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노조 잘 될 수 있을까?
- ‘가성비’와 ‘신흥귀족노조’의 딜레마 사이에서
언론들이 제법 호들갑이다. 21일 MZ세대 노동조합을 표방한 노동조합들의 협의체인 ‘새로고침 노동자 협의회’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직접 참석하여 축하를 했고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역시 응원의 메시지를 표현했다. 현재로서는 약 6,000여명의 규모로 각각 백만명이 넘는 조합원 숫자를 가지고 있는 양대노총에 비하면 작은 숫자지만 적어도 최근에는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도에 있어서 양대노총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뜨거운 관심이 곧 조직의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조직의 성공은 냉엄한 현실에서의 성과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MZ세대 노조의 특성이 오히려 발목 잡을 수 있어
현재까지 언론의 관심도 높고 최근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용노동부의 노동단체 지원사업에 MZ세대 노조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사업을 바꾸겠다고까지 지원하고 나서고 있지만 MZ세대 노조의 미래가 마냥 밝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가시밭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겠다. 현재 MZ세대 노조를 표방하고 있는 대부분의 노동조합들은 실제 사업장 단위에서는 사측과 교섭할 수 있는 ‘단체교섭권’ 이 없다. 현실에서는 사업장에서 2노조 또는 3노조의 역할에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양대노총이 공식적으로는 ‘교섭창구단일화 폐지 또는 개선’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표면적인 요구이며 실제로는 사업장단위에서 타 노조(심지어 같은 상급단체를 가진 노조에도 교섭권을 공유하는 경우가 드물다)에 교섭권을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다. 단체교섭권은 말 그대로 사측과 근로조건에 관련한 거의 모든 부분을 협의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다. 결국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의 핵심적인 목표는 단체교섭권을 획득하는 것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MZ세대 노조들이 개별 사업장단위에서 단체교섭 참여를 통해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조합원들에게 피부로 느껴질 만큼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실리와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특성을 보이는 MZ세대 조합원들 역시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사진: Unsplash의Markus Spiske
정치적 활동의 ‘가성비’를 따라잡을 수 있나?
따라서 사업장단위에서 다른 1노조 등의 교섭권 독점(?)에 밀려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없다면 결국은 본인들이 양대노총에 대한 주요한 비판의 논거로 삼는 사업장 단위 밖에서 ‘정치적 행동’을 통해 제도개선의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가장 ‘가성비’가 좋은 방식이기 때문이다. 비록 사업장 단위에서는 2노조, 3노조에 불과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더 유력한 조직임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새로고침 노동자 협의회’에서 제시하고 있는 비정치적 노동조합이라는 노선과 배치되는 역설적 상황이다. 물론 양대노총에 대해서 ‘건폭’ 등의 자극적 단어를 동원해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서 MZ세대 노조들에 대한 노골적인 지원을 통해 성과를 안겨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만약 정부가 그런 시도를 한다고 하면 오히려 MZ세대 노동조합들의 내부에서 논란이 크게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조합원을 위한다는 말의 딜레마
“노동조합은 사업장의 조합원을 위해 존재해야 된다는 것이 기본입니다.” - 동아일보. 23.02.07 ‘MZ노조 모임 의장 “수당-성과급 등 최대 관심사에 집중’ 中
MZ세대 모임의 의장을 맡은 유준환 의장(LG전자 사무직 노조위원장)의 동아일보 인터뷰에서의 답변이다. 그렇다. 노동조합의 본질은 조합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노동조합은 조합원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오히려 조합원이 아닌 시민들에게 더 잘 보여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기업단위에서든 산업단위에서든 조합원들의 이익만을 위해 활동하면 그 최종적 도착지는 ‘귀족노조’에 도달한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이 아닌 시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잃어가게 되고 다시 고립된 노동조합은 사업자들과 권력의 때리기 쉬운 샌드백이 되고 결국 쇠퇴한다. 그렇게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은 조합원들의 단기적 이익을 포기하고 사업장 밖의 시민들의 이익에 자신의 이익을 복무시키는 ‘정치’에 참여함으로서 조합원들의 중장기적 이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길을 선택해야만다. 결국 어떤 새로운 노동조합도 ‘정치에 참여할 것인가?’, 아니면 ‘신흥 귀족노조로 남을 것인가?’의 어려운 선택의 순간을 피하기 어렵다.
기존 노동조합들의 성찰이 필요해
그러나 이렇게 MZ세대 노조들의 앞날에 가시밭길이 예정된다고 하여 양대노총으로 대표되는 기존 노동조합들이 팔짱끼고 훈수하며 내심 기뻐할 만큼 여유는 없다. MZ세대 노조들의 최근 흐름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설사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방식의 도전과 변화는 앞으로 지속될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은 현재의 양대노총이 대표하고 있지 못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조적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는데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것은 안이하다. 현재의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지속되고 노동조합들이 여전히 이에 대한 책임있는 해법과 실천을 보이지 못한다면 문제제기의 강도는 더 강해질 것이며 반란의 빈도도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저강도 위기는 양대노총의 기존 주력 조합원들인 50대 중반 세대들의 은퇴시기와 겹쳐지면서 치명적인 위기로 발전될 위험도 있다. 성찰없이 위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 글은 플랫폼 얼룩소(https://alook.so/)에도 실린 글입니다.
MZ세대 노조 잘 될 수 있을까?
- ‘가성비’와 ‘신흥귀족노조’의 딜레마 사이에서
언론들이 제법 호들갑이다. 21일 MZ세대 노동조합을 표방한 노동조합들의 협의체인 ‘새로고침 노동자 협의회’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직접 참석하여 축하를 했고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역시 응원의 메시지를 표현했다. 현재로서는 약 6,000여명의 규모로 각각 백만명이 넘는 조합원 숫자를 가지고 있는 양대노총에 비하면 작은 숫자지만 적어도 최근에는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도에 있어서 양대노총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뜨거운 관심이 곧 조직의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조직의 성공은 냉엄한 현실에서의 성과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MZ세대 노조의 특성이 오히려 발목 잡을 수 있어
현재까지 언론의 관심도 높고 최근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용노동부의 노동단체 지원사업에 MZ세대 노조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사업을 바꾸겠다고까지 지원하고 나서고 있지만 MZ세대 노조의 미래가 마냥 밝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가시밭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겠다. 현재 MZ세대 노조를 표방하고 있는 대부분의 노동조합들은 실제 사업장 단위에서는 사측과 교섭할 수 있는 ‘단체교섭권’ 이 없다. 현실에서는 사업장에서 2노조 또는 3노조의 역할에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양대노총이 공식적으로는 ‘교섭창구단일화 폐지 또는 개선’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표면적인 요구이며 실제로는 사업장단위에서 타 노조(심지어 같은 상급단체를 가진 노조에도 교섭권을 공유하는 경우가 드물다)에 교섭권을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다. 단체교섭권은 말 그대로 사측과 근로조건에 관련한 거의 모든 부분을 협의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다. 결국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의 핵심적인 목표는 단체교섭권을 획득하는 것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MZ세대 노조들이 개별 사업장단위에서 단체교섭 참여를 통해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조합원들에게 피부로 느껴질 만큼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실리와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특성을 보이는 MZ세대 조합원들 역시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사진: Unsplash의Markus Spiske
정치적 활동의 ‘가성비’를 따라잡을 수 있나?
따라서 사업장단위에서 다른 1노조 등의 교섭권 독점(?)에 밀려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없다면 결국은 본인들이 양대노총에 대한 주요한 비판의 논거로 삼는 사업장 단위 밖에서 ‘정치적 행동’을 통해 제도개선의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가장 ‘가성비’가 좋은 방식이기 때문이다. 비록 사업장 단위에서는 2노조, 3노조에 불과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더 유력한 조직임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새로고침 노동자 협의회’에서 제시하고 있는 비정치적 노동조합이라는 노선과 배치되는 역설적 상황이다. 물론 양대노총에 대해서 ‘건폭’ 등의 자극적 단어를 동원해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서 MZ세대 노조들에 대한 노골적인 지원을 통해 성과를 안겨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만약 정부가 그런 시도를 한다고 하면 오히려 MZ세대 노동조합들의 내부에서 논란이 크게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조합원을 위한다는 말의 딜레마
MZ세대 모임의 의장을 맡은 유준환 의장(LG전자 사무직 노조위원장)의 동아일보 인터뷰에서의 답변이다. 그렇다. 노동조합의 본질은 조합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노동조합은 조합원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오히려 조합원이 아닌 시민들에게 더 잘 보여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기업단위에서든 산업단위에서든 조합원들의 이익만을 위해 활동하면 그 최종적 도착지는 ‘귀족노조’에 도달한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이 아닌 시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잃어가게 되고 다시 고립된 노동조합은 사업자들과 권력의 때리기 쉬운 샌드백이 되고 결국 쇠퇴한다. 그렇게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은 조합원들의 단기적 이익을 포기하고 사업장 밖의 시민들의 이익에 자신의 이익을 복무시키는 ‘정치’에 참여함으로서 조합원들의 중장기적 이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길을 선택해야만다. 결국 어떤 새로운 노동조합도 ‘정치에 참여할 것인가?’, 아니면 ‘신흥 귀족노조로 남을 것인가?’의 어려운 선택의 순간을 피하기 어렵다.
기존 노동조합들의 성찰이 필요해
그러나 이렇게 MZ세대 노조들의 앞날에 가시밭길이 예정된다고 하여 양대노총으로 대표되는 기존 노동조합들이 팔짱끼고 훈수하며 내심 기뻐할 만큼 여유는 없다. MZ세대 노조들의 최근 흐름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설사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방식의 도전과 변화는 앞으로 지속될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은 현재의 양대노총이 대표하고 있지 못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조적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는데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것은 안이하다. 현재의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지속되고 노동조합들이 여전히 이에 대한 책임있는 해법과 실천을 보이지 못한다면 문제제기의 강도는 더 강해질 것이며 반란의 빈도도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저강도 위기는 양대노총의 기존 주력 조합원들인 50대 중반 세대들의 은퇴시기와 겹쳐지면서 치명적인 위기로 발전될 위험도 있다. 성찰없이 위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 글은 플랫폼 얼룩소(https://alook.so/)에도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