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은 분열을 일으키기만 할까?
갈등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어떠한 이유로든 갈등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갈등의 내용에 따라 편을 나누고 한쪽의 입장에 서게 된다. 이렇게 선택을 강요하기 때문에 갈등을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양쪽 모두에게 별로 공감하지 못할 경우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고 관망하는 사람들도 발생한다. 그래서 갈등은 보통 분열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정치에서 갈등이 꼭 분열만을 가져오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갈등의 이론가’라고 불리고 현대 정당정치와 민주주의 이론 발전에 크게 기여한 미국의 정치학자 ‘샤츠 슈나이더’는 갈등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엔진이며 갈등이 오히려 사회를 통합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 전염성이 큰 갈등은 사람을 끌어당긴다.
인간사에 싸움 구경만큼 재밌는 것이 없다고 한다. 싸움은 어느 쪽이 이길 것인가, 누구의 말이 더 맞는가 등을 두고 구경하는 사람들의 강력한 흥미를 끌어낸다. 갈등을 ‘전염성’이 크다고 말하는 이유다. 나아가 새롭게 등장하는 갈등은 그동안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던 시민들을 새롭게 끌어들이는 효과도 만들어낸다. 뻔한 결과가 예상되는 지루한 상황에 갈등이 발생하면 갈등에 전염된 새로운 관전자들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생긴다는 말이다.
| 갈등을 다루는 것이 정치
다르게 말하면 갈등은 그동안 숨어있던 목소리를 끄집어내는 효과를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갈등이 상식과는 반대로 분열이 아니라 오히려 통합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갈등을 어떻게 잘 다루느냐가 정치 기술이고, 의도적으로 갈등을 활용해 새로운 에너지를 불러오는 것도 고도의 정치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2023.12.21
| 아군을 단결시키는 ‘유시민의 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유시민 작가는 이념의 지향성을 떠나 우리 사회에 매우 큰 기여를 해온 지식인이다.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분석을 통해 나온 그의 말은 많은 시민들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됐다. 또한 정치세계에서 유시민 작가의 날카로운 말은 적과 아를 명확히 분열시키고 이를 통해 아군을 강력하게 단결시키는 효과를 가졌다. 하지만 정치는 때로 적군과 아군의 일차원적 대결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지금 민주당의 문제는 아군이 단결돼 있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의 내부는 소위 제왕적 총재가 전권을 휘두르던 ‘3김정치’ 시절보다도 더 강력히 단결되어 있다. 어떤 정치평론가의 말대로 너무 강한 게 오히려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강한 지지층인 팬덤만을 향해 단결을 강조해서는 새로운 유권자를 불러올 수 없다. 이런 경우 앞서 말했듯이 ‘갈등’이 ‘분열’만이 아니라 오히려 ‘통합’의 효과를 가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다른 정치리더들을 통해 민주당에 새로운 갈등이 다양하게 불 지펴지면 민주당의 강한 지지층뿐 아니라 다양한 유권자의 유입이 가능해질 수 있다. 갈등을 통해 확장과 통합을 꾀하는 정치가 충분히 가능하다.
| 내부의 불만은 조직을 혁신하는 에너지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석학이자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존경받던 경제사상가인 ‘앨버트 허시먼’은 그의 저서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Exit, voice, royalty)에서 조직 내부의 불만을 제기하는 집단이 조직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위기에 처한 조직을 혁신시키는 에너지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이들을 조직 밖으로 내쳤을 경우 오히려 조직이 혁신의 기회를 잃고 쇠락해 가는 과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서 기존의 주류경제학에 충격을 던진 바 있다. 마찬가지로 지금 민주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다른 목소리들은 지지율과 활력이라는 모든 측면에서 정체기에 처한 민주당에 새로운 에너지로 작동할 수 있다.
| ‘유시민의 단결’ vs ‘갈등 통한 통합’,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은...
정리하면 이재명 대표 체제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다른 정치리더들의 존재는 오히려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던 유권자들을 끌어와 ‘갈등을 통한 통합’의 정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시민 작가가 ‘단결’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다른 목소리를 날 선 말로 제압하려 하는 것은 지지층 확장이 필요한 민주당의 전략으로는 적절치 않은 듯하다.
나아가 이러한 갈등을 통한 통합의 효과는 정당 내부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필요하다. 계엄과 탄핵에 대한 입장을 둘러싼 갈등이 당분간 우리 정치의 가장 큰 갈등의 전선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것만이 정치가 답해야 하는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노동, 외교,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 사회가 갈등하고 논쟁해야 할 중요한 주제들은 많다. 정치는 이러한 갈등을 놓고 다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광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격렬한 탄핵찬반집회 대결 속에 소외된 다른 시민도 정치에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갈등은 좋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갈등은 분열을 일으키기만 할까?
갈등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어떠한 이유로든 갈등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갈등의 내용에 따라 편을 나누고 한쪽의 입장에 서게 된다. 이렇게 선택을 강요하기 때문에 갈등을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양쪽 모두에게 별로 공감하지 못할 경우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고 관망하는 사람들도 발생한다. 그래서 갈등은 보통 분열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정치에서 갈등이 꼭 분열만을 가져오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갈등의 이론가’라고 불리고 현대 정당정치와 민주주의 이론 발전에 크게 기여한 미국의 정치학자 ‘샤츠 슈나이더’는 갈등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엔진이며 갈등이 오히려 사회를 통합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 전염성이 큰 갈등은 사람을 끌어당긴다.
인간사에 싸움 구경만큼 재밌는 것이 없다고 한다. 싸움은 어느 쪽이 이길 것인가, 누구의 말이 더 맞는가 등을 두고 구경하는 사람들의 강력한 흥미를 끌어낸다. 갈등을 ‘전염성’이 크다고 말하는 이유다. 나아가 새롭게 등장하는 갈등은 그동안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던 시민들을 새롭게 끌어들이는 효과도 만들어낸다. 뻔한 결과가 예상되는 지루한 상황에 갈등이 발생하면 갈등에 전염된 새로운 관전자들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생긴다는 말이다.
| 갈등을 다루는 것이 정치
다르게 말하면 갈등은 그동안 숨어있던 목소리를 끄집어내는 효과를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갈등이 상식과는 반대로 분열이 아니라 오히려 통합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갈등을 어떻게 잘 다루느냐가 정치 기술이고, 의도적으로 갈등을 활용해 새로운 에너지를 불러오는 것도 고도의 정치 기술이라 할 수 있다.
| 아군을 단결시키는 ‘유시민의 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유시민 작가는 이념의 지향성을 떠나 우리 사회에 매우 큰 기여를 해온 지식인이다.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분석을 통해 나온 그의 말은 많은 시민들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됐다. 또한 정치세계에서 유시민 작가의 날카로운 말은 적과 아를 명확히 분열시키고 이를 통해 아군을 강력하게 단결시키는 효과를 가졌다. 하지만 정치는 때로 적군과 아군의 일차원적 대결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지금 민주당의 문제는 아군이 단결돼 있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의 내부는 소위 제왕적 총재가 전권을 휘두르던 ‘3김정치’ 시절보다도 더 강력히 단결되어 있다. 어떤 정치평론가의 말대로 너무 강한 게 오히려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강한 지지층인 팬덤만을 향해 단결을 강조해서는 새로운 유권자를 불러올 수 없다. 이런 경우 앞서 말했듯이 ‘갈등’이 ‘분열’만이 아니라 오히려 ‘통합’의 효과를 가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다른 정치리더들을 통해 민주당에 새로운 갈등이 다양하게 불 지펴지면 민주당의 강한 지지층뿐 아니라 다양한 유권자의 유입이 가능해질 수 있다. 갈등을 통해 확장과 통합을 꾀하는 정치가 충분히 가능하다.
| 내부의 불만은 조직을 혁신하는 에너지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석학이자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존경받던 경제사상가인 ‘앨버트 허시먼’은 그의 저서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Exit, voice, royalty)에서 조직 내부의 불만을 제기하는 집단이 조직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위기에 처한 조직을 혁신시키는 에너지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이들을 조직 밖으로 내쳤을 경우 오히려 조직이 혁신의 기회를 잃고 쇠락해 가는 과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서 기존의 주류경제학에 충격을 던진 바 있다. 마찬가지로 지금 민주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다른 목소리들은 지지율과 활력이라는 모든 측면에서 정체기에 처한 민주당에 새로운 에너지로 작동할 수 있다.
| ‘유시민의 단결’ vs ‘갈등 통한 통합’,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은...
정리하면 이재명 대표 체제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다른 정치리더들의 존재는 오히려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던 유권자들을 끌어와 ‘갈등을 통한 통합’의 정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시민 작가가 ‘단결’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다른 목소리를 날 선 말로 제압하려 하는 것은 지지층 확장이 필요한 민주당의 전략으로는 적절치 않은 듯하다.
나아가 이러한 갈등을 통한 통합의 효과는 정당 내부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필요하다. 계엄과 탄핵에 대한 입장을 둘러싼 갈등이 당분간 우리 정치의 가장 큰 갈등의 전선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것만이 정치가 답해야 하는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노동, 외교,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 사회가 갈등하고 논쟁해야 할 중요한 주제들은 많다. 정치는 이러한 갈등을 놓고 다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광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격렬한 탄핵찬반집회 대결 속에 소외된 다른 시민도 정치에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갈등은 좋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