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직무성과급’을 꺼내들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시도했다가 실패로 끝난 임금체계 개편을 다시 시도한다. 대통령이 직접 선두에서 나서 ‘노동개혁’을 ‘연금개혁’, ‘교육개혁’과 함께 3대개혁으로 연초부터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는 노동개혁의 핵심은 ‘임금체계 개편’, ‘주52시간 상한제 개편’ 이다.
직무급이란 노동자가 일하는 해당 직무의 가치에 따라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임금체계를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임금은 ‘고정급’에 해당한다. 한국의 중견이상, 대기업들에 익숙한 호봉제는 ‘연공급’이라고 하는데 고정급이 해당 기업에서 일한 연차만큼 상승하는 임금체계를 말한다.
한국의 연공서열 임금 구조는 매우 가파른데 일본보다도 높고 유럽의 2배 가까이 된다. 연공서열 임금체계의 문제는 기업이 연차가 높은 노동자들의 임금에 부담을 느껴 조기퇴직을 유도하거나 외주화 등을 통해 비정규직을 더 많이 사용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소위 ‘비정규직’문제와 더불어 한국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성과급은 ‘고정급’과는 별도의 ‘변동급’의 한 형태이다. 노동자들의 개별적 생산성이나 각종 성과를 기준으로 ‘변동급’을 결정한다. 노동조합의 경우 기업 내부에서 노동자간 경쟁을 격화시킨다는 이유로 성과급에 반대한다. 하지만 노동자 전체에 일률적으로 주어지는 성과급에 대해서는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의Alexander Mils>
그래서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직무성과급’이라는 단어는 임금 체계를 말할 때 적절한 단어가 아니다. 임금체계 개편은 고정급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직무급이냐, 연공급이냐는 다툴 수 있지만, 성과급을 기본 임금체계라고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성과급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산업이나 업종이 있을 수는 있다). 개념이 다른 두 가지를 억지로 이어 붙인 셈이다.
‘직무급’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동개혁의 해법으로 작동하려면 ‘기업’의 벽을 넘어 하나의 산업, 업종 등에 걸쳐 동일한 직무에서 동일한(유사한) 임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유럽은 산별노동조합과 해당 산업의 사용자 단체들이 수 만개 직무를 늘어놓고 직무별 임금수준을 두고 치열하게 노사교섭을 벌여 결정한다.
여기서 핵심은 임금 결정 단위가 기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고용 형태에 따른 격차라기 보다는 기업규모별 격차가 더 크다. 따라서 지금처럼 기업 별로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한 경제적 양극화가 가속될 수 밖에 없다. 대기업 노동조합이 열심히 조합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향상시킬수록 오히려 사회적으로는 경제적 격차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확대된다. 그래서 기업 단위를 넘어 산업별, 업종별 '노동조합'의 대표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래서 역시 산업, 업종별 사용자 단체와 교섭을 벌여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임금체계 개편의 방향에는 이런 내용들이 없다. 단순히 부재(不在)한 게 아니라 사실상 배제(排除)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 노동조합은 부패의 온상이며 기득권 집단이고, ‘북핵’ 만큼이나 시민을 위협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현재 방향은 민간 부문은 손대지 않고, 정부가 사용자 격인 공공 부문에 대해서만 노조를 배제한 채 강제시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공공부문 노동조합을 완전히 배제하고 공공부문에 직무급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전체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해소하는데 기여하기는 쉽지 않다. 공공 부문 내부의 평등이 아니라 공공부문을 포함한 20%의 상위 집단 기업들과 나머지 80%의 격차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라는 노동개혁의 원래 목표와 전혀 맞지 않는 결과로 귀결될 뿐이다.
우리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에서 직무형 임금체계로 가야 한다. 다만, 이것은 1, 2년 만에 또는 대통령 임기 5년 안 에 가능한 것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적어도 10년 또는 15년에 걸쳐 산업과 업종의 변화와 고령화 등의 세밀한 부분까지 고려해가며 이행해야 한다. 한국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사실상 한국의 재벌대기업에 집중된 수직서열화된 경제구조 자체와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윤석열 정부의 임금체계 개편 시도에 반대하는 진영에도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극복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을 위한 다른 대안은 무엇이냐고 말이다. 적어도 지금의 연공서열 임금체계와 어떤 일을 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기업에 다니는가(이는 결국 어떤 대학을 나왔는가의 문제와 깊이 연결되며 어떤 대학을 입학하는가는 다시 자산과 소득의 격차와 연결된다)로 임금과 노동조건이 결정되는 구조가 노동의 양극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우리의 대안은 있는가?
성과급 체계가 노동자간 경쟁을 격화시킨다는 이유로 비판하면서 정작 기업별 연공서열 임금체계가 어떤 기업에 입사하는가를 두고 예비 노동자들 사이에서 몇 배는 더 치열한 경쟁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은 정의로운가? 이에 대한 솔직하고 진지한 대안을 말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윤석열 정부의 임금체계 개편에 반대하는 진영 역시 현재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암묵적 동의세력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끝>.
*이 글은 플랫폼 얼룩소에도 실린 글입니다.
원문 출처 : https://alook.so/posts/yEtV5Ok
<이미지 출처 : Unsplash의Alexander Mils>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임금체계 개편의 방향에는 이런 내용들이 없다. 단순히 부재(不在)한 게 아니라 사실상 배제(排除)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 노동조합은 부패의 온상이며 기득권 집단이고, ‘북핵’ 만큼이나 시민을 위협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현재 방향은 민간 부문은 손대지 않고, 정부가 사용자 격인 공공 부문에 대해서만 노조를 배제한 채 강제시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공공부문 노동조합을 완전히 배제하고 공공부문에 직무급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전체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해소하는데 기여하기는 쉽지 않다. 공공 부문 내부의 평등이 아니라 공공부문을 포함한 20%의 상위 집단 기업들과 나머지 80%의 격차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라는 노동개혁의 원래 목표와 전혀 맞지 않는 결과로 귀결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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