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의 딜레마와 불평등의 골든타임
최근 국내의 대표적인 제조업 대기업의 노동조합의 집행부가 국회의원회관을 돌며 정년연장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하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한편 양대노총의 한 축인 한국노총이 정년연장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하였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초고령사회 계속고용 연구회>를 통해 정년연장·계속고용 문제를 주요 현안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인구구조가 변화하고 연금을 비롯한 복지체제의 근간이 위협받자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재정안정성을 강조하는 경제부처들을 중심으로 정년연장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재정안정성만이 아니더라도 노인빈곤 문제 등을 고려해도 계속고용 및 정년연장의 필요성은 제기된다. 그러나 인구고령화와 경제부처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정년연장이 쉬운 결정이 아닌 이유는 이것이 청년고용에 미치는 효과 그리고 한국의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연공급 임금체계 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이미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정년까지 회사를 다니고 은퇴할 수 있는 노동자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년연장이 청년고용 등에 불리한 효과를 가져오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반대로 괜찮은 노동조건의 중견·대기업의 절대 다수가 연공급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나친 자동화와 조기퇴직, 외주화 등의 부정적 효과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실제 OECD 통계를 보면 연령에 따른 임금 프리미엄이 강할수록 고용유지율은 떨어진다. 그리고 한국은 대표적인 나라에 해당한다.
자료출처 : OECD https://www.oecd-ilibrary.org/sites/c4d4f66a-en/1/2/4/index.html?itemId=/content/publication/c4d4f66a-en&_csp_=d7923bdee41bdf16059354ebbe19aa0f&itemIGO=oecd&itemContentType=book#section-d1e3902
초고령화사회로의 진입과 인력부족을 우리보다 먼저 겪고 있는 일본은 50세 후반부터 적용되던 임금피크제 효과를 완화하고 60세 나아가 65세 이후에도 임금의 큰 삭감 없이 일하도록 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연령에 따른 소위 임금커브(curve)가 한국보다 이미 크게 낮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의 대응도 가능하다. 10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을 비교했을 때 30년 이상 근속 노동자의 1년 미만 근속 노동자에 대한 임금비율은 한국이 2.95배, 일본이 2.27배로 한국이 훨씬 높다.(EU 15개국 평균은 1.65배에 불과하다) 이런 조건에서 일본과 같은 방식을 한국의 기업들이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초고령화사회를 대비하기위해 정년연장을 비롯해 계속 일할 수 있는 방식의 도입과 이에 따른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좀 더 가까운 임금체계로 개편의 필요성에 공감함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 그것은 윤석열 정부의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 등 2차 노동시장의 노동조건에 대한 개선방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계속고용의 필요성, 합리적인 임금체계가 가장 필요한 노동시장은 이들 2차 노동시장이다. 그러나 ‘화물연대 파업’, ‘건설노조 대응’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이들의 노동시장에서의 교섭력을 약화시키고 목소리를 억압하는데에 집중해 왔다. 귀족노조를 운운하며 소수의 대기업 노동조합에 지나치게 날을 세워 비난하는 정부가 정작 그들 소수의 이해관계에만 한정된 논의에 집중한다는 것이 모순이다.
현재 정년연장과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비롯하여 입법적 대안을 고민하게 될 국회는 두 가지를 함께 고민해야만 한다. 하나는 '괜찮은 일자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견/대기업의 정년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의 <합리적 타협책>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계속 일할 권리도 적절한 임금체계도 없이 방치되어 있는 <2차 노동시장의 기초적인 노동질서와 룰(Rule)>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모두는 1, 2년에 후딱 끝낼 수 있는 내용들이 결코 아니다. 아마도 다음 정권까지 이어서 논의하고 타협해야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여야, 정파를 가리지 않는 논의와 끈질긴 상호간 설득이 필요할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규모 은퇴와 각종 주요산업들의 전환, 그리고 한국경제의 저성장 체제로의 본격적인 돌입이 시작되었다. 따라서 앞으로 수년간 논의될 이 의제와 시간이 사실상 향후 30여년간의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와 불평등의 현실을 변화시킬 마지막 <골든타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평소보다 훨씬 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절이다.
정년연장의 딜레마와 불평등의 골든타임
최근 국내의 대표적인 제조업 대기업의 노동조합의 집행부가 국회의원회관을 돌며 정년연장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하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한편 양대노총의 한 축인 한국노총이 정년연장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하였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초고령사회 계속고용 연구회>를 통해 정년연장·계속고용 문제를 주요 현안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인구구조가 변화하고 연금을 비롯한 복지체제의 근간이 위협받자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재정안정성을 강조하는 경제부처들을 중심으로 정년연장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재정안정성만이 아니더라도 노인빈곤 문제 등을 고려해도 계속고용 및 정년연장의 필요성은 제기된다. 그러나 인구고령화와 경제부처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정년연장이 쉬운 결정이 아닌 이유는 이것이 청년고용에 미치는 효과 그리고 한국의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연공급 임금체계 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이미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정년까지 회사를 다니고 은퇴할 수 있는 노동자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년연장이 청년고용 등에 불리한 효과를 가져오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반대로 괜찮은 노동조건의 중견·대기업의 절대 다수가 연공급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나친 자동화와 조기퇴직, 외주화 등의 부정적 효과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실제 OECD 통계를 보면 연령에 따른 임금 프리미엄이 강할수록 고용유지율은 떨어진다. 그리고 한국은 대표적인 나라에 해당한다.
자료출처 : OECD https://www.oecd-ilibrary.org/sites/c4d4f66a-en/1/2/4/index.html?itemId=/content/publication/c4d4f66a-en&_csp_=d7923bdee41bdf16059354ebbe19aa0f&itemIGO=oecd&itemContentType=book#section-d1e3902
초고령화사회로의 진입과 인력부족을 우리보다 먼저 겪고 있는 일본은 50세 후반부터 적용되던 임금피크제 효과를 완화하고 60세 나아가 65세 이후에도 임금의 큰 삭감 없이 일하도록 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연령에 따른 소위 임금커브(curve)가 한국보다 이미 크게 낮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의 대응도 가능하다. 10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을 비교했을 때 30년 이상 근속 노동자의 1년 미만 근속 노동자에 대한 임금비율은 한국이 2.95배, 일본이 2.27배로 한국이 훨씬 높다.(EU 15개국 평균은 1.65배에 불과하다) 이런 조건에서 일본과 같은 방식을 한국의 기업들이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초고령화사회를 대비하기위해 정년연장을 비롯해 계속 일할 수 있는 방식의 도입과 이에 따른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좀 더 가까운 임금체계로 개편의 필요성에 공감함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 그것은 윤석열 정부의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 등 2차 노동시장의 노동조건에 대한 개선방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계속고용의 필요성, 합리적인 임금체계가 가장 필요한 노동시장은 이들 2차 노동시장이다. 그러나 ‘화물연대 파업’, ‘건설노조 대응’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이들의 노동시장에서의 교섭력을 약화시키고 목소리를 억압하는데에 집중해 왔다. 귀족노조를 운운하며 소수의 대기업 노동조합에 지나치게 날을 세워 비난하는 정부가 정작 그들 소수의 이해관계에만 한정된 논의에 집중한다는 것이 모순이다.
현재 정년연장과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비롯하여 입법적 대안을 고민하게 될 국회는 두 가지를 함께 고민해야만 한다. 하나는 '괜찮은 일자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견/대기업의 정년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의 <합리적 타협책>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계속 일할 권리도 적절한 임금체계도 없이 방치되어 있는 <2차 노동시장의 기초적인 노동질서와 룰(Rule)>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모두는 1, 2년에 후딱 끝낼 수 있는 내용들이 결코 아니다. 아마도 다음 정권까지 이어서 논의하고 타협해야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여야, 정파를 가리지 않는 논의와 끈질긴 상호간 설득이 필요할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규모 은퇴와 각종 주요산업들의 전환, 그리고 한국경제의 저성장 체제로의 본격적인 돌입이 시작되었다. 따라서 앞으로 수년간 논의될 이 의제와 시간이 사실상 향후 30여년간의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와 불평등의 현실을 변화시킬 마지막 <골든타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평소보다 훨씬 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