낮은 출산율, 비정규직 증가, 미래에 대한 불안. 이 문제는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 전반의 문제다. 그런데도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은 반한·반중·반일 감정 속에서 대립하고 있다.하지만 언젠가는 이런 감정의 대립을 넘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 일본, 동남아의 새로운 협력 구조를 기획할 수 있지 않을까? 감정을 넘어, 청년들이 연결될 수 있는 공동의 비전과 목표를 고민해야 할 때다.


6. 좁은 길을 찾아야 한다

결국, 이 모든 논의의 핵심은 정치가 해야 할 일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반중정서를 이해하려면 인터넷 공간과 감정 형성의 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정보는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사회적 질서를 만든다.- 진실을 조직하지 않으면 가짜뉴스와 감정이 정치의 흐름을 결정하게 된다.- 동아시아 청년들의 무기력은 감정적 대립을 넘어 공동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좁은 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것이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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