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선고 직후 우리가 동료 시민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와 예의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헌법재판소의 선고만 남겨둔 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탄핵 찬성 및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2025.3.2 dwise@yna.co.kr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서울시 종로구 안국역 앞에 있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재판관 8인 전원의 일치된 견해로 헌법 제113조1항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파면이 결정되었다. 국내외 언론은 모두 이 사실을 속보로 전달했고 많은 시민이 각자의 자리에서 이 결과를 받아들였다.
| 대통령 탄핵과 시민의 죽음
대부분의 시민들이 탄핵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이고 이후 이어질 정치 일정에 관심을 기울이던 그 순간 서울의 종로구 안국역 앞의 또 다른 시민들은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 그리고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수천 명에 달하는 시위대는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그날, 그러니까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격렬히 항의하던 시위에서만 4명의 시민이 사망했다. 혼수상태에 빠졌던 한 시민은 그로부터 한 달 후 사망했다. 모두 5명의 시민의 죽음이 있었다. 국민 여론의 90%가 찬성하는 탄핵이었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던 10%의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고려하지 않을 만큼 절망스러운 사건이었다. 그들의 지나치게 격렬한 시위가 정당했던 것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부당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죽음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다.
| 8년 전보다 불길한 현재
8년의 세월이 지나 우리 사회는 다시 한번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슷한 상황을 반복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과 정치인들은 8년 전 시민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경찰을 비롯한 공권력이 만반의 준비와 보호를 하겠지만, 8년 전보다 몇 배는 더 격렬해진 정치적 분열과 시민집단 간의 갈등을 보고 있으면 불길한 생각이 자꾸 든다. 8년 전에는 9:1 수준으로 여론이 탄핵을 지지했다. 지금은 거의 6:4의 수준이다. 탄핵이 인용된다면 탄핵에 반대했던 나머지 4의 여론이, 탄핵이 기각된다면 탄핵을 찬성했던 6의 여론이 격렬해질 수밖에 없다. 그 규모와 격렬함은 모두가 이미 짐작하듯이 8년 전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 틀림없다.
| 탄핵은 민주적 절차에 따른 정치적 결정
필자는 개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행한 계엄이 지극히 반헌법적이라 생각하고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반대하는 시민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탄핵심판은 민주적 절차에 의해 진행되어 온 하나의 정치적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민주주의라는 것이 누구도 진리를 절대적으로 소유할 수 없다는 전제에 기반하는 정치체제임을 인정한다면 필자가 영원히 정의의 편에 있는 것이 절대 아니며 단지 오늘 이 순간에만 다수의 의견에 서 있을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탄핵심판이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상처받는 시민들이 8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 우리에게는 8년 전보다 더 성숙하고 조심스러운 자세가 필요하다.
| 어느 쪽에 속한 시민도 다쳐서는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최후변론은 여전히 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피력해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와 시민들에게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탄핵심판 선고 직후 결과에 상관없이 시민들에게 본인의 잘못을 충분히 시인하고 어느 쪽이라도 다치지 않도록 당부하는 말을 해야만 한다.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도 탄핵심판의 결정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더라도 우리 편의 승리나 패배만을 말하지 말고 반대편의 아쉬움과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서 수용하는 메시지도 함께 냈으면 한다. 누구도 자기편의 승리만을 선언하지 않아야 한다.
탄핵 인용 또는 기각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과정일 것이다. 우리는 나와는 다른 의견을 피력한 시민집단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더 갖출 필요가 있다. 그러한 존중과 예의의 말이 혹여 승자의 오만함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대 의견을 가진 시민들도 탄핵에 대한 결정 이후에도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시민들이다. 수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에서 의견을 달리하며 상대에 대한 증오를 쏟아내고 있는 지금, 이미‘정의의 승리’나 ‘위대한 국민들의 승리’와 같은 일은 없다. 시민집단의 상당수가 마음으로 결과를 승복하지 못한다면 탄핵심판 결정이 어떻게 되든 이미 우리는 모두 정치적 패배자일 수밖에 없다. 부디 아무도 다치지 말고 안전하기를 바란다.
탄핵심판 선고 직후 우리가 동료 시민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와 예의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서울시 종로구 안국역 앞에 있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재판관 8인 전원의 일치된 견해로 헌법 제113조1항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파면이 결정되었다. 국내외 언론은 모두 이 사실을 속보로 전달했고 많은 시민이 각자의 자리에서 이 결과를 받아들였다.
| 대통령 탄핵과 시민의 죽음
대부분의 시민들이 탄핵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이고 이후 이어질 정치 일정에 관심을 기울이던 그 순간 서울의 종로구 안국역 앞의 또 다른 시민들은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 그리고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수천 명에 달하는 시위대는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그날, 그러니까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격렬히 항의하던 시위에서만 4명의 시민이 사망했다. 혼수상태에 빠졌던 한 시민은 그로부터 한 달 후 사망했다. 모두 5명의 시민의 죽음이 있었다. 국민 여론의 90%가 찬성하는 탄핵이었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던 10%의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고려하지 않을 만큼 절망스러운 사건이었다. 그들의 지나치게 격렬한 시위가 정당했던 것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부당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죽음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다.
| 8년 전보다 불길한 현재
8년의 세월이 지나 우리 사회는 다시 한번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슷한 상황을 반복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과 정치인들은 8년 전 시민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경찰을 비롯한 공권력이 만반의 준비와 보호를 하겠지만, 8년 전보다 몇 배는 더 격렬해진 정치적 분열과 시민집단 간의 갈등을 보고 있으면 불길한 생각이 자꾸 든다. 8년 전에는 9:1 수준으로 여론이 탄핵을 지지했다. 지금은 거의 6:4의 수준이다. 탄핵이 인용된다면 탄핵에 반대했던 나머지 4의 여론이, 탄핵이 기각된다면 탄핵을 찬성했던 6의 여론이 격렬해질 수밖에 없다. 그 규모와 격렬함은 모두가 이미 짐작하듯이 8년 전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 틀림없다.
| 탄핵은 민주적 절차에 따른 정치적 결정
필자는 개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행한 계엄이 지극히 반헌법적이라 생각하고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반대하는 시민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탄핵심판은 민주적 절차에 의해 진행되어 온 하나의 정치적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민주주의라는 것이 누구도 진리를 절대적으로 소유할 수 없다는 전제에 기반하는 정치체제임을 인정한다면 필자가 영원히 정의의 편에 있는 것이 절대 아니며 단지 오늘 이 순간에만 다수의 의견에 서 있을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탄핵심판이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상처받는 시민들이 8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 우리에게는 8년 전보다 더 성숙하고 조심스러운 자세가 필요하다.
| 어느 쪽에 속한 시민도 다쳐서는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최후변론은 여전히 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피력해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와 시민들에게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탄핵심판 선고 직후 결과에 상관없이 시민들에게 본인의 잘못을 충분히 시인하고 어느 쪽이라도 다치지 않도록 당부하는 말을 해야만 한다.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도 탄핵심판의 결정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더라도 우리 편의 승리나 패배만을 말하지 말고 반대편의 아쉬움과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서 수용하는 메시지도 함께 냈으면 한다. 누구도 자기편의 승리만을 선언하지 않아야 한다.
탄핵 인용 또는 기각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과정일 것이다. 우리는 나와는 다른 의견을 피력한 시민집단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더 갖출 필요가 있다. 그러한 존중과 예의의 말이 혹여 승자의 오만함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대 의견을 가진 시민들도 탄핵에 대한 결정 이후에도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시민들이다. 수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에서 의견을 달리하며 상대에 대한 증오를 쏟아내고 있는 지금, 이미‘정의의 승리’나 ‘위대한 국민들의 승리’와 같은 일은 없다. 시민집단의 상당수가 마음으로 결과를 승복하지 못한다면 탄핵심판 결정이 어떻게 되든 이미 우리는 모두 정치적 패배자일 수밖에 없다. 부디 아무도 다치지 말고 안전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