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출신 직업, 다섯 번째로 많은 건 '노동조합'

조성주(정치발전소 상임이사)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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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주의 노동있는 민주주의]


국회의원 출신 직업, 다섯 번째로 많은 건 ‘노동조합’


-  조성주 정치발전소 상임이사


정치인의 출신 직업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무엇일까? 제21대 국회 국회의원의 출신 직업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관료’다. 행정고시(지방행정고시 포함) 출신 국회의원은 27명으로 모든 직업 중에서 최다를 자랑한다. 관료가 강한 한국 민주주의의 특징을 보여주는 숫자일지도 모른다. 두 번째로 많은 직업은 공동 2위인데,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바로 ‘변호사’ ‘언론인’으로 각각 20명의 국회의원이 이 직업 출신이다. 그다음은 ‘검사’ 출신으로 21대 국회에 15명이 있다. 이 네 가지 직업 다음으로 많은 국회의원을 배출한 직업은 무엇일까? 정답은 의외로 ‘노동조합’이다.

 

 

21대 국회에서 노동조합 출신 국회의원은 13명이다. 이 중 한국노총 출신은 9명(더불어민주당 6명·국민의힘 3명), 민주노총 출신은 4명(정의당 4명)이다. ‘노동조합’ 출신 국회의원의 숫자가 ‘관료’ ‘변호사’ ‘언론인’ ‘검사’ 다음으로 많다는 것은 조금 의외로 느껴진다. 기업인 출신은 11명, 대학교수 출신은 10명, 이익집단 중 큰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진 의사 출신이 3명에 불과한 것에 비교해도 그렇고,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이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의 사안에서 보듯이 노동문제가 한국 정치에서 다루어지는 초라한 위상을 고려한다면 더욱 거리감이 느껴진다. 심지어 단일조직으로 보면 한국노총은 검찰(15명) 다음으로 많은 수를 자랑한다.

 

ⓒ윤현지 그림


노동조합 조직률 핑계는 면구스럽다

 

‘노동정치’의 최우선 과제는 바로 ‘노동 없는 민주주의’라고 이야기되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개선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노동배제적 정치 환경’을 탓하고만 있기에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현재 한국의 노동조합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 역량의 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 적어도 지금 있는 힘의 규모만큼은 성과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혹자들은 약 13%에 불과한 한국의 낮은 노동조합 조직률을 지적하며 단순히 국회의원 수만으로 정치 역량을 말하기 어렵다고 반론할지 모른다. 그러나 독일의 노동조합들이 17%에 불과한 조직률로 이루어낸 노동정치의 성과나, 10% 남짓한 조직률을 보이는 미국의 노동총연맹(AFL-CIO)이 ‘노동조합 정책지지 투표 기록 지수(COPE scores)’를 개발하고 공개함으로써 노동조합 요구 정책의 75% 이상을 미국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지지하도록 견인하는 것과 비교하면, 마냥 노동조합의 조직률을 핑계대는 것은 좀 면구스럽다. 정치 환경이 바뀌어야 노동정치가 가능한 것이 아니라 정치 환경을 바꾸는 것이 노동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지금까지처럼 노동조합의 국회의원 배출이 국회 내에 ‘친노동 계파’나 ‘노동의 이익을 중심으로 한 의미 있는 갈등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개별 의원들의 지위 추구에 머무르는 것은, 가진 역량만큼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결국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지금 가지고 있는 힘과 자원을 ‘재조직’해서 효율적으로 잘 쓰는 일부터 시작하자는 말이다. ‘노동친화적 정치 리더의 등장’이나 ‘시민의식의 극적인 변화’와 같은 외부 변수에 ‘도박’과 같은 기대를 걸지 않았으면 한다. 한 걸음씩 차근차근 ‘영향력’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한국노총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46명과 함께 ‘플랫폼 노동 보호’ 등 9개 과제별 위원회, 5개 부문 위원회를 만들어 공동의 정책 입법 활동을 하고 있는 ‘노동존중실천 의원단’이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철도노조가 여야 의원 15명과 ‘대륙철도시대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의원모임’을 함께 기획하고 운영하는 시도들은 큰 의미가 있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 없고 의견을 상호 조율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겠지만, 이렇게 이미 가지고 있는 역량들을 차분하게 활용하는 기획들이 노동정치의 환경을 한 걸음씩 변화시켜낼 것이다. <끝>.


*이 글은 시사IN 699호에도 실린 글입니다.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