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위기 시대의 새로운 노동운동 ⓵ 프롤로그 ; 왜 여전히 ‘노동 있는 민주주의’인가?

공식 관리자
202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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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위기시대’의 노동운동을 연재하며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는 단순히 정치제도의 실패나 권위주의의 부활이 아니다. 이는 경제적 불평등·사회적 배제·정보환경의 변형 등 ‘사회적 기반의 약화’라는 관점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한편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역시 단순히 불평등의 심화가 가져온 결과만은 아니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가 가지는 정치체제의 취약성과 직접 연결되는 문제다. 노동문제를 ‘산업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반 구조’로 재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연재에서는 노동운동이 민주주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것이 민주주의의 위기 시대에 노동운동이 어떤 위기와 기회를 마주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헤처나갈 방향성은 어디즈음인지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 한다. - 조성주 정치발전소 대표


목차


프롤로그

왜 여전히 ‘노동 있는 민주주의’인가? 


제1장. 민주주의와 노동운동

(1) 노동조합은 민주주의 경제적 ‘Voice’ : 엘버트 허시먼의 <exit, voice, loyalty>

(2) 갈등의 매개자, 노동조합 : 샤츠.슈나이더 <절반의 인민주권>

(3) 21세기 국가와 노동조합의 관계 : 대런 애쓰모글로우의 <좁은 회랑>

(4) 노동조합은 계급의 무기만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


제2장. 민주주의의 위기와 노동운동

(1) 불평등과 기술발전, 그리고 내부로부터 침식되는 민주주의의 위기

(2)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노동운동

(3)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민주주의 위기


제3장. 노동시장 삼국지(三國志)

(1) 노동시장 이중구조에서 삼국지로: 독립노동의 부상과 새로운 노동세계의 도래

(2) 전통적 이중구조의 균열

(3) 노동시장 삼국지의 권력구도


제4장. 노동운동의 전략적 전환: 임금에서 민주주의로

(1) 임금에서 민주주의로

(2) 여전히 노동운동이 민주주의의 희망

(3) 기후위기 시대, 노동운동의 새로운 사명 ― 정의로운 전환


제5장. 한국 민주주의의 재구성 

(1)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취약성

(2) 노동 있는 민주주의의 세 가지 기둥: 평등, 참여, 연대

(3) 노동정치의 갱신: 계급 대 결사체의 정치


에필로그

좋은 일자리를 넘어, 좋은 시민을 만드는 노동운동으로



프롤로그 ;  왜 여전히 ‘노동 있는 민주주의’인가?


1987년 민주화와 함께 시작한 노동자 대투쟁은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주의의 확장’이 노동 현장에서 구체화 된 역사적 순간이었다. 한편, 그것은 시민들의 연대와 희생으로 만들어낸 한국 민주주의가 그 틀 안에 무엇을 내용으로 하여 운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시민들이 스스로 낸 응답이기도 했다. 따라서 이어진 파업과 투쟁이 단순한 임금인상이 아니라, 인간다운 대우를 요구한 시민적 행동으로 이어진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30여 년이 훨씬 더 지난 지금, 노동운동은 ‘민주화의 주역’이라는 영광에서 멀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켠에서는 ‘기득권화된 조직’이라는 비난을 받는 한편 자본과 함께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만든 공범은 아니어도 적어도 방관자의 위치에서 안주했다는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노동운동이 한국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해서 가졌던 가장 큰 문제의식은 한국 민주주의에서 ‘노동’이 배제되어 있는 정치적 현실이었다. 이 때문에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라는 방식으로 민주주의에 참여하려는 노선이 등장해서 일정정도의 성과를 거두기도 그리고 아쉬운 한계를 보여주기도 했다고 우리는 스스로를 해석해 왔다. 그러나 어쩌면 이런 해석은 우리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든다. 또는 의식적으로 우리 스스로를 ‘피해자 서사’에만 위치해 놓은 것은 아닐까?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한국 노동운동의 전통적 주장대로 한국의 민주주의가 노동을 배제했는지 아니면 오히려 노동운동이 한국의 민주주의에 적극적 행위자로 참여하기를 거부했는지는 솔직히 불분명하다. 


왜냐하면 한국의 노동운동은 노동운동과 노동조합이 민주주의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한 채 너무 빨리 사회의 주류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역설적으로 노동운동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질적 위기가 동시에 타나나는 원인이기도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부족한 글은 한국 노동운동이 자본과의 대립구조 에서만이 아니라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 안에서 가지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서 나름대로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지금 노동운동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혼란을 헤쳐나가기 위한 작은 단초를 마련해보는 것을 목표로 작성되었다. 


문제의식을 거칠게 먼저 정리하면 노동이 배제된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노동없는 민주주의’라는 용어가 지금까지의 한국 민주주의의 한 특징을 정확하게 지목하였다면 이제 노동조합 출신 또는 노동운동과 연관된 활동을 해온 국회의원이 수 십여명에 달하고 노동조합 위원장 출신 ‘노동부장관’이 어색하지 않은 사회에서도 여전히 ‘노동’은 민주주의에서 소외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답변은 ‘그렇다’이다. 

그러나 이는 ‘노동 없는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이제는 노동이 민주주의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이 다양해지면서 노동의 특정 부분만이 정치적으로 시민권을 확보하여 주류가 된 현실을 의미하는 단어로 해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특정한 노동시민들이 배제된 ‘노동 없는 민주주의’가 현재 발생하고 있는 전 세계적 민주주의 위기의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현재 노동운동이 가장 깊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자본과의 대결에서 임금과 근로조건의 최대치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핵심 인프라로서의 노동운동의 자기 역할을 인식하고 민주주의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며 사회를 지켜낼 것인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연재될 글은 그러한 관점에서 노동운동의 역할을 재조명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현재의 노동운동의 전략에 대한 비판들도 다수 들어있다. 하지만 비판은 부정이 아니라 성찰의 출발점이다. 여전히 평등을 향한 길의 맨 앞에는 노동운동이 필요하고 최근 일어나고 있는 전 세계적인 민주주의 위기에도 노동운동이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개척자이자 최후의 수호자 역할을 해야 함은 명확하다. 시대는 노동운동에 위기와 기회를 한꺼번에 주고 있다. 그리고 이 혼란의 시기를 노동운동이 담대한 전략과 비전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우리는 여전히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